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동성애자 권리와 종교자유 사이에 이젠 '중립지대'가 없다.”는 주장 때문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 사이를 양극화시키려는 이 발언이 보수 신학자들의 신경을 건드려 날선 칼럼 공방이 한창이다.

데이비드 거쉬 교수(머서대학교, 윤리학)는 "동성애그룹(LGBT) 평등 논란의 중간지대는 무너졌다. 보수주의 종교자유권에 대한 사회적 동정의 여지는 힐러리 클린턴 시대에 더욱 좁아질 것이다."라고 선포했다.

거쉬 교수는 진보언론 종교통신(RNS)에 올린 글에서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과 전통종교인들에게 경고조로 "당신네들은 동성애그룹을 위한 전적이고도 명백한 사회적 · 법적 평등을 지지하든가 아니면 반대나 할 뿐 중립은 옵션일 수 없다."면서 "정중한 절반 수용도 있을 수 없고... 이 이슈를 피하여 숨을 곳도 없다."고 단언했다.

거쉬 교수의 이런 최근 발언은 노스캐롤라이나의 HB2 법안과 조지아주 주지사가 반동성애 · 종교자유법에 거부권 행사를 한 것을 배경으로 한다. 거쉬 교수는 또 문화 전사와 같은 테드 크루즈 대신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된 탓에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 왼쪽부터 데이비드 거쉬, 제니퍼 마셜, 앨 몰러, 존 스톤스트릿 ⓒ구글

이에 대해 보수 팅크탱크의 한 사람인 제니퍼 마셜 박사(헤리티지재단 부총재)는 종교통신(RNS)에 기고한 '종교자유 및 동성애 이슈에 대한 공적 중용의 보존'이라는 글에서 "결혼과 성 이슈의 신학적 중립지대의 부재에 대한 인식은 맞다."며 아무리 정부나 사설 그룹들이 새 성윤리를 그러안는다 해도, 정통 종교단체나 신자들은 인간이 하나님께 남녀로 창조되었고 결혼은 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는 진리를 여전히 붙안고 있다고 반론을 폈다.

마셜 박사는 신학적 중립지대의 부재는 곧 이 이슈의 찬반중립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적인 중간지대의 부재로 인한 대가도 함께 헤아려 중립성 보존 노력을 배가할 것을 주창했다. "미국 헌법과 법령은 신학적 또는 도덕적인 중립지대를 찾지 못할 이슈가 발생할 때 평화공존을 위한 공적인 중립지대를 제공하도록 마련되었다."는 그는 대중광장의 자유가 강압적으로 상실되지 않게 헌법과 법으로 보장해줌으로써, 하나님 · 신께 대한 개인의 충성이 위협받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헌법의 권리장전에 따르면, 제1개정헌법은 개인 · 단체의 개별적 예배행위를 보호해주고 종교자유 및 신앙표현 자유도 보장해주어, 오늘날 서구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교 행습상의 다양성과 활력소를 허용해 놓고 있다. 주요 법정 판례를 보더라도 공립학교나 직장 등의 환경 속에서 개인의 종교자유를 재확인하는 비강압적 시민 공간의 원리를 강화해왔다.

마셜 박사가 지적하듯, 종교는 대중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문간에 벗어놓아야 하는 코트 같은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 다수에게 종교는 삶의 정체성과 원형을 형성하고 있다. 20세기말 미 정치지도자들은 강압 없는 공중광장 유지를 위한, 보다 명확한 법적 보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연방의회는 1993년 종교자유회복령(RFRA)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당시 진보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으로부터 남침례교를 아우르는 지도층의 지지 속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을 했다. 이 법령은 종교자유와 일반 공중관심사, 정부 정책 사이에 균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주었다.

마셜 박사는 몇 가지를 제언한다. 사진작가, 꽃집, 출판인쇄업자, 기타 모든 표현전문인들은 (동성애 등) 문제이슈에 대하여 어떤 개인의 입장도 자유롭게 취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한다. 자신의 신앙적 선택 탓에 벌금 · 고발 · 폐업 따위를 당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는 것.

자선선교단체나 입양단체 등 사역체들이 신앙의 타협 없이도 이웃을 돕고 섬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의사들은 성전환 시술 같은 환자의 요구를 받을 때, 자기 신앙을 지키면서 최선의 의학적 판단으로 반대 충고나 고사를 할 권리가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대(對) 트랜스젠더 의무 정책은 신앙인 의사들의 이런 권리를 말살하고 있다.

마셜 박사는 외친다. 종교신앙에 근거한 진지한 결혼관과 성의식을 '편견'으로 싸잡는 그릇된 진술들에 대하여 과감히 항거하자고. 종교자유 정책을 '차별허가'쯤으로 폄하하는 물결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소수종교를 보호해주던 지난 역사를 상기시키자고.

