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동성혼 지지발언을 했던 유진 피터슨 박사(84)가 철회 의사를 밝혔음에도 교계 평론가들의 말잔치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동성애권 일각에서는 피터슨의 철회 발언은 자기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겼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관상기도를 강조하는 관상영성가(contemplative)이자 진보주의적인 영역 성경, '더 메시지'의 편찬자와 베스트셀러를 포함한 30여권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진 피터슨은 7월 중순 조너던 메릿 종교통신사(RNS) 기자와의 대담에서, "동성애자들의 영적 생활이 나만큼이나 괜찮은 것 같더라."고 말하고, "동성혼 주례 요청을 받으면 하겠냐?"는 메릿의 물음에 "예스."라고 답했었다. 장로교 목사이기도 한 피터슨은 최근 모든 활동으로부터의 은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보기 )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동성애 사회에서는 즉각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반면, 기독교계 특히 보수계에서 크게 문제 삼자, "입장을 밝힌다면, 한 남자 대(對) 한 여자끼리의 성경적인 결혼관을 확인한다."면서 "모든 것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지지한다."고 번복했다.

이에 대해 교계 라디오 방송망인 브레이크포인트(BP)의 좐 스톤스트릿 호스트는 "다행이긴 해도 여전히 떨떠름하다."는 입장. 스톤스트릿 박사는 "그의 진술은 아직도 아리송한 편이라며 오히려 (반대로)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 동성혼을 지지했다가 철회한 피터슨 박사의 과거 동성애에 대한 동조적 발언이 드러나 그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EP

스톤스트릿은 피터슨의 발언은 첫째로, "복음주의자들의 권위에 위기가 왔음을 드러낸다."며 복음주의권 안에서 피터슨과 비슷한 대화가 근래 오가는 것은 "교리보다는 명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둘째로는,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이 문제에 관해 대대적인 입장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의 여부에 대한 명확성이 필요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교계여론 연구가 에드 스테처 박사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동성애 신학'에 굴복해가고 있다는 루머는 "크게 과장돼 있다."고 지적하고, 일부 교계 명사들은 이 분야에 대해 나름 "진화"해가고 있지만 대다수의 교파와 그룹들은 성과 결혼에 관한 성경적이고 정통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로, 피터슨의 오리지널 발언은 성경이나 신학적 논증에 기초한 것이기보다 주변 사람들과 경험에 의존한 것이었다. 이 점에서 그는 데이빗 거쉬 목사, 롭 포트먼 상원의원, 스탠 미첼 목사 등과 별 차이가 없다고 스톤스트릿은 대조 비교한다. 이들 모두가 동성애자인 친구나 가족 등과의 관계에 따라 견해가 바뀐 경우다.

그런 현상에 대해 보수주의 대형교회 목회자인 팀 켈러 목사(리디머장로교회)는 "다정다감하고 지적인 게이를 만났다고 해서 동성애에 관한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당신은 애당초 성경적인 결혼관에 근거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피터슨의 나름 성경인 '더 메시지'를 보면 동성애에 관한 그의 태도는 막연하기 짝이 없다. 그의 이 성경엔 아예 '동성애'(homosexuality)나 '동성애자'(homosexual)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성경이 동성애를 단죄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동성애권의 입장을 상기시킨다.

데니 벌크 교수(보이스칼리지, 성서학)는 신약성경에서 동성애에 관해 적나라하게 지적한 세 구절(로마서 1:26~27, 고전 6:9~11, 딤전 1:10)을 피터슨은 모두 흐리멍덩하게 해석해 원의를 흐렸다고 꼬집었다. 벌크는 따라서 피터슨의 이런 동성애 관련 언급에 "놀라지 않았다."고 밝혔다.

'창세기의 해답'(AiG) 대표이기도 한 켄 햄 창조박물관(CM) 관장도 비슷한 지적에 나섰다. 햄 박사는 피터슨이 오리지널 진술로부터 물러섰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지난 2000년간 다른 모든 사람들이 놓친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새 통찰을 발견한 양 주장한 피터슨을 비꼬았다.

햄은 피터슨이 번복을 했든 어쨌든, 동성애자들 다수가 선한 영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는 말만 봐도 "이미 결혼과 성에 관한 성경 진리를 버린 사람이다."고 단언하고 "하나님의 불변의 말씀보다 더 큰 권위가 있나?"고 물었다.

햄은 정상적인 신자와 별 다름없는 영적 생활을 한다는 사람이 습관적 가십을 한다면 가십 죄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간과해도 되냐고 에둘러 물었다. 또 "아주 영적인 생활을 하는 집사가 간음을 한다면 간음에 대한 성경교훈을 무시해도 되냐."고 물었다.

햄은 또 술취함, 신모독, 거짓말, 훔치기, 음란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하고, 하나님의 말씀 쪽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면, 왜 피터슨은 동성애자들의 말을 듣고 성경 진리를 무시해도 되는 양 생각하냐고 찍어 물었다. 그는 또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구(삼상 16:7, 요 7:24)를 인용하면서 동성애자들의 겉모습만 갖고 그들이 경건한 삶을 사는 양 주장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햄 관장은 또한 피터슨이 비록 '철회'를 한다고는 했으나 동성애가 회개해야 할 죄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확고하게 강조해온 것은 아니라며 지난 2014년에도 피터슨이 동성애 관계에 대해 매우 동조적인 진술을 한 사실을 "흥미롭다."고 상기했다.

2014년 발언 당시 피터슨은 동성애자 자녀를 갈등과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받아들인 여러 가족을 돕고 있었다며 "조심스럽고 기도스러운 대화 속에서 그들은 결국 이것(동성애)이 나쁜 것이 아니고 좋은 것일 수 있음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햄은 이 모두를 돌아볼 때 동성혼이나 동성애에 관한 피터슨의 견해가 "아직도 불확실하다"며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찾아보고, 감정으로 진리를 무시할 게 아니라 바위 같은 진리 위에 자신의 생각을 다잡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기독교 종합언론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피터슨은 애당초 동성애를 지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식으로 피터슨을 적극 옹호하는 내용의 긴 기사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