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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새해에 구할 것, 지혜
2017년 01월 12일 (목) 00:37:24 장경애 사모 webmaster@amennews.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사모

내 할아버지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고 싶다. 지금은 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음을 보고 계실 나의 사랑하는 할아버지!(사실은 외할아버지이지만 나는 늘 할아버지로 불렀다. 외할머니도 마찬가지.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냥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호칭한다.) 나의 할아버지는 목사님이셨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많은 이야기꺼리가 있지만,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지혜로운 목사님이셨다고 말씀하신다.

할아버지께서 첫 목회하실 당시(해방 직후)에는 그 시대가 그렇듯이 목사 아내들은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는 것이 보편화된 시대였지만 할아버지 목사님은 학구파로서 목회자셨고, 나의 외할머니 사모님은 일찍 개화된 가정의 여인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셨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러한 할머니로부터 작은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더운 여름 햇빛을 가려주는 할머니의 빨강색 양산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대의 양산을 쓰는 것만으로도 앞서가는 것인데 하물며 그 양산의 색이 빨강색이었으니 구설이 없었다면 이상할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께서도 할머니 양산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를 들으셨다. 이 때 할아버지 목사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결론적으로 할아버지께서는 너무도 지혜롭게, 멋지게 이 일을 해결하셨다.

할아버지의 해결 방법은 이러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 대신 가까운 상점으로 가셔서 지극히 평범하고도 무난한 양산 하나를 사가지고 오셨다. 그리고는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시면서 그 사온 양산을 할머니께 드렸다. 이것을 받아 든 할머니는 생각지도 않은 남편의 선물에 감격한 것은 물론, 그 날 이후로는 빨강 양산 대신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인 그 멋없는 양산을 쓰고 다니셨다고 한다.

   
▲ ⓒpixabay_com / irenne56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먼저는 그런 양산을 들고 다녀 구설에 오른 목사 아내에게 다른 목사님들 같았으면 뭐라고 했을지 생각해 보고 싶다. 그 양산 쓰지 말라는 말을 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목사 아내에게 “생각이 있는 사람.”이냐고 핀잔 또는 꾸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작은 일로 인해 목사 부부가 갈등 내지는 다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고 나면 목사 아내는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그 양산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게름직한 마음에 억지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사 아내의 마음엔 그런 말을 한 성도가 미울 수도 있고 야속한 마음에 목사 아내 스스로 죄인이 되어 마음에 아픔과 상처만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좌절의 마음과 성도들의 눈길을 두려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목사님의 지혜로운 처사로 인해 목사 아내인 할머니는 위에 열거한 마음은 하나도 없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지금 같으면 빨강 양산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고, 또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것도 전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당시엔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을 주는 일이 별로 없던 시대였기에 남편의 선물이 얼마나 기뻤을까? 결국 할아버지의 지혜로운 처사로 인해 교인들의 말을 잠재운 것은 물론 자칫 부부싸움으로까지 번질 뻔한 일이 도리어 부부 사랑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좋은 남편, 애처가로 점수를 땄음이 분명하다.

어느 시대나 목사 아내가 구설에 오르면 교회가 시끄러울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목사가 교회를 사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 사건도 자칫하면 교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구설이 될 사건일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지혜로 인해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또 누구하나 맘 상하게 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해피엔딩으로 종지부를 찍었던 이 사건은 생각하면 할수록 멋진 할아버지의 일상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목사 아내 초년병 시절에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었다. 들을 당시에도 너무도 멋진 할아버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할아버지가 참으로 멋지고, 덕스럽고, 지혜로운 분이시라는 생각이 더 커져만 간다.

지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쩌면 제일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잠언을 보면 지혜로울 것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나 어린 시절 가정예배를 드릴 때, 어머니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실 때마다 솔로몬에게 주신 지혜를 당신의 자녀들에게 달라고 늘 간구하셨던 기억이 난다. 단어의 뜻이 뭔지 인지되기도 전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단어. 그것은 지혜였다. 그래서 나도 내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딸을 위한 기도에 자동적으로 지혜와 명철을 구했다.

요즘 이런 이야기가 있다. 비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남편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 비자금을 잘 숨기지 않으면 아내에게 들켜서 비자금을 몰수당하는 것은 물론 부부간에 있어야할 가장 중요한 신뢰마저 깨져버린다. 그래서 아주 좋은 비자금 은신처를 누가 생각해 냈다. 그것은 아내의 여고졸업앨범이라는 곳이다. 그곳이 왜 좋으냐면 아내들은 여고졸업앨범을 잘 드려다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들킬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들킬 것을 대비해서 비자금을 봉투에 넣어 보관하되 봉투에 이렇게 적어 놓는다는 것이다.

“여보! 돈 필요하지. 내가 당신 필요한데 쓰라고 이곳에 이렇게 넣어 놓았으니 맘껏 써요. 적어서 미안해.”

그 다음은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정도의 애교 있는 멋진 남편이라면 용서될 뿐만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 새록새록 솟을 것 만 같다. 바로 이거다. 이 비자금 문제는 분명 아내를 속인 것이니 범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지혜롭게 대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쁜 남편이기에 앞서 귀여운 남편이 아닐까? 이쯤 되면 부부 싸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적인 사람도 지혜로우면 죄(?)도 용서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성도들은 이보다는 훨씬 더 지혜로워야하지 않을까?

남자가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바보온달을 온달장군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어디 지혜로움이 여자에게만 해당하겠는가? 남자든 여자든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혜로워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지식이 있는 사람보다도 지혜로운 사람을 더 좋아하고 따른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남자가 예쁜 여자를 만나면 3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30년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3대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는데 나로 인해 3대가 행복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새해가 밝았다. 이 새해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본다. 필요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이 새해 초입인 요즘, 지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내 맘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올 한해는 지혜를 구하며 지혜롭게 살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내 할아버지의 지혜, 솔로몬의 지혜, 잠언의 지혜 등 모든 지혜를 욕심껏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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