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엄무환 목사 】 ‘목사 재신임 투표’에 대해 “장로회 정체성을 허무는 것은 물론 지교회가 상급기관인 노회의 고유직무를 찬탈한 행위로서 장로교회의 정체를 송두리째 허무는 것”이라며 시정을 주문하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7월 17일 인터넷신문인 리폼드뉴스(발행ㆍ편집인 소재열 목사)는 ‘목사 재신임투표, 장로교회 근본을 훼손한 행위’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6년 시무 후 혹은 7년 시무 후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에 의해 재신임 투표를 통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재시무를 할 수 있다는 정관을 만들어 시행하는 교회들이 본 교단(예장합동)에 소속된 지교회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장로회 정체성을 허무는 것은 물론 지교회가 상급기관인 노회의 고유직무를 찬탈한 행위로서 장로교회의 정체를 송두리째 허무는 것과 같아 시급하게 시정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에 대해 리폼드뉴스는 “지교회 담임목사의 관할은 지교회 공동의회가 아니라 노회이다.”면서 “지교회 담임목사를 위임하여 파송한 주체는 노회이다. 물론 위임할 때에는 지교회 공동의회 청원결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 시무여부는 공동의회인 교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즉 “계속 시무여부는 담임목사의 관할인 노회가 판단하여 처리한다.”고 밝혔다.

리폼드뉴스는 “담임목사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노회에 안건을 상정시켜 처리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노회의 고유권한을 지교회 공동의회가 월권하여 행사한다면 이는 장로교회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 리폼드뉴스의 재시무 재신임 투표 관련 기사 제목들

그럼 지교회 안에 누군가의 선동으로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의 재시무를 위한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행사하여 교인들이 목사의 해임권을 관장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리폼드뉴스는 이 질문에 대해 “이는 월권이요 무효이다.”라고 분명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교회 교인들이 변호사들과 함께 당회장인 시무목사를 배척하고 자신들이 공동의회를 소집하여 담임목사를 해임한 후 그 담임목사가 해임되었기 때문에 교회에 출입하면 안된다는 출입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교단헌법에 반한 결의이므로 무효되는 사례가 법원판례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같은 리폼드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예장통합 서울교회(박노철 목사)가 자체적으로 담임목사 6년 시무 후 1년의 안식년을 가진 다음 재신임을 묻는다고 규정한 것은 규정 자체의 효력유무를 떠나 교단헌법에 반한 규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려진 대로 이 규정을 근거로 전임 이종윤 목사가 공동의회를 열어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한 행위는 장로교회의 정체성을 흔든 행위로서 소속 교단의 헌법에 반한 행위일 뿐 아니라 교단의 질서를 허무는 행위였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교회 담임목사의 6년 시무 후 1년의 안식년을 가진 다음 재신임을 묻는다는 근거는 정관 규정이 아니라 ‘서울교회 목사, 장로 안식년제 규정’에 규정된 사항이다. 법률전문가들은 그나마 이 규정이 법적효력을 얻으려면 정관에 별도 규정을 둔다는 위임규정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본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서울교회 규정에 따로 정한다’는. 그런데 서울교회 정관엔 이 규정이 없어 따라서 법적인 효력을 얻을 수도 없고 교단의 법에도 어긋나는 셈인 것이다.

문제는 서울교회가 창립 이래 지난 20여 년 동안 이 규정을 근거로 전임 이종윤 목사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했으므로 전례에 따라 현 박노철 목사 또한 이 규정대로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이럴 경우 어떻게 되는가.

예장합동 소속의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사례를 통해 그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20일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공동의회에서 7년 사역 후 재신임을 위한 시무(신임) 투표에 통과되어 다시 7년 시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목사가 소속한 예장합동 총회는 위임목사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만 70세까지 시무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재신임을 물은 것이다. 따라서 이찬수 목사는 총회 규정에 위반된 행위를 한 셈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리폼드뉴스는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의 ‘시무투표’ 딜레마”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위임목사 신분을 철회하는 권한은 노회에 있다. 분당우리교회가 위임목사직을 해임시켜 달라고 청원할 수는 있어도 분당우리교회 공동의회에서 위임목사 신분인 이찬수 목사의 중간평가식의 계속 시무 여부를 묻는 시무투표를 할 수 있는 권한과 교단법의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면서 “목사가 노회에 목사안수를 받을 때, 장로가 임직식 때 교단헌법을 정당한 것으로 따르겠다고 선서를 하였다. 그 선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임목사가 7년 시무 후에 계속 시무여부를 재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시행한 것은 교단헌법에 반한 것으로 장로회 정치가 아닌 회중정치(예: 침례교)에 가깝다. 이는 자신을 위임목사로 위임하여 파송한 노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말미에서 리폼드뉴스는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이런 형식으로 7년 후 시무를 투표로 묻는 것은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그렇게 하지 않는 교회와 목사들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좋은 의도로 교인들의 뜻에 반한 목회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가 있을 것이다. 즉 좋은 의도로 시행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는 분당우리교회, 혹은 이찬수 목사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교단의 신학적 입장과 정치원리와 규정에 대한 문제이다.”라고 지적한 후 “소속노회인 성남노회는 이를 잘 지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속노회가 잘 지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소재열 법학박사는 “소속노회가 목사 재신임투표와 관련하여 교단법에 따르도록 적극 나서서 올바로 지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며, 여기엔 목사의 재신임 투표가 교단의 질서를 허무는 일로서 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회 박노철 목사도 이찬수 목사의 경우와 결코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즉 박 목사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 역시 헌법 제2편(정치) 제4장 제22조와 제27조에서 목사의 시무연한을 70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시행규정 제1편(정치) 제26조(직원선택) 제7항에서는 항존직의 경우 재신임투표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박 목사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할 경우 먼저 총회 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서울교회 위임목사로 파송한 노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비쳐져 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회 안에서는 박노철 목사에게 이 규정을 근거로 공동의회에서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교회의 해당 노회인 서울강남노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즉 서울강남노회가 서울교회 목사 재신임투표와 관련하여 교단의 기준을 서울교회에 명확히 밝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치리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서울교회가 목사 재신임투표로 인해 장로교회의 정체성과 교단의 질서를 허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만 할 것이다.

한편, 법원은 교단에 속한 지교회가 자체적으로 정관이나 규약을 갖추지 아니하였을 경우 교단 헌법을 자치규범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으며, 따라서 교단 헌법의 절차를 밟지 않고 행한 담임목사에 대한 공동의회의 해임권이나 교단 헌법에 반한 담임목사에 대한 공동의회의 해임권 역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