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교회 연합 핵폐기장 반대 집회
  평화적 사태 해결 위해 간절히 기도
“장기적 안목으로 조금씩 희생하자”

원전수거물 관리시설(핵폐기장) 건설 계획으로 전라북도 부안 지역이 몇 개월 째 몸살을 앓고 있다. 11월 29일 부안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핵폐기장 반대’를 요구하며 곳곳에 걸려 있는 노란 깃발과 커다란 곤봉을 메고 서있는 전투경찰들의 삼엄한 눈초리였다. 거리마다 주민들과 경찰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아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 부안 지역 교회가 연합해서 반대집회에 나서고 있다.

이곳 기독교인들도 핵폐기장 반대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핵정책 반대를 위한 부안 기독인 모임’을 만들고 연합집회와 십자가 행진을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회장 이강산 집사는 “하나님께서 땅의 모든 것을 잘 다스리라고 말씀하셨지만 핵은 생태계의 엄청난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무서운 것”이라며 “인간들이 하나님이 지어주신 것보다 잘 만들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름답게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주교나 원불교에 비해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컸던 것은 아니었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군민 대책위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황진형 목사(부안제일교회)는 “다들 목숨을 걸고 반대를 외치는데 교회만 침묵으로 일관해 원성도 많이 들었다”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10개 교회가 연합해 수요일마다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교회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태도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특히 기독인들이 시작한 십자가 행진은 핵폐기장 백지화 운동에 큰 구심점이 됐다. 이강산 회장은 “주민들이 모임을 가질 수 없도록 집회장소를 경찰이 원천봉쇄 했지만 여리고성을 무너뜨리는 심정으로 십자가를 들고 나가 돌파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부안 주민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11월 29일 부안 수협 앞 반핵민주광장에서 열린 ‘7만 부안군민 결의대회’에서도 나무 십자가를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십자가를 들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유현렬 집사(부안중앙성결교회)는 “핵폐기장 건설 계획이 백지화될 수 있도록 매일같이 기도하고 있다”며 “참여정부가 주민들의 소리를 받아들여 하루빨리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평화적 사태해결을 위한 성도의 간절한 기도가 응답되기를 기대한다.

지역 원로 강희남 목사는 “위도에 핵폐기장이 건설된다면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우리들의 요구는 정당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30일 전주완산교회(김동문 목사)에서는 ‘부안의 평화를 위한 연합예배’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부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북인권선교협의회 백남운 목사(효자동교회)는 “핵폐기장 건설이 국책사업이라면 어딘가에는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지리한 싸움을 끝내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아마 이 땅 어디에도 핵폐기장 건설을 유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

황진형 목사는 핵폐기물을 현재처럼 원자력 발전소 내에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설사 짓는다 하더라도 과학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서 선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