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어느 해든 이단설로 법석이지 않은 해가 있으리오만, 2016년은 특히 그런 한 해였다. 라이프웨이연구사와 리고니어 미니스트리가 공동 실시한 2016년 미국신학지평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0%는 역사적인 기독교 신조와 고백을 고백하는 것이 "별 가치가 없다"고 보는 쪽이다. 그러나 정작 2016년은 교리 논쟁으로 얼룩진 한 해 였다. 종교뉴스(RNS)의 관련 보도내용 등 해외이단논쟁 뉴스를 정리했다.

우선 2016년은, 전년도인 2015년에 "무슬림들도 크리스천과 동일한 신을 믿는다."고 주장하는 래리셔 호킨스 휘튼칼리지 여성교수가 대강절을 위한 그녀 나름 '영성훈련'의 일환으로 아랍 회교도 여성들의 히잡을 걸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문제가 된 이래 대학 안에서 이런저런 논란을 야기하다 결국 휘튼 칼리지와 결별했다. 휘튼의 리적 입장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과연 알라신이 기독교의 여호와와 같을까? 호킨스가 지적한 대로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 1세는 그렇다고 주장한다. 사실 천주교는 1964년의 제2 바티칸 공의회 때부터 그런 하리망당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당시 "무슬림들은 우리와 함께 한 분이신 인자한 하느님을 섬긴다."고 주장했다. 이런데도 한편으로는 실상 자기네만 구원이 있는 유일한 참 교회인 양 주장하면서 개신교 교회를 인정치 않아 겉과 속이 다른 자체모순도 지닌 것이 천주교이다.

개신교 일각이 존경하는 기독교 변증가의 한 명인 C. S. 루이스는 그의 나니아 시리즈 끝권인 <마지막 싸움>에서 주인공인 아슬란이 협잡 신인 '타쉬'에게 드린 경배도 "곧 내게 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선지는 모르나 루이스는 임종 때 가톨릭 신부에게 종부성사를 받았다. 흥미롭게도 휘튼 칼리지엔 루이스 작품과 유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여름엔 고백복음주의연맹(ACE) 블로그에 올린 리암 골리거 목사(필라델피아 제10장로교회)의 글이 문제의 불씨가 됐다. 그는 피닉스 신학대학원의 웨인 그러덤 교수(신학 ,성서학)가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 · 종속해야 한다는 성서적 성역(性役)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과는 다른 신관을 전한다면서 그들의 신학에서 예수는 성부 하나님께 종속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러덤은 대뜸 "예수님이 영원히 하나님인 동시 영원히 아들이심은 상호모순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69%는 한 분 하나님은 삼위시라고 믿는다. 그러나 복종 · 종속(subordination) 얘기가 나오면 견해가 쪼개진다. 62%는 예수가 참 하나님이신 동시 참 사람임을 믿지만 51%는 성령님은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성경에 쓰였네'(The Bible tells me so)라고 찬송가는 노래하지만, 정작 "꼭 그렇지만은 않네"라고 딴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경강해로 이름을 떨치다 '늦장' 이혼으로 일대 파장을 몰고 왔던 고 찰스 스탠리 목사(전 애틀랜타제일침례교회 목사)의 아들인 앤디 스탠리 목사(조지아 알파레타 노스포인트교회)는 지난해 8월 "성경이 기독교 신앙의 기초라고 한다면 성경이 과학적, 고고학적 증거로부터 도전을 받을 때 신앙까지도 도전받기 마련이다."고 전제, "성경은 예수님의 존재에 관해 신분증 이상의 증명을 해주지 못한다."며 어차피 성경에 '경외적(extrabiblical) 증거들'도 많은데, 성경의 일부가 자신의 생각이나 현대과학과 모순된다고 갈등을 느끼는 크리스천들이 굳이 신앙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남침례신대원의 앨버트 몰러 박사는 스탠리의 견해가 "신자들로부터 성경권위를 앗아가는, 변증의 재앙"이라고 대갈(大喝)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의지할 하나님의 권위적 계시는 오직 성경뿐이다."며 "우리 신앙의 기초라면 성경보다는 그리스도시지만, 그리스도에 관한 무오한 권위적 바탕은 곧 성경"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인들의 약 절반은 성경이 사람의 할 도리를 말해주는 권위를 지녔다고 믿지만 42%는 이를 부정한다는 게 미국신학지평 조사 결과이다. 성경의 무오성 내지 무류성에 관해 성경의 가르침은 100% 정확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47%이고 이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43%. "성경이 고대 신화들에 관해 도움되는 설명을 해준다"고 믿는 사람들은 44%,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은 45%이다.

