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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이 시대에 놀랄 만한 이야기
2017년 04월 04일 (화) 00:05:35 장경애 수필가 jka9075@empal.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사모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목사님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할 때의 일이다. 함께 식사하시던 목사님께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고 자못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기대감을 가지고 놀랄 이야기를 듣는 도중, 나는 정말 놀라고 말았다.

놀랄 만한 내용인 즉, 어떤 장로님은 모 회사 중견인데 술을 일체 안 마신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여 “그런데요?”라고 묻자 “바로 그것이 놀랄 만한 이야기.”라고 하신다. 술 안 마시는 장로님의 이야기가 놀랄 만한 이야기라는 말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술 안 마시는 장로님 이야기가 아닌, 반대로 술을 마시는 장로님 이야기가 놀랄 만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로님이라면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을 터인데 그것이 놀랄 만한 이야기라니….

술 마시는 장로님들을 보며 놀라는 것이 아닌 술 마시지 않는 장로님을 보고 놀라야하는 기막힌 이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주소라는 말이다.

성경에는 분명히 술 취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씀은 구세대의 잔여물이 아닌 지금도 유효한 말씀이다. 술을 얼마만큼 마셔야 취한 것이냐에 대해 한 잔 마시면 한 잔 만큼 취하고, 두 잔을 마시면 두 잔 만큼 취하는 것이니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말라는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오래 전에 들은 말씀이지만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술에 대한 설교말씀이다. 그 말씀은 많은 사람들이 완전히 공감할 수 없는 말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믿는다.

내가 어릴 때 사용하던 찬송가에는 <금주가>가 들어 있었다. 지금도 희미한 기억 속에 생각나는 가사는 이렇다. “금수강산 내 동포여, 술을 입에 대지 마라. …… 아 마시지 말라 그 술, 아 보지도 말라 그 술, 우리나라 복 받기는 금주함에 있느니라.” 중간에 가사가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만큼 교회에서는 술을 금했다.

아마 이 금주가가 지금 찬송가에 있다면 그것 또한 놀랄 만한 이야기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렇듯 세상은 많이 변했다. 아니 변했다기보다는 그만큼 합리적인 사고로 타협하는 현실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데서 출발한 사고방식이다. 술을 마시든 안마시든 예수는 믿어야 한다는 명제 하에 이러한 현실을 묵인하거나 용납하고 이해하는 너그러운 시대가 오늘날이다.

성경에는 “포도주를 조금하라.”는 사도 바울의 말이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첫 번째 이적이 혼인잔치 집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일이었고, 또 포도주를 가지고 마지막 만찬을 제자들과 하셨다. 이런 것들이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술을 마셔도 되는 합리적이고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왕에 술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짚고 가고 싶다.

술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주 미약할 뿐이고 술이 우리에게 주는 폐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도 많고 또 크다. 가정의 불화, 사회 속에서 범죄의 대다수는 이 술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 우리나라의 술 소비는 OECD국가 중 최고의 나라다. 누구나 최고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요즘은 술 못 마시면 인간관계 맺기 힘들다고 한다. 내 친구의 딸이 대학에 합격한 후 이 모양 저 모양의 신입생 환영회 때 강제로 마시게 하는 술 때문에 학교를 그만 두기도 했으니까.

또 퇴근 후, 회식이라는 명목 하에 밤이 깊도록 술집을 전전하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면서, 집으로 곧장 가는 사람들을 사회생활의 낙오자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문제다.

성도들 중에는 술에 대해 관대한 사람도 있고, 지나치게 철저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세상 사람들은 ‘성도는 술 마시지 않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니 성도라면 자신은 술에 자유함을 얻었다 해도 세상 사람들을 실족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그러고 보니 이전엔 당연하고 평범한 일들이 이제는 놀랄 만한 일로 바뀐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스운 이야기로 ‘아직도 조강지처와 사십니까?’라는 말이 있다. 조강지처와 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것이 놀랄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세태를 풍자한 이야기 같아 맥 빠진 웃음만 나온다. 이렇듯 무엇인가 거꾸로 되어 버린 기막힌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현 시대는 예민할 것에 둔감하고, 둔감할 것에 민감한 시대다. 깜짝 놀랄 일들을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놀라지 않을 일들로 인해 깜짝 놀라는 시대가 되었다.

   
▲ ⓒpixabay_com / qimono / virus-1812092_640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가 목사 아내들의 유니폼처럼 되었던 시절에는 밝고 좀 화려한 옷을 입으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 시대처럼 옷을 입는다면 도리어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1960년대에는 목사님이 다방에 가서 차를 마셔도 비난거리였다. 만일 현세에 그 정도를 비난 한다면 비난하는 사람이 도리어 비난을 받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니 꽉 막힌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세에 찻집에 가지 않는 그런 목사님이 계시다면 그 목사님을 보고 깜짝 놀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어릴 때는 교회에 가면 가운데 넓은 통로가 남녀의 자리를 구분 지었다. 고등학생이 될 무렵에 남녀의 자리 구분이 희미해져 서로 섞여 앉게 되었는데 참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때처럼 남녀를 따로 앉게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교회가 될까?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아니 불과 1,20년 전 만해도 성도가 예배드리러 교회에 올 때는 반드시 성경찬송가를 들고 왔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혹 사정이 있어 빈손으로 교회에 오게 되면 계면쩍어 하며 누구에게라도 빌려서 예배당 안으로 들어와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선생님은 책 없이 교회에 오는 우리들에게 무기 없이 전쟁에 나가는 사람과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산업의 발달로 인해 교회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성도들이 성경찬송가 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성경찬송가 책을 가지고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쩐지 동료의식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았던 옛날이 참으로 그립다. 주일 아침이면 교회에 가는 사람들의 모습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건만 지금은 어디를 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달라졌다. 불과 세월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달라졌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생각할 때 교회도 시대에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 반대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옛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자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하고 옳은 것들은 옛 것이라도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자는 것이다. 세상의 문화 속에 교회가 있지만 요즘은 너무도 교회가 세속화되어 가고 있다. 세상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할 터인데 교회 속에 세상이 너무도 깊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참된 경건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1960년대에 경건했던 사람처럼 산다면, 살라고 한다면 시대를 모르는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비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세상은 윤리도 변하고, 유행도 변하고 다 변하지만 하나님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까지 변치 않으신다는 점이다.

이렇게 변화된 이 시대를 보고 주님은 얼마나 놀라실까?
당연한 것에 놀라는 시대. 당연한 것에 놀라야만 하는 시대.
과연 우리 주님은 이 변한 시대 속에서 어떤 것을 보고 놀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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