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내무장관이 오는 8월 8일 총선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급서하자 때 아닌 ‘부활’ 논쟁으로 시끄럽다. "죽은 장관님을 살려내요! 아니면 기적 얘길랑 말고 영 입을 다물든가."라는 특별요청(?)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요청은 죽은 장관이 살아나는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비아냥댄 말이다.

이 비아냥대는 특별요청은 케냐무신론자협회(AIK) 회원들이 아프리카의 유명한 '예언가 ․ 치유사'인 데이빗 에드워드 오워 박사(회개와성결회, MRH 대표)에게 한 것이고, 죽은 장관은 지난 7월 8일 급서한 조셉 은카이세리 케냐 내무장관이다. 주치의가 확인한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

▲ 데이비드 오워 박사에게 은카이세리 장관(원안)을 부활시키라고 주문한 케냐무신론자협회의 포스트 ⓒAIK

케냐 무신론자들이 오워에게 이런 특별요청을 한 이유는 오워가 앞서 지난 6월 22일 밤에 숨진 포코트의 여인, 마마 로사 로티라코리 여사를 '중재기도'로 부활시켰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국내외를 돌기 때문. 케냐 서부 포코트 카운티의 체파르텐 마을에 사는 마마 로사를 그가 살려냈다는 이 뉴스는 그동안 비교적 조용한 듯(?) 보였던 오워의 주가를 다시 한 번 한껏 높여주고 있는 시점이었다.

게다가 은카이세리 장관에게 누군가가 보복성 저주나 음모로 이번 8월 8일 총선 전까지 그가 죽게끔 주술을 부리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카이세리 장관에 대한 ‘저주의 주술’과 오워의 ‘부활 의 기적’이 버물리면서 블랙홀처럼 대중의 관심을 강력하게 빨아들이고 있다.

은카이세리 장관은 과거 동족인 마사이 족이 기르던 라이키피아의 가축들을 무차별 도살한 케냐 보안군에 대한 의혹을 남겼다. 은카이세리가 그랬다는 보장은 없지만 군 장성 출신인 데다 매우 강경정책을 구사해서 그런 의혹을 받을 만도 한 상황.

또 은카이세리 장관은 남달리 터프한 발언을 남발해 왔다. 이와 관련, 마사이 족 가운데서도 삼부루 라이시 족은 대상자에게 저주의 주문을 퍼붓든지 축복을 하는 초자연 능력을 갖고 있어 고인의 생존 당시 고의적으로 주술을 해왔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더구나 마사이 족은 기회 있을 때마다 매번 빼 놓지 않고 은카이세리의 사임을 요구해 왔다. 그러던 와중에 장관이 급사하고 만 것. 경찰은 고인의 측근과 주변 사람들을 샅샅이 조사하기까지 했으나, 주치의는 단순 병사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핫 뉴스에다가 케냐무신론회 회원들이 자기네 웹에 올린 포스트물에서 "오워 예언자께 청원합니다. 은카이세리(장관)님을 죽음에서 되살려내시오. 안 그러면 기적에 대해 영원히 입 다무시고요."라는 성명을 올리면서 마침내 ‘부활’ 논쟁으로 번졌다.

무신론자들의 이 주문이 뉴스로 뜨자 케냐 국민들은 오워가 과연 죽은 내무장관을 부활시켜야 하냐를 놓고 견해가 양분된 것. 무신론자들은 오워를 지지하는 '광신론자'들이 이 요청을 신앙에 대한 하나의 모독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부러 도발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워의 ‘부활의 기적’ 스토리가 세간의 화제가 된 사정은 로티라코리 여인이 약 한 달간 앓던 폐렴과 류마티스로 숨진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날 장례를 준비하던 중 남편 샘슨이 아내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보고함과 동시에 '부활의 기적'을 요청했다. 오워로부터 세 마디로 된 '기적의 문자 메시지'인 "It is well"(평안해)를 받고 난 2시간 후, 로티라코리 여인이 기침과 하품을 하더니 되살아났다는 것.

▲ 오워에 의해 부활했다고 주장하는 마마 로사 로티라코리 여인 ⓒSDE

그녀가 회복 중인 엘도렛의 모이 레퍼럴 병원의 방사선과 코닐리어스 치르치르 의사는 검진 결과 왼쪽 폐에 물이 고여 있고 뼈는 류마티즘 신경성이라며 다른 검진팀이 여전히 검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약 300대의 차를 탄 수 천 명의 케냐인들이 현지를 방문하는 등 오워 높이기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로티라코리는 자신이 정녕 부활했다며 회개하라고 방문객들에게 권했다. 한국에서도 외친 오워의 상투적인 메시지처럼.

