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및 정부 출범 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백악관집무실인 오벌룸에서 오바마캐어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회 양원까지 장악한 화려한 공화당 재집권 시대를 열고 과거 로날드 레이건 정권 때보다 더 많은 복음주의 인사들을 동원해 사상 최고의 보수 진세를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트럼프 정부가 가장 먼저 과감히 시행해 낼 일은 그동안 공화당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오바마캐어(저가의료법 ACA)의 전복. 트럼프 신임 대통령은 이를 서슴없이 단행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복음주의의 일대 반전과 승리인 양 반기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돌발 변수 같은 트럼프의 충격적인 당선과 공화당의 집권에 대해 악몽처럼 여기는 등 양극의 갈등은 여전하다. 특히 정부의 지원 아래 거의 자유시대를 구가하다시피 한 친낙태주의자들, 친동성애자들은 그렇다.

▲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백악관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오바마캐어는 지난 2010년 제정되어 2014년 시행이 시작되면서 모든 단체와 회사들이 낙태도움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등 낙태 강력지원, 성소수자들의 인권옹호 정책, (옛이름)'베리칩'의 강제이식 의혹, 또한 덩달아 이뤄진 동성혼 합법화 등으로 복음주의자들의 실의와 절망감까지 자아낸 바 있다.

연방정부는 2010년에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미국인의 수를 늘리고 건강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이 법률을 승인한 바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자신의 첫 과제는 헬스캐어라고 사전에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데스크에서 '폐지'된 법안이 의회에서도 폐지될지 어떨지는 첫 100일이 지나가면서 알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앞서 1월 13일 연방의회 하원은 오바마캐어를 뒤집을 첫 단계로서의 새 예산안을 227대 198 표결로 통과시켰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오바마캐어 폐지를 향한 첫 발걸음을 이렇게 내디뎌 이 법이 초래한 문제들로부터 국민들을 풀어주는 데 우리가 일보 근접한 셈"이라고 취지를 말했다.

더 중요한 과제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제도를 제공하는 것.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도 오바마캐어 폐지안에 반대하고 있어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도 남음이 있다.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의원 등은 공화당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낙태시술을 앞장서 도와온 가족계획(PP) 등에게서 민주당 시절의 지원금을 앗는 일을 거부하고 있다. 수천만 태아들 35%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 큰 몫을 해온 PP는 이번 정권 아래 지원금 대량을 박탈당하게 된다.

한편 새 정권 출범 당일인 2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기타 정계와 종교계의 주요 인사들은 백악관 근처의 세인트 존 성공회당에서 기념예배부터 드렸다. 이 예배에서 라벗 제프리스 목사(댈러스제1침례교회)는 '하나님이 한 지도자를 택하실 때'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트럼프를 구약의 총독 느헤미야로 비유했다.

이어서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트럼프에게 초청받은 4명의 신교 지도자들을 비롯한 6명의 종교계 명사들이 기도와 축도, 축사 등을 했다. 국내 400여 중남미계 복음주의 회중의 네트워크인 전국히스패닉기독교리더십컨퍼런스(NHCLC)의 새뮤얼 로드리게즈 회장은 "모든 국민들이 공원을 뒤덮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인용한 마태복음서 5:3-11, 14,16절 등을 '희망의 메시지'라며 "연방의회와 미국, 이 광경을 지켜보는 세계 10억명 등 지구인들의 상처를 치유할 유일한 힘은 하나님이심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남미 출신으로 트럼프의 제한 이민정책에 거부감을 가져온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초청받을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취임식 순서에 참여한 성직자로는 최초의 중남미계 복음주의자, 최초의 푸에르토리코 사람, 최초의 하나님의성회(AG) 소속 목회자 등의 기록을 세웠다. 그는 "무릎이 떨리더라."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거기 서있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4명의 개신교 목회자들은 이날 평소 무신론자들의 지적과 반대를 개의치 않고 모두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마무리했다. 특히 폴라 화이트 여목사는 평소 외쳐온 번영복음 때문에 교계 다수의 지탄을 받아온 데 신경이 쓰인 탓인지 관련 용어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비교적 건전한 내용으로 기도했다.

화이트는 이날 하나님께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부대통령에게 지혜와 은혜, "하나님 앞에 영예롭고 의로운 일을 위해 서있을 힘"을 구하면서 잠언 21장을 인용했고, 아버지와 아들,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멘토인 일신론(Oneness) 오순절교의 T. D. 제익스 목사처럼 성삼위를 믿지 않는 것으로 일각에 알려진다.

축사를 맡은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는 이날 트럼프의 취임 연설 전 내리기 시작한 비에 대하여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님, 성경에서 비는 하나님의 복의 징표입니다. 대통령께서 단상으로 올라오실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요. 하나님께서 님과 가족, 행정에 복 주시길 기도하며 미국을 복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엄은 또 디모데전서 2:1-6을 덧붙였다.

또한 주말인 21일 워싱턴내셔널커시드럴 대성당에서 열린 전통적인 취임후 국가기도회에서는 해리 잭슨 감독(메릴랜드벨츠빌 호프기독교회), 그렉 로리 목사(남가주하베스트크리스천펠로십), 데이빗 제러마이어 목사, 로니 플로이드 남침례교 전총회장, 데이비드 스완슨 목사(복음장로교회) 등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을 비롯, 로마 가톨릭, 그리스정교, 오순절, 성공회, 몰몬교, 유대교, 시크교, 바하이교, 불교, 힌두교, 미원주민토속종교 등 다양한 종교계 인사들이 초종파적 기도를, 리버티대학교 프레이즈콰이어가 '믿음으로 우리 여기까지 왔네' 합창을 했다.

이날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의 딸인 씨시 그래엄 린치 여목사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조카로 반낙태운동가인 알베다 킹 씨도 각각 기도순서를 맡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류교단인 장로교 교인이지만 교회예배에 주기적으로 참석하진 않고, 매년 성탄절에 자신의 부동산의 하나인 플로리다 팜비치의 저택에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커리즈머뉴스 필자인 마이클 스나이더 '미국꿈의종말'(EAD) 설립자이자 발행자는 트럼프 취임행사에 예언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특히 취임후 첫날인 2017년 21일이 트럼프의 나이 정확하게 70세 7개월 7일째인 점과 함께 새해가 유대력 제 5777년인 점도 꼽고 완전수이자 '행운의 수'인 7이 트럼프 주변에 너무도 많다는 점을 좋게 해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치러진 20여만명(일설 100만)의 여성행진(WM)은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전반적으로 트럼프의 등장에 반대하면서 노골적인 낙태옹호 정신을 부각했다. 이날 여성행진에는 페미니스트, 동성애자 등도 참가했으나 전통적으로 낙태를 반대해온 프로라이프 여성들은 참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