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무겁게 내려앉은 궂은 날씨는 어디론가 가고 싶게 합니다.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인 듯 점심 준비할 식빵과 몇 가지 필요한 생필품이 떨어져 쇼핑을 간다 부산합니다. 난 외출할 기회가 생겼다 싶어 옷을 챙겨 입고 부리나케 쫓아나갈 준비를 합니다. 쇼핑은 이곳 물가를 잘 아는 아이들의 몫인 줄 알지만, 그냥 답답해서 나갈 뿐입니다.

값도 양도 가늠하지 못하는 난, 그래도 엄마다 싶어 한 잔소리가 싫어 아이들은 함께 가고 싶지 않은 눈칩니다. 지루한 이곳 생활에 뭔가 자극을 느껴야겠다는 계산으로 모르는 척 따라나섭니다.

세상은 돈을 매개로 하여 주고받는 삶으로 계산돼 엮어집니다. 계산해서 물건을 사고, 물건값 또한 계산해서 주게 됩니다. 내 몸 또한 하나님께서 만드신 생명의 법에 따라 자동으로 적절한 수면과 영양, 운동이 계산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계산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면서도 계산 빠른 사람을 서로 질색합니다. 머리의 계산이 보이는 사람은 사람 맛을 못내 쉽게 돌아서게 하기도 합니다. 저절로 돌아가는 머리를 멈출 수가 없는 죄인의 몸은 불쌍합니다.

부자 되려 할 수도 가난할 필요도 없이 붙잡혀진 삶에 이어진 시간은 아무 계산 없는 것 같지만, 하나님 계산속에 있습니다. 어린이 선교 시키시고 하나님 계산으로 우리 애들 병원 갈 시간도 없게 하셨다 싶어 감사하고, 또 애들 대학시험 날짜 몰랐어도 하나님의 수학 가운데 딴짓 못하게 하시려 공부시키신다 싶어 이것저것 감사하다 보니 계산은 실속 없는 헛짓이라 하나님께 배웠습니다.

그러나 막상 물건 위에 부쳐진 가격표를 보면 신선도와 내용의 함량표를 검토하느라 눈이 부릅떠지며 치밀한 계산을 돌립니다. 목숨까지 주신 사랑의 생명 운동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걸 알면서도 머리 돌리는 사람이 꽉 차있는 쇼핑센터. 계산과 조건을 보고 움직이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다른 이에게 침이 마르도록 전해주었으면서도 힘없이 내 머리는 돌아갑니다.

해가 뜨고 지며 날씨가 덥거나 시원해지는 것도 하나님 계산 안에 움직입니다. 만약 태양계의 수치가 조금만 오차가 생겨도 모두는 재가 될 것이라고 명백히 알면서도 계산이 앞장을 섭니다. 인간의 계산은 풀꽃과 흰 구름을 보지 못하는 장님으로 만들기도 애통하는 자와 애통할 수 없는 죽이는 일을 합니다. 죽지 않으려 계산하다 죽는 일을 만듭니다. 거짓말쟁이는 바보짓만 골라 합니다.

▲ ⓒ디르사선교회

값진 진주를 찾는 진주 장사는 값진 진주를 단번에 알아보고 진주를 사기 위해 모든 소유를 내놓고는 기뻐합니다. 기쁨의 예수님의 생명은 자신의 생명을 만나 계산 없이 자신처럼 사랑합니다. 진주의 값입니다. 진주 같은 삶은 진실을 알아보고 진실을 신뢰해 하나님의 계산으로 선택된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음흉스럽게 혼자 계산하다 모른 척 가만히 기다리셨던 하나님께 들켜 얼굴 붉힌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짝퉁으로 진품인 척 볼품 좋게 보이려다 너절한 짝퉁의 본색은 드러납니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스런 하나님의 계산은 십자가를 머리에 꽂아주어 당신의 것인 것을 표시합니다. 십자가 – 하나님의 긍휼의 의미를 배웁니다. 인간의 계산을 죽이시려 하나님도 계산이 있으셔서 아들을 십자가에 올리셨나 봅니다.

주책없이 내가 아는 수학을 하다 하나님의 꿀밤을 머리통에 맞고야 정신을 차립니다. 이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긍휼을 배우는 일은 교양과목이 아닌, 전공과목입니다.

날마다 내게 긍휼은 풍성한 은혜의 날개를 느끼게 하여 열심히 따라갑니다. 욥은 자신의 의로움을 계산하려 풀어놓다 입을 다물고 갑절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계산해봤자 소용이 없었습니다. 주모의 손을 바라보는 하녀처럼 그냥 십자가 위에 주의 눈을 바라봅니다.

등에 업힌 갓난아이가 돼야 한다고 계산된 난 언제 갑자기 어른이 될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수학은 사랑이라고 조금씩 믿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