1978년 프랜시스 쉐이퍼, R.C. 스프라울, 존 맥아더 등 복음주의자 200여명이 공동서명한 '성경무오성에 관한 시카고 선언문(CSBI)'은 "성경은 그 모든 가르침에 있어 무오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스탠리와 몰러와의 신학적 티격태격은 이뿐 아니다. 지난해 대강절인 12월 4일 설교에서 스탠리는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을 부활의 중요성과 대조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보는 양 말했다. "누군가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관해 예고할 수 있다고 치죠. 저는 그들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별 관심이 없어요. 왜냐면 부활이란 게 너무나 놀랍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독교는 예수님의 탄생의 진리나 심지어 그 주변 이야기 따위에 매달리지 않아요. 기독교는 예수님의 부활에 정말로 매달려요." 그러면서 그는 4복음서 중 마가와 요한은 성탄에 관해 언급하지도 않은 점을 더 중시했다.

'어이 상실되는' 이런 주장에 재차 열 받은 몰러 박사는 "예수님이 동정녀께 나시지 않았다면 누가복음의 이야기는 신뢰할 수가 없다"며 "그런 불신앙은 결국 그 분이 우리에게 성육신을 통해 오셨다는 진리에 관하여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대응했다.

처녀 탄생은 성탄의 핵심 진리라고 강조한 몰러는 1,500년전 같은 이슈를 다뤘던 어거스틴을 상기하고 "사람의 동정녀 탄생이 그들에게 불가능해 뵐수록 우리에겐 더욱 신적으로 보인다."는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했다.

< 사진 1 > 동정녀 탄생을 중시하지 않는 앤디 스탠리 목사 ⓒBNG

몰러는 특히, 동정녀 탄생에 관한 공격이 인기를 탄 것은 "반초자연주의를 교회의 역사적 그리스도관과 억지조화 시키려는 시도의 한 형태로 유행한 계몽시대의 후유증"이라며 "진보신학의 큰 과제라면 모든 초자연적 권능과 신성, 신분과 지위를 벗겨낸 예수를 발명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려면 성경이 그렇게도 명료하게 가르쳐주는 동정녀 탄생을 부인하길 시작해야 했다."고 통찰했다.

그러자 스탠리는 워싱턴포스트에 올린 글에서 "나는 종종 의사전달 스타일 때문에 오해받는다."면서 "교회를 떠난 비신자들이 믿거나 추정하거나 대학교수가 한 말로 기억한 얘기들을 흔히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렇다."고 묘한 '해명'을 했다.

2014년도 퓨리서치 보고에서 미국인들의 73%는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을 믿는다고, 약20%는 "믿지 않는다"고, 6%는 "모른다"거나 대답을 꺼렸다. 성경은 동정녀 탄생을 명확한 진리로 알려주고 있다. 즉 처녀가 아들을 낳으리라는 구약 예언 이사야서 7:14의 성취로서의 마태복음 1:23, 요셉과 정혼한 미혼처녀 마리아를 소개하면서 "아직 남편이 없는 데 어찌 그런 일(탄생)이 있겠냐?"고 한 누가복음서 1:27와 가브리엘이 성령으로 가능하다고 말한 눅 1:35 등이 그러하다. 천주교에는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리아의 (원죄로부터의) 무염시태(1854) 등을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새해 1월 20일 도날드 트럼프의 새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교계 초청 명사중 한 명인 폴라 화이트 여목사의 '번영신앙'에 대하여 마이클 홀튼 교수(캘리포니아 웨스트민스터 신대원)가 본격적인 이의를 제기했다.

홀튼은 워싱턴포스트에다 '복음주의자들은 이단적 사상을 주류계로 끌어들이려는 도날드 트럼프의 시도를 깊이 우려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트럼프에게 초청받은 화이트와 대럴 스캇, 웨인 잭슨, 마크 번즈 등이 모두 '믿음의 말씀(WoF)'으로 알려진 '번영복음' 진영 인사들임을 지적하고, "우리가 선언하는 바에 따라 하나님이 물질과 건강의 웰빙을 제공하신다는 개념은 단순히 경박한 실수 정도가 아니라 신유와 예언, 방언 등의 은사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오순절교의 이질적 지류이고 ‘또 다른 종교’"라고 질타했다.

< 사진 2 > 번영복음의 한 지류인 긍정철학의 시조 노먼 빈센트 필 목사 ⓒGuideposts

홀튼은, '번영복음'은 노먼 빈센트 필의 오랜 베스트셀러인 '긍정사고의 힘(1952)'을 따르는 한 지류와, 트리니티방송사(TBN)와 손잡은 텔리비전 전도자들인 케닛 코플랜드, 조이스 마이어, 베니 힌, T. D. 제익스, 조울 오스틴 등과 연계된 지류 등 두 지류의 '합류점'이라고 분석했다.