기독교 보수언론 브레이크포인트(BP)의 존 스톤스트릿 칼럼니스트는 '... 중립지대가 없다고?'라는 기사에서, 우선 원치 않는 성기는 잃을 수 있어도 원치 않던 성적 욕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대중의 확신이 의아스럽다는 전제 아래 거쉬 박사의 지론에 대한 반론을 폈다.

스톤스트릿은 해당 이슈를 놓고 제3의 센스 있는 해법을 찾는 찬반 양측 사람들의 진지한 시도와 함께 심지어 종교자유와 동성애 권리에 대한 타협 · 양보적 협상도 있어왔다고 설명한 다음 그런 해법이 실패로 돌아가 결국 LGBT 어젠다를 전적으로 수용하게 되리라는 거쉬 교수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일단 인정한다.

문제는, 거쉬 교수가 성과 결혼에 대한 보수기독교적 입장을 "종교자유라는 포장 아래 법적 방어 효과를 체계화하고 자신들의 곤경을 종교박해로 몰아가려는 수작"이라고 풀이한 데 있다. <단순 정통교>의 저자 제이크 미더는 연방 · 주 · 지방 정부 등이 민중에게 삶과 신앙 사이에 선택하도록 억압을 가하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것은 세계관의 전쟁이요 크리스천에겐 영적 전쟁의 일부이다.

스톤스트릿의 명쾌한 분석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 신체적 실체를 수술 칼과 화학요법 앞에 완전히 임의선택적인 가단성(可鍛性) 대상으로 보는 반면, 동성에 이끌리는 감정적 성향과 성적 욕구를 영구 고정된 것으로 여기는 모순을 드러낸다. 스톤스트릿은 그래서 이것은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이교 영지주의나 진 배 없다."고 직언한다. 이미 고대에 기독교에 제압 당한 영지주의는 몸은 기껏 하찮은 것으로, 최악으로는 발칙한 악으로 간주했다. 신체적 · 생물학적인 실체를 전적인 비실재로 취급한 것.

스톤스트릿은 바로 이것이 우리의 현재라고 짚어낸다. 제프리 벤트렐러는 연방대법원이 '동성혼'을 합법화한 것을 두고 도덕성과 형이상학을 법제화했다고 평한다. 미더는 "인간은 완전자율적이며,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보호해줄 의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단죄한다. 인간은 그렇지 못하며 오직 하나님의 피조물일 뿐이라는 입장은 크리스천의 것이다.

앨 몰러 박사는 거쉬 교수에 대한 'LGBT 어젠다 포용의 위험성'이라는 반박론에서, 지난 2000년간 지속돼온 역사적 성윤리를 견지해온 미국 신자들이 나날이 더 좁혀들어오는 세속문화의 손아귀에 의한 '심판'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며, 성혁명에 참여하든가 그렇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양단택일의 기로에 처해있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에는 사회로부터의 소외, 공공연한 차별, 문화적 엘리트층의 불신임과 비난, 또는 그 이상의 악재들이 포함된다. 기독교 대학과 학교들은 면세 혜택 취소와 연방.주정부의 학비지원기금 취소의 협박을 받고 있다. 크고 작은 기업체의 크리스천 근로자들은 회사 방침에 따르든지 실직하든지 하라는 경고를 받는다.

기업정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동성애자 · 성전환자들과 같이 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LGBT 공동체의 모든 요구와 목표에 공개적으로 적극 동조하라는 의미이다. 향후 크리스천들은 기독교 양심을 위배하지 않고는 이젠 더 전문직에 종사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크리스천 의사로서 성전환 수술을 맡게 되는 경우 등이다.

동성애단체들은 이러한 목표를 위해 현재 총매진하면서 그 수확도 얻고 있다. 자기네가 역사의 '옳은 편'에 섰다고 믿는 정치인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법 제정과 발효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 남침례교 신대원 총장이기도 한 몰러에 따르면 전국대학체육인협회(NCAA)나 미국법조인회(ABA) 등이 다양한 산하기구나 지역학군 등을 통해, 이러한 성혁명을 가로막는 그 어떤 대상도 망치로 마구 내려칠 기세이다.

몰러 박사는 이런 차제에 거쉬 교수는 홍수가 다가오니 잘 대비하든지 성혁명에 참가하든지 하라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들그라운드 또는 '제3의 길'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쉬 교수의 말을 일부 수긍하면서도, 이보다 이미 오래 전 중립지대는 없다고 파악했던 자신의 글을 상기한다. 몰러 박사는 이미 10여년전인 2005년 '동성애에 대한 중립지대는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LGBT 행동 · 관계의 정당화와 인간정체성 재편은 성경 권위와 성경이 정의한 기독교회의 역사적 신앙에 어긋난다고 고발했다.

