【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9월 23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한국 전쟁 위기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이때 미국에서는 시한부종말론이 유포되고 있다. 지구로 접근하고 있는 혹성 '니비루'가 지구촌을 온통 휩쓸어 버릴 것이라고 난리들이다. 과연 9월 23일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인가?

휴거설이 또 한 차례 재기되고 있다. 찍은 날짜는 23일. '기독교 연구가'라는 데이빗 미드 씨는 자신의 '성경코드' 풀이에 의하여 지난 달의 개기일식 후 정확하게 33일 만에 휴거가 온다며 이렇게 주장하고 나섰다. 또 다른 '숫자 게임' 예언인 셈. 팍스뉴스(FN)도 "성경적 예언이 세상이 9월 23일 끝난다고 '기독교 수비학자(數秘學者)'가 주장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드 씨는 누가복음 21:25~26절이 근래 지구촌 이벤트들을 아울러 예언한 것이라며 일식과 허리케인 하비 등을 종말 징조로 빗대었다. 팍스도 덩달아 이를 간추린 동영상에다 실감나는 합창음악을 곁들여가며 그의 주장을 소개했다.

▲ 과연 X혹성 '니비루'가 23일 홀연히 나타나 지구를 엎을 것인가? 사진은 상상에 의한 합성사진. ⓒWeb 캡처

X행성과 태양폭풍, 트럼프, 클린턴, 히틀러 등에 관한 13권의 다양한 책을 써서 웹서점 애머존 등에 뿌려온 미드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은 33년을 사셨다. 그 분의 이름은 엘로힘. 유대인들에게 알려진 하나님의 이름이다. 엘로힘이라는 이름은 성경에서 33번 언급됐다. 33은 성경적으로나 수비학 상으로나 의미심장한 숫자다. 난 지금 천문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성경을 말하고 있다. 이 둘을 병합해 가며."

켄터키 루이빌대학교에서 천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다년간 범죄수사과학팀으로 일하다가 포천 1000 회사들을 돕기도 했다는 미드 씨에 따르면, 마침 'X행성' 일명 '니비루'라는 비밀행성이 일요일인 23일 지구에서 400만 마일 떨어져 지나가면서 지구촌에 거대한 재앙을 일으킬 것이란다. 화산폭발, 쓰나미, 지진 등이 일어나리라는 것.

흥미롭게도 이집트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들도 하나의 '날짜 마커'로서 9월 23일을 찍어놓고 있단다. 미드 씨는 자기 책을 사서 읽은 사람들은 행성X의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애머존에서 너스레같은 소리를 한다. "이 책은 독자를 다가올 일을 피해 눈 깜짝 않고 생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이 종말게임이라는 큰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논술해 놓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에드 스테처 박사(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이런 것은 초기신학교 1학년 과정만도 못한 것이라며 우선 기독교 수비학의 존재를 요하는 성경 비밀 코드수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론을 펴면서, 더욱이 미드 씨에 대해서는 "수비학의 공식 학적 훈련을 받은 바 없다."고 쏘아 붙였다.

팍스는 또 교계 일각에서 요한계시록 12:1~2을 휴거와 재림의 시작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고 인용. 즉 23일 당일 태양과 달, 목성 등이 ‘비르고’(처녀자리) 별자리와 일치하게 되는 데, 이를 하늘에 나타난 큰 징조라고 보는 것. 즉 한 여인이 해를 옷삼아 입고 발엔 달이 있고, 머리 위엔 12개 별을 왕관으로 삼았는데, 임신중이어서 진통으로 부르짖고 있다고 나온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여성은 점성술에 쓰이는 별자리에 나타난 '비르고'(처녀자리)라고 팍스는 주장. 가톨릭에서는 이 여인을 '하늘 여왕'인 '성모' 마리아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브라질 연방상원의원인 텔마리오 모타 씨도 9월 23일 종말설을 믿고 있다. 그는 심지어 미국의 NASA가 X 행성의 접근을 "알고 있다."며 "우리가 아는 이 세상은 곧 존재가 끝날 것이다. 인류문명사가 끝장날 것이다."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태양과 달, 목성 등이 비르고 별자리와 일치하는 정황은 12년마다 일어나는 것으로 꼭 이번 9월 23일에만 발생하는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다. 대다수 교계 인사들과 언론은 이런 '예언'을 쓴웃음으로 맞고 있다. 과거에도 무수한 헛 종말예언들이 있었기 때문.

대표적 예가 종말날짜를 1992년 10월 28일로 헛 찍은 한국의 이장림(다미선교회)과 그 유파, 2011년 5월 21일을 헛짚은 후 10월 21일 또 다시 헛짚은 미국의 해럴드 캠핑(패밀리라디오 대표), 1988년 9월 11~13일 사이를 '종말 날짜'로 예언한 '성경학자' 겸 NASA 전직원인 에드거 와이즈낸트 등.