전자는 도시 중심으로, 후자는 남부인 '바이블벨트'의 시골 중심으로 번져가다가 결국은 TBN에서 합류하여 전자 진영의 라벗 5슐러와 후자 진영의 코플랜드나 힌 등이 함께 TBN에 정기 출연하기도 했다.

홀튼 박사는 이 두 지류의 원류는 바로 19세기 최면술사 피니어스 큄비가 창안해낸 신사고(NT)라며 크리스천사이언스의 창교자 베리 베이커 에디도 큄비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큄비의 영지주의적 처방은 우리 모두는 오로지 자신의 나쁜 생각 탓에 환자들이라는 것, 질병도 죽음도 모두 환각이라는 것이었다.

하버드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이 '생각 치유'가 다양한 종교경험의 하나로 에머슨 사상에 뿌리박은, "삶에 대한 낙관적 틀"의 하나라고 분석하고, 심지어 힌두교 정령론과 연관돼있다는 주장을 보탠다. 그는 또 '번영복음' 리더들이 "건강한 정신적 태도의 전능한 힘을 믿는 직관적 신앙을 가졌다고 분석.

제임스에 따르면, '믿음의 말씀' 운동은 애당초 이보다 좀 더 복음주의적이었던 '승리 생활' 개념과 큄비의 에머슨식 초월주의를 결합하여 설파한 E. W. 케년에게서 주로 비롯됐고, 이것을 케닛 헤이긴 1세가 폭넓게 유포하게 된다.

케년은 "하나님이 내게 나았다고 말씀하시니 나는 병 나았음을 믿는다"며 "내 몸 속에 어떤 증세가 있든지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 바 긍정고백과 '나열하고 선포하라'는 등 WoF 운동의 핵심 표어들을 앞서 제창한 바 있다.

헤이긴은 케년의 이 사상을 적극 보급하되 신유에 집중 적용하여 '믿음의 말씀' 운동의 '할배' 격이 되었고 급기야 신자를 '작은 신들'이라고 신격화하기에 이른다. 그는 거듭난 신자를 "나사렛 예수와 별 다름없는 성육신 존재"라고 추켰고, 그의 제자인 케닛 코플랜드는 "여러분은 속에 하나님을 모신 게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 신이다."고 주장한다. 크레플로 달러는 한 술 더 떠 "님에게서 인간적인 부분이라면 님이 걸친 살덩이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개인신화적 사상은 인류애적 박애정신 곧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높여 개인을 영웅위인시하는 주요 비밀집단의 제설이나 범신론적 뉴에이지 사상과도 별 다름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번영복음 주창자들중 코플랜드와 달러, 화이트 등 6명은 호화사치성 생활로 주목받은 나머지 지난 2010년 재정비리나 탈세 의혹으로 연방상원 재무위원회(의장 찰스 그래슬리)의 장기적인 집중조사를 받다가 이 조사 행위를 '교회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이들 번영 목회자들을 '교회의 당혹거리'로 단죄했다.

< 사진 3 > 번영신앙의 또 다른 원류인 E. W. 케년 목사 ⓒHFP

1950년대 미국 이민신학자 라인홀드(독일어 라인홀트) 니버 교수는 전자의 첫 지류인 노먼 빈센트 필의 사상을 '거짓 복음'으로 규정했다. 필 목사는 뉴욕시 맨해튼 소재 칼리지에잇 마블 교회의 담임목사로 오래 재직하면서 기독교잡지 '가이드포스트'를 발간했고, 슐러나 한국의 조용기, 김선도 목사 등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필은 아울러 고위급 프리메이슨으로 메이슨 그랜드라지 채플린(단목)과 및 관련 비밀단체인 '슈라이너' 단원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한편 트럼프를 과거 "직접 그리스도께 인도한" 여성 목회자로 알려진 화이트는 트럼프 당선인과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번영주의를 추구하며, 둘 다 조울 오스틴의 열혈 팬이고, 둘 다 (2회 이혼해) 3회 결혼했고 둘 다 도덕적 · 재정적 스캔들을 몇 십년 거친 경력자들이다. 화이트가 멘토로 삼아온 제익스 목사는 이단성 교파인 일신론적 오순절교(Oneness Pentecostalism) 신자이다.

(큰 번영의 씨앗 격인) 헌금을 요구하며 화이트가 강조하는 '씨앗 신앙'은 또 다른 번영복음의 기수였던 고 오럴 로버츠 목사에게서 땄다.

긍정사고철학, 인간 신격화, 재정선언, 형통의 약속 등의 요소들을 신유와 은사 등 기존 오순절교적 요소와 결합시킨 것이 번영복음의 실체이며, 이러한 '번영복음'을 최대한 목회에 활용해온 한 명이 미국 최대규모 교회로 성장시킨 조울 오스틴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