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근대 서구의 계몽(Enlightenment) 사상이 몰고 온 세계의 세속화 바람은 현대에 이르러 그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하비 칵스 등 현대 세속주의 신학자들이 예견한 대로 세계는 빠르게 세속화돼가지만, 복음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으므로 설교도 여전히 진리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한 신학자가 역설했다. 앨버트 몰러 박사(칼럼니스트, 서든뱁티스트신대원 총장)는 '세속주의, 설교, 현대의 도전'이라는 최신 칼럼에서 이런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간추려 본다.

크리스천들이 모이는 곳마다 말하는 공동 관심사 한 가지는 진리를 남에게 전달하는 작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 낯설게 느껴져 간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남에게 진리를 말하기란 터프한 비지니스이며 담력이 약한 사람들에겐 더군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시대는 점점 더 낯설어져 간다.

설교자로서 우리는 시대가 얼마나 점점 더 이질적으로 생소해져 가는지를 인지한다. 진실 되게 강단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제 설교자들은 과거에 진지하게 또는 아예 가져보지도 않은 질문들을 물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 대다수는 설교가 과거 (서구)문화 속에 차지했던 두드러진 위치에서 축출돼 가는지를 또한 체감한다. 우리들 다수는 이 시대에 설교는 왜 과거보다 더욱 더 도전을 받느냐고 묻곤 한다.

▲ 문화의 세속화에 대한 설교자의 대응자세는 변함없어야 한다. ⓒvisionroom

이 물음에 대한 궁극적인 답변은 우리가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는 이 시대가 세속시대이기 때문이란 것. 설교자와 신자로서 우리는 이런 세속화 성향을 이해해야 하며, 이 도전에 대한 정상적인 기독교적 반응은 신실하고 명확하고 정보적이고 해설적인 설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적, 문화적 변화를 대표하는 세속화(secularization)라는 개념은 가장 최근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것이었다. 세속화는 여러 기존 사상적 변혁들의 바탕 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산업혁명, 심지어 기술적 발전 등이 없이는 세속화가 가능할 수 없었다.

이런 지적, 사회적 성향들이 자리잡자, 일종의 학적 훈련으로서의 세속화 이론이 뜨기 시작했다. 이를 세속주의(secularism)라 한다. 이론 제기자들 대부분은 세속화가 현대화의 시녀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 이론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는 하나님을 시대에 부적절한 대상으로 삼았기에, 필수적으로 불가피하게 세속사회를 낳는다. 현대주의는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안적 답안을 제공하기에 유신론은 이젠 더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

세속주의 현상의 가장 중요한 이론가 한 사람이 하비 칵스 교수(하버드 신대원)다. 그의 책, <세속도시>는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해가고 점점 세속화돼가고 있음을 미처 알지 못한 크리스천들에게는 가히 혁명적인 충격파였다.

물론 그즈음 세속화를 가리키는 수많은 문화적 징후들은 수십 년 훗날만큼 뚜렷하진 않았다. 오히려, <세속 도시>가 발행되기 불과 10년 전 대통령 드와잇 아이젠하워가 기독교 신앙을 공적으로 고백하면서 세례를 받은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당대가 오늘날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비 칵스는 서구사회 안에 지질구조학적 문화변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실상을 드러내 보인 셈이 되었다. 이런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칵스는 서구사회 특히 도시의 미래가 현저히 세속적일 것을 내다봤다. 또한 세속주의는 결국 유신론의 쇠퇴로 특징화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세속화현상의 또 다른 이론가가 독일 사회학자이자 철학가인 막스 베버(Max Wever)다. 그는 모든 인간시대에 걸쳐 인류 대다수는 '홀려' 산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이전 시대의 인류는 삶의 가장 기본적 물음의 모두에 대한 답변을 '홀림(enchantment)' 같은 초월적 대상 곧 종교들에게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베버가 볼 때, 토템 사상조차도 삶의 최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고 초월적 대상에게 호소하는 형태이다. 베버는 그러나 현 시대가 '홀림'의 주체인 초월자 대신에 순수 자연세계관을 갖게 되는 탈신화화 내지 '탈신화(脫神化)'(disenchantment)를 몰고 왔다고 논술했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세속주의 이론가들은 조만간 '탈신화' 현상이 온 서구세계를 뒤덮을 것이며 따라서 조직종교와 권위가 사라질 것을 확신했다. 그들은 자기 생시에 이것이 이뤄질 것까지 절대 확신했다. 그런데 그런 확신의 결과는 어떨까? 다소 복잡하다.

