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역내 승강장에 설치된 ‘사랑의 편지’라는 글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은 ‘사랑의 편지’는 바쁘게 지하철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짬을 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글귀를 적은 ‘사랑의 편지’는 지하철기독교선교협의회(www.smission.org, 회장 김삼봉 목사)가 운영하고 있다.

지하철기독교선교협의회는 1984년 9월 ‘서울지하철기독교신우회’로 시작했으며, 1985년 10월에 서울지하철기독교선교협의회(이하 지하철선교회)를 정식으로 창립했다.

지하철선교회는 문화봉사차원의 선교사역을 펼친다. 직접적으로 전도지를 배포하거나 ‘예수 천당’을 외치는 방식이 아니라 지하철 환경 속에서 변화된 삶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간접 전도의 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지하철 내의 질서·청결운동 등이 그것이다. 창립당시부터 선교회를 담당해온 사무총장 류중현 목사는 “21세기 전도법은 바로 생활전도”라며 “기독교문화가 사회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하철 선교의 취지를 설명한다.

지하철선교회의 대표적인 사역은 앞서 언급한 ‘사랑의 편지’이다. 1987년부터 지하철 객실 내에 쪽지형식으로 배포되기 시작해서 현재 액자형식의 ‘사랑의 편지’ 까지 이르고 있다. ‘사랑의 편지’는 처음에는 일반인들의 소리를 실으려고 했으나 현재는 교단작가나 시인, 언론인이나 저술가들의 글을 싣고 있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글은 최대한 피해 서민들의 정서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규장문화사와 두란노서원, 총신대학교의 협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읽는 독자 중 언제 새로운 글로 교체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사랑의 편지’와 함께 지하철선교회의 중요한 사역은 각 지하철역과 인근지역 교회를 자매결연 시키는 것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각 역마다 한 교회씩 자매결연이 맺어져 있다. 이중 100여 교회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교회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자매결연사역으로 인해 질서운동, 우산빌려주기 등 수많은 일들이 가능하게 됐다.

우선 지하철선교회는 초창기부터 지하철 내의 기초질서운동을 실시해 왔다. 현재는 자매교회와 함께 정기적으로 지하철 내 질서지키기, 금연운동, 친절운동 등의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1일에는 전 역에서 질서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또 자매결연교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역당 100여개의 우산을 비치해 갑자기 비가 오는 경우 인근 지역주민에게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상담실로 이용할 수 있는 쉼터와 독서마당도 인근교회와 연합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자매교회가 주최해 지하철 공연을 개최하기도 하는데, 이미 20~30군데 역에 공연장이 마련 돼 있어 어린이 합창이나 친숙한 클래식 연주 등의 방법으로 지역주민에게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류중현 사무총장은 앞으로 노인문제 해결도 지하철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한 역에서 8명의 노인을 안전요원으로 고용하고, 임금을 국가와 교회에서 반씩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지역교회에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은 아니죠. 그렇게 되면 날로 심각해지는 교회내의 노인문제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돈이 아니라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류 목사는 교회는 근본적으로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지적하면서 “한국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소외계층을 더욱 소외시켰다”며 한국교회는 서민들이 모이는 공간인 지하철 선교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사무총장 류중현 목사 “지하철은 인생만물상입니다. 때문에 교회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공간이죠.” 지하철기독교선교협의회 류중현 사무총장은 하루 60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한다. “갈곳이 없어 지하철을 타고 하루종일 돌고 도는 이들이 1천여 명이나 됩니다. 지하철은 노인과 장애인, 방황하는 청소년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들에게 한국교회는 교회가 당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류 목사는 지하철기독교선교협의회가 직접 선교하는 기관이 아니며 생활전도를 하는 기관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존교회가 사회운동을 통한 선교를 이해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한다. “지하철 내의 쉼터와 사랑의 편지로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죠. 지친 이들에게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접근을 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겁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기독교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행동을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