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김희종 선교사

뉴질랜드의 2월 정원 안은 녹색 숲에 숨어있는 작은 곤충들과 새들의 소리로 제법 한국의 여름 시골을 떠올리게 합니다. 빛과 토양, 물, 공기와 함께 각자의 독특한 생명력을 발휘하며 자신을 말해 줍니다.

속임수 없는 진실의 의미를 가르쳐 주느라 먹히기도 먹기도 하며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신호는 아름답습니다. 모두는 빛의 지혜로 빚어지는 사랑으로 생명을 살려내는 선한 공명으로 공존합니다. 쉬지 않고 운동하는 생명과 시간은 말없이 날 설득합니다.

요즘은 키높이 신발을 신고 다니기도 하고, 평평한 느낌을 주는 얼굴에도 오똑한 코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세워서 속고 속입니다. 오똑한 코로 사람들의 키 재기에 익숙해진 채 경쟁으로 공존합니다.

거짓말하면 저절로 혈압이 상승해 불룩 부풀어진 콧방울이 거짓말을 드러내도록 하나님 설계하신 걸 몰라 거짓의 주파수가 공명하며 뜯고 뜯깁니다.

누구도 쓸데없이 돈 낭비한다고 안 하는 시대입니다. 구태여 돈 들이지 않아도 커지는 사람의 코는 피노키오 이야기로 재미나게 해버리면 됩니다. 웃겨 넘기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백일 안 된 우리 큰애한테 커서 코에 돈 좀 얹어주어야 할 아이라 했습니다. 눈은 예쁜데 콧방울이 튀어나왔으면 얼굴이 돋보일 거라 아리송한 말을 했습니다.

▲ ⓒ제공 : 디르사선교회

유난히 솔직한 이 아인 하고 싶은 행동과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난 못난 얼굴 문제보단 누구 말도 안 듣는 딸애 성격 때문에 더 힘세신 하나님 말씀을 아침저녁 억지로 먹이고 기도를 시킵니다. 그러다 더 속 터지면 내 성질에 못 이겨 금식을 합니다. 가끔 큰애의 내지르는 소리는 내 속을 찔러 내 코를 납작하게 합니다.

코 못난 아이나 좀 나은 아이나 차별 없이 십자가로 올라가면 신나집니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계절 따라 피는 꽃처럼 즐겁게도 속상하게도 하며 제각기 몫은 서로를 키워주는 일을 합니다.

십자가 예수님 이야기에 공명되면 하나님 알아서 하신다고 믿어졌습니다. 다행히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단순히 믿음이 됐나 봅니다. 언니 때문에, 누나 때문에, 동생 때문에, 서로 트집 잡다 세 놈이 함께 터집니다. 날마다 십자가 집회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배꼽인사도 잘하고 존댓말을 쓰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그런 것도 저런 것도 없이 모두가 친구처럼 반말입니다. 그러다가 엄마 말씀이 하나님 말씀으로 들려지면 굴복합니다. 세 아이는 날 깡패 엄마로 만드는 선수권을 받은 하나님의 동역자입니다.

여자애는 남자 옷을 좋아하고 남자애는 누나들과 놀아서 그런가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무식한 엄마 닮았나 모두가 내 눈에 안 들지만, 성경말씀 시간에 반대파를 줄이기 위해 꾹 참고 있으면 희한하게 말씀 시간엔 모두 모범생이 됩니다.

이제 4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큰아이 코도 말씀으로 수술 받았나 어지간히 제자리로 내려앉아 이곳 사람들에게 드문 뾰족하지 않은 코가 매력으로 보인다 합니다. 둘째는 정확한 문장으로 고상한 단어를 골라 쓰느라 그런가 말수가 적어 다른 이에게 긴장감을 주다가 이곳 사람들에게 한 번만 웃어주어도 꽤 좋아합니다. 막내는 밝고 환해 모두에게 찬양을 주어 기뻐지게 하는 신사입니다. 하나님은 별것 다 꼼꼼히 챙겨 가르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하나님은 원래 계산속이 치밀해 절대 특성을 유지보존 계획에 차질 없도록 만들어 놓으셨다 생각됩니다. 그러나 최고의 구성미를 만드시는 십자가 위로 올라가는 일엔 아무에게도 방학이 없나 봅니다.

제 몸에게 벌 받을 일시키고 벌주는 미련한 몸뚱어리 십자가에 올리면 생각지 않은 멋을 만들어내시는 하나님은 멋쟁이십니다. 난 쉬지 않고 돌고 있는 세상 어지럼증엔 납작 엎드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결정해 놓았습니다.

말이라곤 “오토바이.” 밖에 못했던 대웅이에게 죽으라고 십자가 말씀해 준 지 25년 만에 사법고시 합격하고 검사가 돼 돌아왔습니다. 성경은 진짜 참말이라고 더욱 선전하고 싶어집니다.

아무리 키 높이, 코 높이 세우려 해도 십자가 자랑을 누구 손바닥으로 가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