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는 “얼굴의 굴곡이 심하고 깊은 사람은 동물적이며 본능적이며, 이유없이 화를 잘낸다”라고 그의 비망록에 적어 놓았다. 그는 두개골의 형태에 따라 관상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해부학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지금 소개되고 있는 보스(Hyeronimus Bosch, 1450~1516)의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라는 그림을 보자.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군중들은 하나같이 짐승들처럼 그려져 있다. 이것은 보스가 바라보는 인간 내면 속에 내재되어 있는 죄성을 의미하고 있다. 십자가를 대각선상에 놓고 좌우로 잘려진 인간 군상들은 하나같이 동물적이며 사악하며 악마적이다. 그 중심에 놓여진 예수님은 눈을감고 그 가운데를 지나가신다. 그야말로 ‘세상죄(세상 사람들의 죄)를 지고 가시는 어린양’이시다.

이리와 늑대 가운데 있는 어린양은 어떻게 되겠는가? 곧 희생의 제물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 그림처럼 희생제물이 되실 예수님을 극명하게 표현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약한 어린양처럼 예수님이 희생당하셨다는, 그것으로 십자가의 의미가 모두 설명될 수 있을까? 보스는 이 그림 좌편 아래쪽에 숨은 그림처럼 다른사람들 얼굴과는 전혀 다른 ‘베로니카’를 그려 넣었다.

베로니카는 성서에서는 그 이름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전설로 익히 전해진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오를때 가시면류관이 그의 이마를 찔러서 피땀이 쏟아졌다. 이때 예수의 얼굴을 그녀의 수건으로 닦아 드렸을때, 기적이 일어났다. 예수님의 초상이 수건에 새겨진 것이다. 그후 베로니카는 이 예수의 초상으로 각종 질병을 고치며 죄인들을 구원하는 역사를 나타내었다고 한다.

아직도 여전히 사악하며 죄 가운데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주님의 모습처럼 변할 수 있을까? 인간의 어떤 노력도 불가능하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다시 붙들고 가시관에서 흐르는 그 피와 땀을 내가 친히 닦아드리며, 내 죄를 회개하며 나아갈때, 베로니카의 성결한 수건에 예수님의 모습이 새겨졌듯이 우리의 새로운 심령에 예수가 새겨져서 진정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인간의 성격과 운명은 해부학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를 붙잡는데 그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