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아침을 만나고 저녁을 만납니다. 그리고 온종일 시간을 만나며 새 하루를 빚어냅니다. 만남은 흐르는 시간 속에 또 다른 만남으로 하루를 엮습니다.

새 동네와의 만남을 위해 문밖을 나섰습니다. 바람과 새소리, 먼발치 차의 경적 소리는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설레임을 내려 앉히며 타향살이 외로움이 습관처럼 밀려옵니다. 난 나와 만날 수밖에 없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웃집 울타리 안 집안 풍경이 궁금합니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각자 삶을 이야기해주는 만남은 뭔가 배울 수 있어 소중합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이 없는 우리 동네 거리가 섭섭합니다. 하기야 나도 온종일 책 읽고 책 쓰고 잠시 나오면 묵묵히 정원에서 풀을 뽑고 이웃에게 얼굴 보여줄 일이 없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주는 무관심이 삶을 차단한다 싶어 손해 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인심 좋은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새로 이사 와 아직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시내 도서관에 갔습니다. 와~ 그곳엔 많은 사람이 제작기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머리 하얀 노인들도 도시로 나간 자녀들에게 이메일을 쓰는지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뭔가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젊은 주부들은 사람이 사는 것 같아 보기에 좋습니다. 이곳 뉴질랜드 사람들의 삶이 만나집니다. 이렇게 새 동네는 내게 만남을 주었습니다. 삶을 엮어가는 시간은 쉬지 않습니다. 다양한 도시의 삶은 시골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만나며 서로의 삶을 채워갑니다.

혼자서 만남을 만들어가는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며 내일의 만남을 준비합니다. 생각은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도 깊은 만남을 주기도 하지만, 역시 다른 이와 함께 사는 삶 속에서 엮어진 이야길 겁니다. 모두는 혼자가 싫어 좋아하지도 않는 세상을 쫓아가며 만남을 만들어 냅니다.

▲ ⓒ디르사선교회 제공

날마다 다른 이들과 만나느라 나를 만나지 못했던 난 나를 만나고 싶어집니다. 나의 만남의 의미는 다른 이와 함께 있어도 언제나 예수님과 만남을 통해 만나집니다. 그분과의 만남은 언제 만나도 오묘하고 멋집니다. 사람들이 없는 이곳은 내 만남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짙은 외로움 속을 뚫고 나가야 하는 내 아침의 고통과의 만남은 만남의 설레임을 주는 신기함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 일들, 그리고 만나지 말아야 할 일들과 사람을 모두 날라다 주는 시간 속에 만남은 이어집니다. 빛과 어둠을 순환시킨 하얀 바탕 그림처럼 빛 속에 들어있던 하루는 각기 색채와 모양으로 온몸에 독특한 냄새를 뿜어냅니다.

노을 지는 저녁엔 가만히 떠오르는 고향의 친구들을 옛날이야기처럼 만들어주며 그리움과 함께 내일을 준비합니다. 구태여 만남을 찾으러 향했던 세상 기억은 지금도 허전함이었다고 생생하게 교훈합니다.

만남 – 내 깊은 만남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 아이입니다. 눈에 보이든지 보이지 않든지 질서와 규칙도 없이 너무 깊어 떼어낼 수 없는 절실한 만남입니다. 만남의 모두를 통제하는 생명의 근원 같기도 합니다. 혼돈한 가운데서도 날 정신 차리게도 내 다급함을 멈추게도 하며 예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약하고 겁 많은 내게 아득한 하늘길을 걷게 하는 용기가 돼 내 만남의 최고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때론 내 미련함을 무너뜨려 주는 기도를 낳게 합니다. 거기엔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사랑의 만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 속을 뚫고 나가게 하는 세 아이와 나와의 만남은 내 삶의 최강력 힘일 겁니다. 약속시간도 필요 없는 온 삶 가운데 세 아이와의 만남은 아마도 하나님 만드신 약속 안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최고의 감사를 만들 거라 믿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