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종교인 과세가 2018년부터 시행된다. 이제는 교회와 목회자도 세금무풍지대가 아니다. 세무당국이 교회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이 닥쳐오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폭탄도 우려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재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의 확보를 주문한다. 최근 들어 교회 재정관리 문제가 교회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음도 지적한다. 특히 교회의 내부에 침투한 이단들이 제일 먼저 꼬투리 잡는 부분이라고 한다. 변하는 시대에 교회의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 (사)한국기독교화재중재원이 ‘교회와 재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교회와신앙>

(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화해중재원, 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박재윤 변호사)이 지난 10월 28일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교회와 재정’을 주제로 제10차 기독교화해사역세미나를 개최해 ‘교회재정 투명성의 중요성’과 ‘교회재정과 법적분쟁’에 대한 발표와 토론의 장을 열었다. ‘교회재정 투명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황호찬 교수(세종대 경영학과,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 대표)가, ‘교회재정과 법적분쟁’에 대해서는 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 한국교회법학회 회장)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 환영인사를 하는 박재윤 원장 ⓒ<교회와신앙>

화재중재원 원장 박재윤 전 대법관은 환영인사에서 “교회 안팎에서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교회재정을 둘러싼 민사 및 형사 사건이 사회 법정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그 해결방안의 논의가 시급하다.”면서 “교회분쟁의 원만한 해결이 절실한 이유는, 교회분쟁은 교회분열의 원인이 되고 전도와 선교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최근 화해중재원이 다루게 되는 교회분쟁의 전형적인 패턴은, 교회재정과 관련하여 교인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밝히고 “특히 담임목사의 교체에 따라서 잠복되어 있던 불만이 겉으로 드러나고, 교인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면 결국은 교회분열의 위기까지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므로 모든 교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교회재정의 운영은 교회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첫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의 평화와 질서를 확보하는 것은, 기독교가 영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나 사회, 문화,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두루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교회재정 투명성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으로 첫 주제발표에 나선 황호찬 교수는 “신뢰성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겠으나 가장 객관적이며 검증가능한 지표로는 재정투명성이다. 비록 재정투명성이 확립되었다 하여 신뢰성을 전적으로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반대로 재정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신뢰성이 훼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화두를 꺼낸 뒤, 교회의 재정투명성이 일반 사회조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교회는 하나님께만 정직하고 투명하면-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과 사정을 다 아신다는 고백에 근거하여-교인(혹은 세상)에 대하여 구태여 정직성을 입증할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없어도 된다는 태도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 주제발표 중인 황호찬 교수 ⓒ<교회와신앙>

황 교수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일차적으로 물적 자원을 위임하신 하나님께 정직하고 투명해야 하지만, 동시에 실질적으로 관리를 위임한 위탁인(교인, 후원자 등)에게도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의 존재를 가능케 한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해서도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차원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백성에 대한 충성된 청지기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책임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호찬 교수는 “교회재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지도자(담임목사, 장로 등)를 불신하게 되고, 이 불신이 쌓여 분반그룹이 세력화되면 교회분쟁을 초래하게 된다.”며 교회분쟁과 관련된 재정관련 현황과 문제점으로 △기대치 차이(expectation gap) △‘관행’에 대한 막연한 믿음 △교회(특히 교회 지도자)의 무관심 △교회의 개별화 현상 △회계시스템의 분재 △회계 ․ 재정관리에 대한 지식부족 및 전문가 부재 등을 제시했다.

이어 한국교회를 위한 대안으로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 및 공동기구의 출발 △교회회계기준 교육 및 보급 △전산회계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전문가 양성 및 네트워크 △전문기구 설립 및 협조 등을 꼽았고, 개 교회를 위한 대안으로 △문제의 심각성 공유 △담당자 선발 및 교육 △내부통제제도의 도입 △전문가 및 기구의 적극적 활용 등을 내놨다.

황 교수는 “지금의 재정관리가 부정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기존의 회계 ․ 재정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새롭게 보완하여 새로운 언어(회계시스템)로 교인과 사회와의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서헌제 교수는 ‘교회재정과 법적분쟁’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교회 역사상 교회의 분열 및 교인들간의 갈등과 다툼은 주로 교리와 성경해석의 차이를 둘러싸고 벌어졌으나, 최근 한국교회의 분열과 분쟁은 교리상의 다툼이라기보다는 누가 교회 또는 교회의 주도권을 잡느냐에 있으며 그 밑바탕에는 교회재산과 재정의 이니셔티브를 둘러싼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고 목사님들도 강단에서 교인들에게 외치고는 있지만 부끄럽게도 한국교회 분쟁의 많은 부분이 돈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 주제발표 중인 서헌제 교수 ⓒ<교회와신앙>

서 교수는 법원의 판례를 제시하며 △교회재정 수입(헌금)에 관한 분쟁 - 교인의 헌금의무, 약정헌금 이행 분쟁, 헌금반환 분쟁, 헌금과 공직선거법 위반 △교회재정 차입(채무분담)에 관한 분쟁 - 담임목사의 교회대표성과 차입행위의 효력, 거액의 퇴직사례금약정과 공동의회결의, 교회 건축비 차입과 형사책임 △교회재정 유용에 관한 분쟁 - 헌금관리의 유용, 교회재정의 사적 사용, 목회활동비 유용 △교회 재정장부 열람에 따르는 분쟁 등에 대해 사례들을 해설했다.

서헌제 교수는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생활비도 제대로 되지 않는 적은 사례비를 받고 오로지 주님에 대한 중성과 양떼에 대한 희생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 그런 대부분의 목회자들에게 재정유용이나 재정분쟁 등은 남의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교인 규모가 수천명, 수만명에 이르는 중대형교회들에 있어서는 재정투명성의 확보는 교회 내에서 뿐 아니라 바깥 불신세계에서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면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하나님이 맡기신 돈, 교인들이 피땀흘려 바친 돈의 귀중함을 깨달아 잘 관리하고 운용함으로써 더 이상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가 돈 문제로 가이사의 법정에서 서로 싸우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덧 붙였다.

서 교수는 또 “요즈음 들어 이단들이 교회에 침투하여 제일 먼저 꼬투리 잡는 것이 교회재정부분이다.”면서 “교회의 안정을 위해서는 물론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더구나 2018년부터 시행되는 목회자 과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교회재정의 투명성 확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며 중요성과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 주제발표 후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며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교회와신앙>

화해중재원은 교회분쟁을 성경적 원리에 따라 상담(商談), 조정 ․ 화해, 중재판정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기관으로서 2011년 11월 10일에 대법원이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을 비롯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부산지방법원 및 서울 시내 동서남북 각 지방법원이 화해중재원을 외부조정기관으로 지정하여 상당수의 교회분쟁 사건의 조정을 위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분쟁 당사자들이 직접 분쟁해결을 화해중재원에 요청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당사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화해와 조정에 의한 사건의 해결에 관여하게 되는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화해중재원은 이러한 사역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매년 적절한 주제를 정하여 봄에는 ‘포럼’을, 가을에는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 ‘제10차 기독교화해사역세미나’ 자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