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식 목사 / 칼럼리스트(The Way), 전 <교회와신앙> 기자

▲ 양봉식 목사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언제나 세계의 주목거리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정치와 경제의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교회도 관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기도로 세운 미국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인들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많다. 물론 그 기대만큼 실망도 많다. 이미 미국의 정치는 기독교적 가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출에 한국의 기독교인들 중에 일부가 클린턴 힐러리 보다 트럼프에 더 많은 지지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인교회에 트럼프 지지를 호소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보수성향이 짙은 한국교회의 성향 때문이다. 미국의 민주당은 동성애를 지지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애를 합법화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유엔을 통해 전 세계 나라는 물론 우리 국내에도 동성애를 합법화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한국의 경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그 하수인 노릇을 공공연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 일부가 진보적인 성향과 함께 동성애를 지향하는 미국 민주당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출신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의 상에서 미국의 기자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종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슬람이라고 대답한 유튜브 영상이 음모론과 보수 기독교인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오바바 대통령이 실수로 대답한 것이라며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정정을 했지만 그 장면은 등장하지 않고 이슬람이라는 것만 대답한 부분이 편집되어 떠돌고 있다. 이 동영상을 유포한 사람들은 오바바 대통령이 이슬람 신자라고 믿는다. 또한 기독교 내의 음모론을 옹호하는 이들이 관련 동영상을 여기저기 퍼 나르기를 한다.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의 세 번째 이유는 클린턴 힐러리 뒤에는 사단의 세력인 그림자 정부가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근 힐러리의 이메일 내용 중에 월가(이들이 그림자정부의 세력이라고 주장)를 위해 돈을 받고 친 월가 연설을 한 것은 물론 그들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주장이다.

▲ 미국 대선과 관련한 음모론 등의 동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네 번째 이유는 기독교 내의 목사들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기독교 예언자라고 말하는 존 윔버를 비롯한 기독교 목사들이 공공연하게 하나님께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떠들어 대고 있다. 유튜브 검색어에 트럼프 당선 예언을 검색해 보면 그런 동영상을 얼마든지 검색해 볼 수 있다. 음모론을 둘러싼 새로운 미혹들이다. ‘트럼프는 세계 정부와 무슬림 북한 도발을 저지할 것’, ‘미국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도록 트럼프를 선택하신 하나님’ 같은 제목의 동영상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형으로 보면 이들이 원하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여성폄하, 음담패설, 인종차별 발언, 세금 포탈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에서조차 지지를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종말의 현장 중에 하나는 성의 문란이다. 동성애가 기승을 부리고 전 세계적으로 용인되어 가는 것은 그 끝 날이 노아의 홍수 때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와 편승해서 종말을 빙자한 미혹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 미혹 중에 하나가 음모론이다.

한국교회에 음모론의 바람이 분 것은 데이비드 차의 <마지막 신호>라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미 <그림자 정부>라는 음모론 시리즈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차의 책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에 음모론과 신세계질서에 관련된 아류 책들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과 함께 <제3성전>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등장하여 음모론과 종말론에 기름을 부었다.

1992년의 시한부 종말론의 오늘날 음모론과 묘하게 섞여 등장한 것이 변종 종말론이다. 이 변종 종말론은 팔색조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한국교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떤 특정한 날짜를 정하지 않은 유동적 종말론이다. 여기에는 종말의 날짜를 지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1992년 시한부종말론의 색채가 가득하다. 도피처와 음모론이 연결되어 일부 종말론 카페에서는 한국과 남미 등지에 도피처, 혹은 피난처 땅 장사를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음모론은 이스라엘 회복과 연결되어 있다. <제3성전>은 전형적인 이스라엘 회복과 연결시켜 이스라엘내이 종교단체의 주장을 전체 주장인 것처럼 제작해서 한국교회에 퍼뜨렸다. 이 다규멘터리 영화는 절묘하게 종말론자들의 입맛이 들어맞아 제작자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3성전>은 철저하게 세대주의 신학자들만의 주장을 담은 영화이다. 또한 성경이 말하는 종말론의 이해가 매우 편협하다.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성취와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음모론이 대두되고 한국교회에서 이 음모론에 편승한 카톡 문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내용을 보면 “미국에 계신 여러분! 미국 월가는 사단의 세력인 신세계 질서 그림자 정부 세력입니다. 클린턴 힐러리는 사단의 하수인입니다. 지금 미 대선 한 달도 남지 않은 막바지에 폭로전이 난무하고 있는데 트럼프에 대해 폭로된 부분은 ‘음담패설’ 문제로 국가 경영상 문제 될 것까지는 없지만… 힐러리는 미국 전체를 사단에게 내어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NWO(신세계질서) 세력인 언론들이 트럼프 죽이기에 앞장선 것입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기독인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미국 기독교 보수 층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다.