유명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 교수는 학자들이 예감한 대로 유럽 대륙이 기독교신앙을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깎아내린 세속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세속화 바람은 흡사 "미국 토양 속에 고립된 유럽계 섬들"이라고 할 만한 미국 대학가 지평도 성공적으로 휩쓸어버렸다.

테네시 주립대학교의 극단적 예를 들면, 'he'(그), 'she'(그녀) 등의 인칭대명사를 트랜스젠더들이 선호할 만한 중성적인 대명사 '지(ze 또는 xe)'로 대체할 것을 권유하는 황당한 행정조치를 웹사이트 상으로 교수와 학생들에게 내렸다가 전통 대명사를 제거하려 든다는 둥 온갖 루머가 나돌고 수많은 주의회 의원들이 학교를 징벌하겠다고 나서자 나중 도로 뒤집은 바 있다.

하지만 그밖에도 많은 대학교들이 유럽의 가장 세속적인 곳들과 마찬가지 궤적을 밟아 나아가고 있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다른 사회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대학가의 세속화 바람이 그다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일까? 버거는, 비록 표면상 그렇게 보여도 세속화는 분명히 미국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버거가 지적한 대로, 20세기 기독교는 비인지(非認知) 상태로 전환돼갔으며 그 결과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도덕전통의 구속력은 점점 더 상실돼 가고 있다. 우리의 친구들과 이웃들 다수는 하나님 신앙을 계속 고백하지만, 그 고백은 궁극적으로 도덕적 권위나 인지적 내용을 미처 담지 못하게 돼가고 있다.

바깥에서 들여다본 미국은 유럽 대륙 같은 속도와 수준으로는 세속화가 진행돼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해야 할 내부에서는 신자들의 신앙고백이 신학적 또는 영적으로 약간의 의미성만 띨 뿐 실상 쇠잔해가고 있다는 중요한 문제점이 포착된다.

종교추종자들이 문화적 도전을 받으면 쉽사리 세속 어젠다에 자리를 양보해 버릴 것이라고

본 버거의 예견은 적중했다. 불과 십년 전 대다수의 여론조사 내용은 미국인들 과반수가 동성혼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10년 전 여론조사에 응했던 동일인들이 이젠 정반대의 도덕적 판단을 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버거가 설명한 것과 같이 문화 물결이 사회를 종교적 고백의 '진공' 상태로 몰고 가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자산을 지탱하기 위해 동성애에 관한 도덕적 판단을 기꺼이 내버리고 있다.

버거의 이런 통찰은 설교자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성을 던져준다. 설교자들은, 이제 문화가 더 이상 설교자 자신과 같은 기독교 세계관을 나누지 않는다는 현실과 함께 따라서 설교자가 쓰는 용어나 어휘나 어법은 애당초 의도한 것과 달리 현대 청중의 귀에 전혀 딴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도덕성, 품성, 결혼 등 도덕적 용어의 의미가 주는 인상은 포스트모던 미국인들에게서 급진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 점이 설교 사역을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도전은 그러나 성경 진리가 우리의 사역에 충분완전한 바탕임을 인식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한다. 설교자로서의 우리의 역할은 복음 메시지를 포스트모던 마인드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시대일수록 보다 더 강권적이고 명료하고 권위적이어야 한다.

시대는 변해가지만 설교사역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