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두개의 길이 있다. 성경은 이 길을 좁은 문과 넓은 문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육적인 길과 영적인 길로도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인간은 언제나 이 두가지 길에서 머뭇거린다. 이럴 때는 “이 길이다”하고 이끌어 주시는 분이 계신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 나를 따라 오너라.” 그분은 친히 앞서 나가시면서 우리를 진리와 생명으로 안내해 주신다.

▲ 고호의 <성경이 있는 정물화> 1885년.

이 길을 가기 위한 결단이 사람이 평생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진정한 삶인 것이다. <성경이 있는 정물화>라고 제목 붙어진 고호의 이 그림은 고호가 두개의 길 앞에서 얼마나 갈등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렸을 때, 그가 어떤 번민을 하고 있었는가를 상상한 한 작가의 글을 인용해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아버지가 쓰시던 커다란 성경책(이사야서)의 한 부분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옆에 놓인 노란색의 조그마한 책, 졸라의 <산다는 것의 즐거움>이란 제목의 책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큰 성경책 오른쪽에 놓인 촛대의 불은 꺼졌습니다. 아버지가 걸어가신 성직자의 길, 그 길의 흔적이 성경책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 옆에 우리 모두가 가고 싶은길, 즐거운 인생길을 노란 졸라의 책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안내하시는 숭고하고 영원한길, 그리고 인간들이 추구하는 쾌락의 인생의 길, 아버지는 하나님의 길을 걷다 그분을 만나러 이곳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러 이곳을 떠납니다.”

작가는 성경이 펼쳐져 있는 방향이 아니라 노란 졸라의 책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고호는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야서를 크게 펼쳐놓고 화면 가득히 하나님의 말씀을 보여주고 있는 고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성경 오른쪽에 이사야 라는 글이 보인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일을 행하리니… 정녕히 내가 광야에 길과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8∼19).

글씨가 보이지 않는 성경책에서 혹시 그는 이 글을 읽지 않았을까? 비록 갈등은 있었다고 하나 오히려 졸라가 가르키는 그 길을 간 것이 아니라, ‘새 일을 행하시는’ 그 길을 따라 예술로 고행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일을 평생하지 않았을까? 고호의 인생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 어느 누구도 고호의 삶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