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우상 신전을 파괴해 변소로 만들어버렸던 종교개혁의 본보기가 발굴됐다. 고대 (남)유다 왕국의 히스기야(히브리어: 히즈키야) 왕이 성경 기록 그대로 실제로 우상을 파괴했던 흔적이 발견된 것.

CBN 등 뉴스망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부 텔 라키쉬(성경의 라기스) 국립공원 안에서 진행된 최신 고고학 발굴의 현장에서 주전(BC) 8세기 쯤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교의 문간 사당 흔적이 발견됐다. 사르 가노르 발굴팀장은 당대에 예루살렘 다음으로 중시되던 주요 도시인 라기스에서 발견된 이 문간의 크기는 역사적 고고학적인 기록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경에는 히스기야가 이교 신전을 허물고 그 우상들을 깨부순 이야기가 나온다(열왕기하 18:4). 우상을 섬기던 산당을 제거하고 석상을 깨고 나무기둥으로 된 아세라 신상들을 잘라버린 것. 이런 일은 라기스 등의 성문 곁에서 이뤄졌다. 폐허 유물 가운데는 끝을 잘라버린 이교 신전 제단 뿔도 발견됐다.

▲ 히스기야 왕이 파괴한 우상의 유적 발굴 광경. ⓒFacebook 캡처

가노르 팀장은 "히스기야가 단행한 종교개혁의 증거로 보인다."며 예루살렘 근교에 세워진 여러 산당에서 우상숭배가 자행되다가 훼파됐다고 설명했다. 고고학자들은 또 신전 자리에서 임시 변소를 발견했다. 예후 왕 때 신전을 파괴한 곳을 변소로 만들어버린 왕의 정책을 확인한 셈이 됐다(왕하 10:27). 그러나 이 변소는 실제로 사용된 흔적은 없어 우상 신전 훼파의 상징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견에 대해 네티즌 팻 바톨로 씨는 "발굴 타이밍이 기막히다."며 "이와 같은 때 이와 같은 나라(미국)에서 고대 우상들을 예술품으로 포용하는" 관행을 우려했다. 뉴욕시에는 최근 고대 바알 신전의 개선문 모형이 건립된 바 있다. 바톨로는 "전능한(?) 자아신에 대한 숭배가 높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리크 줄리크 씨도 "성경 기록을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흥미롭다."고 말했다.
 

양피지에 1세기 때 기록된 레위기 두루마리 일부 판독

한편, 그밖에도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최신 쾌거는 1970년 엔게디의 고대 회당 유적에서 발굴된 불에 그을린 두루마리 성경에서 레위기서의 첫 두 장의 일부가 판독된 것. 5장의 양피지로 된 이 '엔게디 두루마리'는 서기 600년쯤 이곳의 회당이 소실되면서 거의 재가 되다시피 불타고 있다가 간신히 남아 보존된 형태로, 레위기 1:1~9와 2:1~11 부분을 필사한 고대의 본문을 첨단 테크닉으로 거의 완전 복원했다.

70년대 당시 큐레이터들은 건드리기만 하면 팍삭 가루가 돼 버릴 듯한 이 두루마리의 내용을 언젠가 미래에 기술이 발달하면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고이 보존만 해오던 중 40여년이 지난 이제야 뜻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아이러닉하게도 레위기 1, 2장은 불태워 바치는 번제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교의 컴퓨터 공학자들이 예루살렘의 성서학자들과 파트너를 이루어, 고대의 필사에 쓰인 먹 ․ 잉크 속의 금속성분 추적, 대상 물체의 3D 표면을 재구축하는 '용적작도법(volume carthography)'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번 거사를 이뤄냈다. 판독팀은 다 부스러져가는 문서를 단 한 번 펼쳐보지도 않고 완독해내는 데 성공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마이클 시걸 교수는 "텍스트의 다량이 읽을 수 있거나 훼손되지 않은 사해사본(DSS)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사해사본은 이보다 오래 전인 1947년 사해 곁 쿰란 동굴에다 한 베두인 목동이 던진 돌에 의해 보존 항아리가 깨지면서 발견된 것으로 과거부터 보존돼온 중세 본문들이 성경 원본과 거의 같은 내용임이 파악된 계기가 되었다.

엔게디 두루마리를 자신 앞의 컴퓨터 스크린으로 들여다보던 테크팀의 브렌트 실즈 켄터키대 교수는 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는 "선명하게 투사되어 보이는 본문 글씨에 우리는 웃고 환호했다"면서 "우리가 고대해온 '오케이' 순간이었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왔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실즈는 또 "약 2천년간 몰랐고 발견되지 않던 성경 역사의 일부가 이처럼 현대 기술력 앞에서 새롭고 감미롭게 재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 앞에 우리는 겸허한 마음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방면의 대가에 가까운 전문가로 서기 79년 베스비우스 화산 폭발 당시 폼페이와 함께 매장된 헤르쿨라네움의 불타다 만 고대 문서를 수년간 판독하는 일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엔게디 두루마리는 돌돌 말리고 더미에 눌린 흔적과 부스러지고 불탄 흔적 등이 있어 판독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까지 겨우 양피지 1장을 판독해냈다.

이번 판독된 두루마리의 연대는 최대 그리스도 당시에 가까운 1세기쯤의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현재까지 발견된 모세 5경중 가장 오래된 일부로 판정된다. 이스라엘 고대사적국 사해사본 프로젝트의 프니나 쇼르 팀장은 "꿈에도 기대하지 못한 일이 이뤄지다니." 하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콘 베커 교수(리전트대학교)도 수십 세기 전에 기록된 성경의 정확성을 입증해준 또 다른 개가라고 논평했다. 그는 "성서고고학적인 모든 새 발견은 성경의 신실성을 뒷받침 해왔다."면서 "과학과 신앙은 적이 아니라 친구다."라고 덧붙였다.

교계 시사평론 방송 브레이크포인트(BP)의 에릭 메턱서스 논평가도 "번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그 자체도 번제물처럼 불타고 있던 것이 이천년전 서기관의 필체 그대로 우리 눈으로 읽을 수 있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메턱서스는 "이것은 곧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이천년전에도 똑같은 영감 어린 말씀이었음을 실감케 해주는 본보기."라며 "설령 양피지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갈대 파피루스에 불꽃이 번질지언정 하나님의 말씀은 영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