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온종일 비가 씻어 내립니다. 나무와 풀잎, 꽃과 길을 씻어 내립니다. 들떴던 마음마저 씻은 듯 가라앉습니다.

얹혀있는 생각이 쓸데없음을 알면서도 욕심의 운동으로 끌어올린 잡념을 걷어내야 합니다. 뭔가 해보려 안간힘 썼던 자질구레한 마음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서서히 힘이 빠지니 정신이 차려집니다.

제각기 다른 소리의 색채와 형태 – 빛의 진동에 의해 모인 파장들로 나를 빚어내느라 열심히 몸의 기능들이 날 자극합니다. 그러나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는 빛에 의해 사로잡힘은 들어오는 감각을 빠짐없이 점검하며 하늘 피로 날 다스립니다.

자비와 긍휼로 덮인 몸이 숨소리조차 죽여야 한다 생각하며 살길을 찾습니다. 빗물에 적시어진 꽃잎에 빛이 닿기 전엔 꽃의 색깔과 모양이 드러나지 않아 그런가, 꽃이지만 꽃 같지 않아 멀리서만 보게 합니다.

Before - 꽃잎에 뽀얀 먼지가 덮여 있는지도 모르는 채 꽃인 줄 압니다. 그러나 빗물에 씻겨진 꽃잎에 닿은 빛은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가 어우러져 꽃의 존재의 의미를 설명했어야 할 before에 대해 부끄러워합니다. 빛은 있으나, 색깔을 못 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하늘거리고 있던….

After – 색채를 낳은 빛은 하나님입니다. 꽃의 생명력은 내면 깊숙이 빛의 비춤은 꽃 속에서 만든 꽃내음으로 시작해 자기만의 색깔로 꽃에게 이름을 줍니다.

▲ ⓒ제공 : 디르사선교회

이렇게 생명의 주인이 되신 빛은 before와 after의 시간의 내용을 가르쳐주며 여름비로 생각을 씻어내립니다. 긍휼의 의미가 흐르는 삶이 날마다 지나갑니다. 새해 1월 15일부터 25일 6개국에서 모인 23명의 선교사님과 목사님, 성도님들은 모두 빗물에 씻긴 빛을 받은 꽃처럼 환했습니다.

독특한 향내로 빛에 의해 서로를 빚어주는 생명의 빛은 서로를 빛에 취하게 하며 빛의 하나님을 닮게 합니다. 빛 가운데 춤추는 생명의 환희는 우리의 영과 혼, 육체를 움직이는 주인입니다. 가끔 내려지는 여름비는 before와 after를 더욱 선명하게 분리해 가슴을 열게 합니다.

멀리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에서 오신 guests를 향한 설렘과 두려움의 before는 함께 이어진 시간 속에 모두를 guests도 host도 없는 after를 빚어냈습니다. 보이지 않는 참 host의 품속에서 자연의 선율을 따라 춤을 추는 작은 아이들과 같았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기뻐하는 아이들, 그리고 100년이 넘은 옛 성전에 어려진 수많은 회개의 간구의 영은 쉽게 동화되는 사춘기 아이들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인간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 운동하는 순결한 십자가 사랑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긍휼’의 의미를 선물하며 모두는 주의 품에 안겼습니다.

빛으로 반죽이 된 이야기를 제각기 뿜어내며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합니다. 숨어있던 빛의 따스한 긍휼에 언제나 동일하신 주님을 마음껏 노래하며 찬양했습니다. 1박 2일, 2박 3일, 3박 4일 비행기를 타고 아주 멀리서 온 before는 비어있던 가슴의 공간을 애써 채우며 after를 만듭니다. 또 하나 나의 before와 after를 준비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비로소 쌓여 있던 숱한 감정이 감사를 몰아냈던 요인이었음을 발견하며 새로운 감사의 씨를 다시 수고로이 심게 합니다.

나 역시 먼 곳 손님들에게 기쁨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둠이었음을 날 누른 어둠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흐르는 빛의 운동으로 영원을 향해 달리는 빛과 어둠은 하루에도 수없이 넘나들지만, 언제나 빛은 이깁니다.

새 침대시트 사다 며칠 빨았던 before와 다시 며칠 걸려 일주일 사용한 침대시트 빨아 차곡히 개켜놓은 after는 변함없이 빛 가운데서 진동되며 시간과 에너지의 계산을 넘어 하늘 감사를 빚어줍니다.

손님도 주인도 없이 춤을 춘 사람들은 서로 찍어낸 사진들을 주고받으며 사랑의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있어 감사했습니다.” 서로 내보인 용감한 사랑이 대견하고 감격스러워 자꾸만 이야기하고 싶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