더욱이 교인의 한 명인 현직 경찰관(경사)인 조나스 사콰 목사가 제복을 입고 형광 조끼까지 걸친 채 주일날 키아미 거리에서 마이크로폰으로 군중의 노래와 춤을 이끌면서 오워가 여인을 부활시켰다고 간증(?) 비슷하게 말해 ‘부활의 기적’ 소문을 증폭시켰다. 사콰는 조구 하우스에 있는 CCTV 통제센터를 관할하고 있다.

사콰는 "하나님이 하실 수 있는 역사의 표적이다."며 "그 분은 주님의 능력있는 예언자를 사용하셔서 진정 그 분이 파워풀함을 보여주신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나이로비에 교회를 개척했다가 오워의 사역을 발견한 뒤 2011년 합류했다. 약 40개 지교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오워의 MRH는 오는 총선을 앞두고 '평화의 행진' 등을 하며 상당한 운동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현지 네티즌 데이빗 시티에네이는 "(무신론자) 여러분의 요청은 사탄이 예수님에게 돌로 빵을 만들라던 요청과 같다."며 "만약 여인이 되살아나지 않았다면 그건 또 여러분에게 뭔 영향을 줬겠나."고 묻고, 그녀(마마 로사)의 식구들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즐기며 국내 여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튜 알레릭 살바타르 씨는 "나도 무신론자이지만 이 따위 성명은 거부한다."며 "그냥 점잖은 케냐 시민답게 돌아가신 (전)장관님을 추모하고 슬픔에 빠진 유족을 위로해 주자."고 썼다. 카루메 벤슨 완조히 씨는 "세상 사람들은 거의 다 하나님의 교훈을 따르지 않지만 우린 날마다 우릴 깨워주시고 원하시면 생명을 거두기도 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무신론자들은 단지 이목을 끌려는 무리에 불과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누리꾼, 무사 아가르는 "난 오워의 교리를 따르지 않지만 내가 믿는 신은 시험 받지도 않으시고 전능하시며, 지옥 갔는지도 모를 사람을 오워가 되살려내든 않든 여전히 신이시다."라고 말했다.

케네디 오구마 씨는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셨지만 아무도 그분에게 기적을 강압할 수 없었다."며 "선지자를 강압하지 마오, 꼭 하나님을 명령하는 거 같소."라고 넌지시 타일렀다.

무리티 음왕기 씨는 "(오워는) 싸구려 광고나 따내려는 광인"이라며 "내무장관을 도로 살리면 또 광고거리나 주는 셈이니 그가 그걸 해 내기까지 기다리지 말자."며 말리고 나섰다. 과학자의 이름을 딴 필명 '스티븐 호킹'은 "그 여성의 부활 사건도 불가능한 사기극이다."로 치부했다.

조셉 오티에노 미냐 몸바사는 "이 땅에 선지자가 계셔 그의 열매를 봐왔다."며 "나는 불모의 몸이었으나 최강의 예언자, 오워 박사의 기도를 무료로 받고 낳은 내 아들이 이제 4개월 됐다."고 주장했다. 루시 그리핏 씨는 "부활은 아무나 하나?"며 "하나님의 특별한 목적과 권능으로 하시는 일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르 레르 씨는 "오직 미련한 사람들만이 하나님이 없다고 한다고 성경에 써 있단다."라고 썼다. 무슬림인 딕 딕슨 씨는 "쿠란엔 알라께서 무사와 이브라힘과 무함마드 이후에 아무 선지자도 보내시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대 바벨론 왕족들처럼 수염을 길게 꼬아 늘인 데다 소매에는 박사학위 표시인 듯 세 줄 금테를 표시한 하얀 코트 같은 옷을 입는 등 늘 특이한 차림으로 각국에서 회개와 성결을 강조해온 자칭 예언자 겸 치유사인 데이비드 오워 박사는 집회 차 한국도 여러 번 오간 바 있다.

오워는 한국전쟁도 몇 차례 예언하고 비슷한 예후를 반기는 등 은근히 그 성취를 기다리는 듯 했으나 아직 이뤄진 바 없다. 그는 케냐 정치계와 가까우며, 투숙한 호텔을 무장 경비원들이 지키는 등 친정부적 파워를 과시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