특히 와이즈낸트 씨는 '휴거가 1988년에 일어날 88가지 이유'라는 책자를 만들어 30만권을 무료배포했고, 무려 450만부가 서점 등에서 팔려나갔다. 심지어 일부 한인 기독교 언론에 전면광고까지 낸 바 있다. 와이즈낸트 씨는 "오직 성경이 틀린다면 나도 틀린다."는 식의 장담을 했었다.

와이즈낸트 씨는 심지어 "만약 우리나라에 나랏님이 계시고, 내가 내 목숨을 담보해야 한다면, 기꺼이 88년도 로쉬 하샤나(나팔절)에 바치겠다."고 했지만 미국에 나랏님(왕)도 없거니와 바치지도 않았다. 9월 13일까지도 아무 일이 생기지를 않자 15일로 '연기'했고 그마저도 불발되자 1991, 1992, 1993, 1994... 식으로 매년 휴거일을 연기해 나가다가 결국 나름 예언을 포기하고 말았다. 바로 그 와중인 1992년에 이장림의 다미선교회 '휴거' 예언 사건이 끼어든 것. 하방익 '소년선지자'도 낀 이 '다미' 사건 때엔 국내외에 엄청난 소동을 일으켰다.

그밖에도 안식일교(일명 재림교)의 전신인 '밀러 파'의 교주 윌리엄 밀러의 종말 예언 등, 수많은 '휴거' 또는 '종말'을 예고한 소위 '예언'들이 있었다. 마치 '휴거' 예언을 끼고 교주 한 명씩 탄생하는 양상이었다. 에드 스테처 박사(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이런 헛 예언들은 "기독교계를 우습게 만드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작가 조너던 사르파티 씨도 '유다 지파의 사자'라고 불리는 드문 별의 평행이 일어나는데, 그나마 지난 천년간 4회 발생했다며 미드 씨와 같은 주장을 믿어선 안 된다고 반대한다.

이 드문 평행이란, 태양이 레오 자리에 머물면서 수성, 금성, 화성도 나란히 평행을 이루는 이벤트이다. 기독교 신앙의 히브리적 뿌리 회복에 나선 깨어나는 루드(=십자가)국제교회의 마이클 루드 목사도 9월 23일 별들의 일직성 정렬은 계시록 12장 예언의 성취가 아니다고 부인한다.

‘니비루 도래설’은 기독교 여성 신비가 겸 철학자로 알려진 중세 빙엔의 '성' 힐데가르트(1098-1179)가 처음 예언한 것으로 알려진다. 내용인즉 이 별이 태양계 변두리에 숨어 머물다가 안으로 침범해 지구 종말을 가져오면서 대다수 인구를 쓸어버린다는 것. 이에 따라 음모론자들은 니비루가 임박하므로 최근 허리케인 '어마'도 발생했다고 해석하고들 있다.

그러나 사실 힐데가르트는 행성 아닌 '혜성'이라고 말했으나 근대인 ․ 현대인들은 이를 행성으로 풀어왔다. 힐데가르트는 "혜성이 엄청난 압력으로 다가와서 대양을 뒤집고 수많은 나라를 물로 뒤엎으며 엄청난 핍절과 염병을 일으킬 것이다."고 '예언'했다.

그는 또 "이 대 혜성의 출현 후 큰 나라가 지진과 폭풍, 거대한 파도에 의해 어려움과 질병을 당할 것이다. 대양이 수많은 딴 나라를 덮쳐, 모든 해안도시들이 두려움 속에 지내고 파괴를 겪을 것이다. ... 해안도시가 해일(쓰나미)에 파괴될 것이며, 생물 대부분이 죽고 탈출한 사람들마저도 끔찍한 병으로 죽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니비루’라는 별 자체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ASA의 데이빗 모리슨 박사는 "니비루의 존재를 입증할 그 어떤 것도 없다."면서 "아무 그림도, 궤적도, 천문학 관측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학지 내셔널지오그래픽(NG)도 "우주의 징조를 어떻게 해석하든 사람들이 종말 예언에 있어 최상의 트랙을 밟아오지 못했음을 역사가 말해준다."고 천명. 스테처 박사는 미드를 "날조된 분야의 날조된 지도자"라며 "팍스 뉴스는 둘째치고라도 그 어느 언론의 앞면에 나서도 안 된다."고 찍어 말했다.

성경은 휴거 등 마지막 날을 인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예: 마태 24:36)고 강조했기에 미드 씨의 예언은 맞을 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