몰러 박사는 중간지대란 늘 거주 불가능하며 거쉬 자신의 입장의 일부가 중간지대라고 해도 그렇다고 잘라 말한다. LGBT 성혁명의 요구는 단순한 관용이나 법제화 정도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히 축하를 받으려는 것이다. 이 타협불가적 갈등의 성격은 이미 중간지대의 가능성을 삼켜버렸다. '제3의 길'이란 성혁명이 완전히 이륙하기 전 잠시 지체시키는 전술일 뿐이다.

거쉬 교수는 "과연 종교단체가 자기네 교리신앙에 따라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관련 질문"을 제기한다. 몰러 박사는 그것을 '틀 짜기'라고 부르면서 "LGBT 개인은 완전 평등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 승자팀과 "교리신앙에 따라 차별을 계속하는" 패자팀을 극적으로 대비하는 거쉬의 틀 짜기 방식을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결국 거쉬 교수의 스토리는 '아름다운 평등 대 더러운 차별'로 요약된다.

몰러 박사는 거쉬 교수의 흥미로운 난점은 전통신자들에게 "친근한" 비평가로 행세한다는 사실이라고 정곡을 찌른다. 거쉬 자신 불과 얼마전 동성애는 기독교신앙에 배치된다는 비판을 했었다. 글렌 스태슨 교수와의 공저인 <왕국윤리>(2003)에다 "동성애 행위는 하나님의 뜻밖에서 하는 성적 표현"이라고 썼던 것.

그러나 그 얼마 후 거쉬 교수의 입장에 변화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2014년 11월 8일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개혁프로젝트' 컨퍼런스에 참석한 LGBT 청중에게 행한 연설에서 돌연 180도 반전을 보였다. 그는 또 자신의 이런 신학적 변개의 스토리를 알리는 '우리의 마음 바꾸기'라는 책에다 중도주의자인 ('이머징' 교회 선구자) 브라이언 매클러런, 필리스 티클, 매튜 바인즈의 에세이를 함께 수록했다.

거쉬 교수는 이 책에서 기독교보수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자발적으로 재고해 주길" 제안했다. 거쉬 교수는 지난 2000년간 유지해온 기독교 확신을 포기할 시간을 주기를 바라지만 그 시간은 불과 얼마 안 남았다고 몰러 박사는 지적한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불쾌감 속에 비판하고 나오자, 거쉬 교수는 "다들 대비하라, 화산에 연기가 치솟고 있어, 언제라도 터지기만 하면 뜨거운 용암이 당신들을 뒤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쉬 교수는 장차 일어날 일을 "표현하고 예고할 뿐"이라고 자기변호를 시도하지만, 실상 그의 언어는 보수주의 신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쪽에 대한 위협임을 알린 '틀 짜기'라고 몰러 박사는 간파했다. LGBT 쪽을 향해 완전 선회 선언을 한 거쉬는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을 LGBT 평등화 대로상에 남은 마지막 장애물인 양 표현해왔다.

몰러 박사는 거쉬 교수가 과거 자신의 오랜 친구로서 신학교 동창이고 한때 같은 신학교 교수진으로도 활동했고, 심지어 둘의 딸들도 같은 유치원을 다니며 같이 놀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둘은 이제 서로 다른 신학세계, 서로 매우 다른 복음주의 정체성과 확신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몰러 박사는 거쉬 교수가 본질상 착한 사람이며 복음주의자들에게 악성 발언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진정 위하는 마음으로 화산폭발 피해자가 되지 말기를 경고하고 있다고 믿는다. 뜨거운 용암에 삼켜지기보다 혁명에 동참하길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거쉬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용암물에 소멸되지 않기 위해 지난 2000년간 지탱해온 기독교적 확신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성혁명가들은 거쉬 교수처럼 그들 쪽으로 향하는 '개종인'들을 기꺼이 받아줄 놀라운 관용(?)을 보인다. 그들의 리스트 꼭대기엔 버락 오바마,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등이 진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지난 날 공적으로 동성혼에 반대했다가 성혁명 측으로 '개종' 했다.

거쉬 교수는 이제 기독교 성 모럴의 재편주의자(revisionist)로 자처하고 있다. 그의 재편주의 입장에 따르면 성적 결합의 근거는 언약관계라고 명언하고 있지만, 성혁명론자들의 성에 차지 않는 입장이다. 혁명가들은 성적 표현에 대한 완전한 자유를 축하해주길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성커플이 결혼하거나 독신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이길 꺼린다.

중간지대는 없다고 외치는 거쉬 교수 자신이 어중간한 '중간지대'에 서 있다는 게 스토리의 진상이다. 과연 용암이 그에겐 미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