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식 목사 / 칼럼리스트(The Way), 전 <교회와신앙> 기자

▲ 양봉식 목사

배는 물위를 다니도록 건조되었다. 그렇지만 배 안에 물이 가득 차면 가라앉는다. 세상이 물이라면 그리스도인들은 배라고 비유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처럼 예수님은 우리를 이 땅에 보내셨다. 땅에 속한 삶이 아니라 땅에 살지만 하늘을 나타내는 삶을 살도록 보냄을 받은 자들이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 땅에서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권력의 높음이나 학력의 수준이나 돈의 많음에 있지 않다. 그리스도인의 위대함은 그 안에 담겨 있는 보물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즉 하나님 자신이 계시다는데 있다.

예수님 안에 계셨던 하나님께서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의 몸인 우리 안에 거하신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더 이상 자신을 나타내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을 나타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기준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육신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라고 했다. 이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다. 세상에서 높아지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그러나 성경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나타내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생의 자랑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과시하는 데 있다. 지위가 있어야 하나님을 나타낼 수 있고 돈이 있어야 선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력이 높아야 하나님의 일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의식은 그렇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열등의식을 심어준다. 이런 것들 것 본질이 아니라 그분의 부르심에 따라 구별된 부르심의 차이이지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이 전제된 신앙생활은 율법주의나 종교적인 노력을 하는 신앙으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은 유대인들이 실수했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을 하는 곳과 다르지 않다. 세상에서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말라는 성경의 교훈을 두고 대부분 일등, 성공을 해야 하나님의 영광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머리가 되는 것을 재벌이 되거나 권력의 높은 자리에 앉거나 자기계발을 통해 높아진 어떤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된다는 것은 상황의 리더가 되는 것이고 꼬리가 된다는 것은 끌려 다닌다는 것이다. 성경은 이런 예를 잘 보여준다. 요셉이나 다니엘은 2인자였다. 왕이 아니었음에도 머리의 삶을 살았다. 바울은 죄인으로 로마로 가는 배를 탄 뒤에 결국 머리가 된다. 바다의 경험이 많은 선장이 처음에는 바울의 말을 무시했지만 결국 바울 때문에 배의 모든 사람이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배고픔도 면했다.

요셉이나 다니엘 혹은 믿음의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하나님의 함께 하심이다. 하나님의 지혜와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의 탁월함은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머리됨의 원칙이다. 철저하게 그분께 순복되어짐과 함께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의지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머리됨의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은 높은 지위나 권력의 서열이나 학력의 높음과 상관이 없다.

그리스도인의 초점은 하나님이시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이미 그런 초점과 관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새로운 지음을 받았다. 더 이상 우리의 생명이 아님 하나님의 생명인 영생으로 살 수 있도록 탄생되었다. 우리의 자아가 아닌 그분의 생명이 충만해지면 얼마든지 그분이 나타날 수 있다. 바울은 이런 삶의 비결을 “나는 날마다 죽는다”라는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사랑하면 사람이 술을 먹다가 나중에 술이 사람을 먹듯이 세상에 따라가다가 세상에 사로잡히게 되어 있다. 아무리 거대한 물고기라도 죽으면 세찬 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물고기라도 살아있으면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에 마음이 있으면 믿음의 관점은 힘을 잃게 되어 있다.

다니엘은 나라가 세 번 바뀌었지만 여전히 총리로 지냈다. 요셉도 마찬가지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따라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였으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마음을 세상에 내어주지 않은 것이다.

정체성은 그 사람의 됨됨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하나님이 자신을 어떻게 보시며 말씀하시느냐이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우리는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서이다. 즉 그리스도와 동일하게 보는 아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하며 흠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와 동일하게 상속을 받았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빛의 자녀, 거룩한 자, 성도, 흠도 점도 없는 자라고 말한다. 죄인이라고 말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어떤 이들은 바울이 자신을 두고 “죄인의 괴수”라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정의는 그가 거듭나지 이전의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진리에 속한 자이다. 본성이 바뀐 자이다. 영원한 의인이며, 죄를 짓고 넘어질 수 있는 의인이다. 그렇지만 회개하고 일어서는 아직 더 자라나야 하는 의의 자녀이다.

더 이상 자신이 지혜와 생명과 능력으로 살지 않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오직 주님이 사셨던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가지는 붙어 있는 것이 할 일이다. 그리스도인은 주도권을 성령께 내어드린 사람이다. 신성에 참여하였다는 것은 그것이 본질이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본성은 이미 십자가에 못박혔다. 죽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본성으로 살아야 한다. 육신이 생각,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새롭게 된 생각을 따라 사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