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죽을 것 같은 꿈속에서 절망하다 내가 침대 위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느껴질 때 꿈이라는 현실은 안도감과 함께 깨어납니다. 꿈속에서 꿈같은 일을 만나면 꿈을 깬 현실이 아쉬울 테지만, 난 아직 그런 꿈을 꾸어보지 못해서 그런가 꿈은 피곤을 준다 생각합니다.

언제나 기도 속에서 만나는 아침은 절박한 진실입니다. 그건 내 속이는 몸을 이기신 예수님과의 만남만이 진실한 하루를 산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웰링톤에서 손님이 저희 딸을 만나러 왔습니다. 약 2시간 차를 타고 온 외국인 남편과 사는 한인 여자분은 21살 아들 생일에 가르쳐준 한국말 일기 쓴 것을 모아 엄마가 예쁘게 책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입니다. 내심 맘 편하게 한국말로 이곳 이야길 편안히 듣겠다 싶어 딸에게 연실 잘 만들어드리라고 쓸데없는 군소리를 하며 동석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우리 집 같은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이야기합니다. 1달러 2달러짜리 화초를 중고품 가게에서 사며 애써 화초는 중고가 없는 거라고 스스로 자존심을 세우며 심어놓은 꽃들로 채워진 우리 집 정원이 좋았나 봅니다.

정말인가 싶어 다시 집을 돌아봐도 꿈이 될 만한 것은 내 눈엔 안 띕니다. 이분이 너무 영적이라 이런 것도 꿈이 되는가 보다 생각을 정리합니다.

화초를 심을 수 있는 땅과 적은 돈, 마음에 여유 그리고 흙을 만질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로 가꾸어진 정원입니다. 틈틈이 잡초 뽑을 때도 쓰레기통을 여닫을 때도 꿈에 불과한 인생이라는 진리를 알게 하심으로 채워지는 삶일 뿐입니다.

공기 좋은 시골 집값이 싸서 찾아와 없는 것도 은혜라고 믿고 있습니다. 꿈 같이 잠깐 머물다 갈 인생 가운데 “범사에 감사”의 명령이 내 몸에 수행되기 위해 난 기도합니다.

▲ ⓒ제공 : 디르사선교회

옆집 뒷집의 멋진 디자인 집을 헤치며 우리 집 주변을 한 번 돌아보리라 나섰습니다. 와! 길가에서 보이는 정원이 기가 막힙니다. 빛을 담은 나무는 빛났고 꽃들은 저마다 생기를 담아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느 쪽으로 돌아봐도 나무색깔과 크기 배열이며 잔잔한 꽃들 틈 고급스러운 소품이 앉아있는 정원은 우아한 주인의 품격을 보는 듯했습니다. 우린 있던 연못도 감당 못해 모두 메운 판인데, 연못에 띄운 꽃들은 예술적 감각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차를 세워놓고 울타리 밖에서 사진을 찍다 주인에게 들켜 아쉬운 대로 책을 쓰는 사람인데 책 속에 정원 사진을 넣고 싶어 울타리 안 정원을 구경하고 싶다 했습니다. 정원잡지에도 실렸던 화려한 경력을 주인이 소개합니다. 내 눈도 꽤 괜찮다고 내심 생각하며 숲 같은 정원을 둘러봅니다.

하나님 주신 자연과 인간의 심미감의 어울림. 짙은 땀과 인간의 열심을 뺏은 빛을 정원을 들여다보니 기쁨이 빠져 있다고 느껴집니다. 정원 일에 빨갛게 익은 여인의 고생 배인 얼굴은 뭔가 질서를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인의 이야긴 아버지와 오빠를 한 해에 잃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은 유방암으로 가슴을 잘라내며 정원은 투병을 위한 피난처와 치료자였습니다. 여인의 슬픔과 고통의 시간 속에 기름진 흙으로 피워진 꽃과 나무의 정원은 아픔의 흔적이 배인 여인의 얼굴과 공명합니다. 꽃과 나무 속에 진동된 여인의 눈물은 정원에 어려져 있음이 내에게도 울려집니다.

아름다움은 진실하고 정직히 겪은 삶 속에서 구워진 항아리와 같다는 말이 공감되며 여인의 가버린 시간이 환한 기쁨으로 피어나길 빌어줍니다. 색채와 형태의 절묘한 어우러짐으로 빚어진 우아함을 고통의 대가 없이 가지려 했던 욕심스런 날 되돌아보며 웃어줍니다.

그리고 1달러로 꾸며지는 정원에 비춘 빛은 내 노래를 만들며 하늘 길을 열어줄 겁니다. 바다 건너 멀리 내 고향 사람들과 꿈 이야기로 온밤을 새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