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에 있는 경동교회(박종화 목사) 예배당은 건축적 측면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독특한 외형 속에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내부공간을 품은 1981년 완공된 현재 경동교회의 예배당은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 중 한 사람인 고 김수근 씨의 작품이다.

▲ 창이 없는 외벽은 외부와 예배당을 구분하는 느낌을        준다.

경동교회 예배당의 외형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예배당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정면에 있어야할 시원스런 입구도 없고,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화려한 창도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회가 상징처럼 지니고 있어 도시의 야경을 지배하는 첨탑 위에 걸린 네온 십자가도 찾아볼 수 없다.

붉은 벽돌로 지어져 마치 오래된 성의 모양을 띄고 있는 외벽의 분할면은 부분부분 돌출된 벽돌의 배열로 인해 하늘로 향하는 형상이다.

둔탁하면서도 강인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던 메인타워의 기세는 끝에 다다라서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 분할면으로 된 외형은 모두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마치 여러 사람이 둥글게 모여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혹은 기도하기 위해 손을 살며시 모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동교회 예배당의 외형은 밝음과 화려함이라는 수식어보다는 경건과 웅장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 건물뒤쪽에 있는 출입문으로 가는 길.

예배당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지막한 계단 길을 따라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동교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계단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는 도상에서 주님이 걸었던 십자가의 길을 경험하게 한다.

이 계단길은 건물 뒤편 출입문을 지나 계속 올라가서 옥상교회에까지 다다르게 돼 있었다.
아쉬운 점은 건축당시 있었던 천장이 개방된 옥상교회가 지금은 지붕을 덮어 공연장 형태의 ‘여해문화공간’으로 꾸며져서 더 이상 햇빛과 별빛을 받으며 하늘로 열린 예배당에서 예배드리는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해문화공간’은 지역사회의 문화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출입문을 열고 예배당 내부로 들어가면 외형에서 느꼈던 경건함은 더욱 심화된다. 내부는 로마시대 동굴교회인 카타콤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 내부벽은 노출콘크리트로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내부 외벽은 노출콘크리트로 방치해 긴장감과 함께 차분함을 이끌고, 중앙 제단 위의 십자가는 메인타워에서 떨어지는 자연광으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수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제단의 느낌과 수평으로 감싸는 가로보를 중심으로 펼쳐진 비대칭적 회중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모든 것이 제단으로 집중되게끔 배치했다.
지하에 있는 소예배실과 친교실에서 예배당으로 오르는 미로와 같은 내부 계단은 오르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시간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 경동교회의 가장 큰 매력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한줄기 빛이며 하늘과 땅사이에 십자가가 있다.

예배당에서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 출입문을 향해 돌아서면 들어올 때 잘 보이지 않던 작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여러 십자가 모양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격려한다.
좁은 출입문으로 인해 바깥으로 나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 시간을 이용해 성도간의 친교의 시간을 노린 건축가의 의도가 발견된다.

경동교회 예배당은 경건한 예배를 드리기 위한 건축물로는 아무런 흠이 없다. 하지만 교회의 다른 기능, 즉 친교와 교육의 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지하의 친교실과 본 건물 뒤쪽의 교육관이 이 기능을 감당하고 있다.

비록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하나님과 인간이 만난 바로 그 장소에서 인간과 인간과의 만남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축가의 말처럼 경동교회 예배당은 오로지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하느라 경건함을 잃어버린 현대 교회 건축물들에게 하나님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주변에 가 볼만한 곳>                             남산 야생화 공원 남산에 있는 하얏트호텔 맞은 편에 위치한 남산공원 한남지구는 남산 야외식물원, 남산전시관과 함께 남산 야생화 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야생화 공원은 지난 1994년 철거된 외인아파트 지역에 들어선 3천 평 규모의 생태공원으로 소나무와 회양목 등의 나무와 함께 총 186종의 야생화로 꾸며져 있다. 수생식물 및 수변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연못 및 습지생태원’과 ‘사계절 야생화원’을 비롯해 소나무 아래 음지를 이용한 음지식물도 관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또 대나무로 꾸며진 ‘죽림원’과 암석 및 바위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볼 수 있는 ‘암석원’도 한 쪽 면을 꾸미고 있다. 남산 야생화 공원은 24시간 무료개방하고 있고, 낮에는 가족단위의 소풍객과 아침·저녁으로는 산책하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