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해양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Master and Commander : The Far Side of the World)>는 영국 서프라이즈호의 잭 오브리(러셀 크로우) 함장 한사람에게 영화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영국함대가 국왕의 명령을 받고 자신들의 배보다 훨씬 좋은 화력을 지닌 프랑스 아케론 함대를 격침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돋보이는 함장의 전술이다.

▲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중에서

박진감 넘치는 해상 전투와 거친 파도와 싸우는 장면들은 특수효과로 매끄럽게 처리되어 영화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외형을 갖추는 데 성공을 했다. 하지만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전투 장면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겪는 구성원들간의 갈등인 듯하다. 감독은 기상현상으로 인해 닥쳐온 이른바 ‘요나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빚어지는 군인들간의 갈등과 함장과 의사의 전쟁에 대한 이념적 갈등을 묘사하는 데에 전쟁장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무리한 항해를 감행하는 함장과 전쟁의 승리보다 생물학적 연구에 더 관심이 많은 의사간의 갈등의 모습은 의무를 위해 생명을 파괴하는 행동과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행동으로 비유되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함장의 권위적인 지도력과 함께 인간적인 애정까지 드러내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보는 관객들은 정복욕만을 불태우는 함장의 모습만을 기억하게 된다. 대원들로부터의 미움과 ‘요나의 저주’를 풀기 위해 죽은 장교의 장례식에서 함장이 말한 “비록 우리의 모습이 아름답지 못해도 우리는 모두 신의 창조물”이라는 연설과 마지막 전투의 잔인한 살육장면은 분명한 모순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함장의 끝없는 정복욕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제국주의를 위한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미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