이스라엘 회복은 이스라엘에 예수님을 주와 그리스도로 받아들이고 구원을 얻는 것이지 <제3성전>의 회복이 아니다. 성전 회복은 곧 동물의 제사가 회복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번에 자신을 드려 인류의 모든 죄에 대한 희생의 제물이 되셨다. 하나님께서 성전 제사가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성전을 예루살렘에서 사라지도록 허락하신 것이다.

이스라엘 회복에 대한 그릇된 이해는 한국교회에 유대인의 ‘메시아닉 교회’ 따라 하기에 열심인 교회와 신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땅 밟기와 거기에서 받는 기름부음이 진짜라고 역설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이스라엘의 메시아닉주(유대 그리스도인들) 주장을 따라 절기를 지키고 코셔(유대인 음식)를 하고 그들의 예배 형태를 따라 양각 나팔을 예배 시간에 불어댄다. 토라와 절기 지키는 것이 진짜인 것처럼 말하며 어떤 교회는 메시아닉주 목회자들이 예수는 “예슈아”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해서 “예수아”라는 이름으로 기도하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인 그림자이다. 그 의미를 해석하고 다시 그리스도로 돌아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해석을 뛰어 넘어 그것을 지키는 것은 유대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지만 이방인들인 교회는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절기와 율법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다시 거기로 돌아간다면 이것은 십자가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

음모론과 신세계질서와 세계의 통합정부의 출현 역시 모순된다. 종말이 가까움에 대한 현상으로 주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각처에 기근과 지진, 그리고 민족과 민족이 일어나 서로 대적하는 일이다. 이런 현상은 예수님의 승천과 함께 종말이 시작되면서 계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지진에 대한 통계를 보면 지금 못지않은 지진 피해가 예전에도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지구촌에서 국지전이 지속적으로 계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 때의 종말이 반드시 올 것이지만 그것이 오늘 일지 내일 일지 아니면 1년 뒤인지 모를 일이다.

음모론자들의 주장 중에 하나가 신세계 질서와 세계 정부 설립이다. 그런데 성경은 민족과 민족이 서로 대적하여 싸운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전쟁이 계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종말의 현상이라고 했으면서도 전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정부가 된다는 것은 모순이지 않는가? 하나된 정부에서 또 민족끼리 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음모론에 집착할 때 생기는 폐해를 전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말론의 미혹과 유혹에 빠지면 삶은 정상적이지 못한다. 신부단장이라는 이유로 날마다 회개하는 삶을 살아서 거룩한 신부로 단장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주장에 휩쓸린다. 휴거가 되지 못할 수 있는 것으로 인해 구원받지 못할 까봐 전전긍긍하는 일이 일어난다. 구원이 초보에 머물러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종말론 장사를 하는 이들은 자신이 종말론을 가지고 장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는 스스로 자신을 속여 종말론 장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미혹이 빠져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스라엘 회복 그리고 주님의 오심에 대한 그릇된 이해는 주님이 내일 혹은 일년 안에 올 수 있다는 급한 마음을 갖게 한다. 날짜를 정하지 않았지만 그런 현상에 집착하고 그런 책과 설교를 듣다 보면 그런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특징은 곧 일어날 것처럼 떠들어 대지만 여러 이유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엇갈리면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것이다. 도피처 사건도 그렇고 <제3성전>도 그렇다. 휴거에 대한 주장도 몇 년 안에 일어날 것처럼 말했지만 그 시기가 지나도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감 없이 여전히 또 다른 형태로 성도들을 미혹하고 그 늪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체성 확보와 복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종말의 때를 알기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일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고난을 당하더라도 또 십자가로 인한 죽임을 당하더라고 이미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이다. 이미 거룩하고 흠이 없다면 그분이 거룩함을 입고 그 안에서 살면 되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음모론과 신세계질서라는 주장을 통해 미국의 기독교인과 한국교회 성도들을 미혹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올바른 신앙적 지도와 경계가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가 끝이나면 아마 이런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또 다른 핑계와 함께 하나님의 경고라고 하며 다른 주장을 할 것이다. 이런 수법을 그 동안 아주 익숙하게 해 왔던 시한부 종말론자들과 변종 종말론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미 미혹에 빠진 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말에 동조할 것이다. 우리는 종말론이나 음모론 자들이 주장을 생각해보고 의심해야 한다. 계속해서 상황에 따라 핑계되는 주장들을 의심하고 다시 성경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