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씨, 국내 상황 오해 낙관적 판단 한듯
체제안위 경고등 제구실 하도록 경각심
수구논리 확대 재생산 시도는 막아야

독일에 체류해오다 37년만에 귀국한 송두율 씨가 북한 당국에 의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나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후보위원으로 임명된 지 몰랐다’는 송 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철학자로서, 그의 학문적 성과나 반체제 인사로 낙인돼 이국을 떠돌아야 했던 삶에 연민을 느껴온 많은 이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낀 게 사실이다. 더욱이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경계인으로 살아왔다고 자처해온 그의 말과 궤적을 크게 달리한 행적들이 속속 드러나 실망감까지 안겨준다.

송 교수는 ‘2003년 해외민주인사 한마당’이란 행사를 기획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으로 지난 9월 22일 서울에 왔다. 그는 입국 사흘 전 베를린의 자택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과 독일 간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미뤄온 입국을 이제 더 미룰 수 없다”며 귀국 강행의사를 밝혔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공안당국에 의한 조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데 대해 “원칙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이지만 나를 위해 애쓰는 분들을 고려하고 외교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품위와 명예가 지켜지는 방식이면 당국의 ‘일정한 절차’에 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이 막판에 사전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강경행동을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혹시라도 자신이 김철수라는 혐의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진입국을 통해 과거를 털어내고 한국사회에 ‘민주인사 송두율’을 각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느껴진다. 입국 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더라도 그저 ‘통과의례’ 정도의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사정은 달랐다. 입국 시 조사와 법에 따른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온 국정원은 40년 가까이 축적해온 ‘송두율 파일’을 내밀었고 송 씨도 상당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정원 관계자가 “국정원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송두율은 간첩이라는 판단아래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증거를 수집해온 활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송 씨의 입국배경은 아직도 상당부분 베일에 싸여 있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입국을 전후한 송 씨의 언급 등을 토대로 그의 입국을 결정지은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그의 한국 행과 관련해 우선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입국허용과 관련한 남한내부의 정세를 오판했다는 분석이다.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독일 국적으로 살아오면서 한국내 정서에 대한 ‘감’이 떨어졌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것으로 파악되는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초청에 적극 나서자 “이만 하면 됐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는 가정이다.

여기에다 오랜 해외 체류 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아버님의 임종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경계인의 삶’을 내세우면서도 내면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데 대한 내적 좌절감도 환갑 나이의 그가 수구초심하는데 한몫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송 씨는 97년 2월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와 3년간 벌인 ‘김철수 진실게임’에서 한국의 재판부가 ‘근거없다’고 자신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고무돼 지나치게 국면을 낙관적으로 오판한 듯 하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국정원이 재판부에 공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빚어진 상황이란 점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국정원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치며 간판을 바꿔 달면서도 40년 가까이 ‘친북인사 송두율’의 파일을 관리해온 우리 정보기관을 얕잡아 본 측면도 있다. 국정원은 황장엽 전 비서를 통해 ‘송두율=김철수’란 유력한 첩보를 입수한 것 외에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주재 북한 공작원의 심문첩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로부터 넘겨받는 등 입증을 위한 준비를 했다.

자신이 93년 취득한 독일 국적이 방패막이로 쓰일 수 있을 것이란 점도 판단착오였다. 그는 입국 직전 “독일 정부가 신변의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알려왔으며, 만약 불미스런 일이 있으면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친북활동을 한 한국인 송두율’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은 냉담했다. 독일 정부는 송두율 씨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정부의 입장과 공안당국의 조사결과를 존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 재소환에 앞서 조사과정의 ‘부당성’을 호소하러 지난 10월 5일 서울주재 독일 대사관을 찾아갔지만 대사를 만나지 못했다.

아무튼 송 씨의 입국허용을 놓고 노무현 정부가 아마추어적 일 처리를 하는 바람에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된다. 사실 송 씨의 입국은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국제학술대회 초청과 고 문익환 목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늦봄 통일상’의 수상 참석 등을 계기로 수 차례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당시 일종의 반성문 성격인 ‘준법서약서’의 작성을 정부가 요구했지만 송 씨가 거절한 때문이다. 당시 DJ 정부 일각에서는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감안해 적당한 선에서 과거사를 털어내고 그의 귀국을 허용하자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강한 반대의사를 내비친 쪽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파트였다. 오랜 기간 송두율 교수와 해외 친북 세력의 연계고리를 찾기 위해 애써온 이들은 “송두율을 그대로 우리 땅에에 들여놓으면 국정원은 그 날로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의 유화 분위기나 국정원 상층부의 온정적 여론도 먹혀들지 않았다.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임동원 씨도 국정원내에서 벌어진 갈등을 인정할 정도였다. 임 전원장은 퇴임이후 “당시 임 원장께서 간단한 경위서만 받으려 하다가 내부 저항에 부닥쳐 철회했다는 얘기가 있는갚라는 물음에 “맞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DJ 정부 시기에 몇 차례 송두율 교수의 귀향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김대중-임동원 라인은 송두율 입국 카드가 몰고 올 태풍을 미리 예감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이다.

이제 국가정보원의 조사에 이어 검찰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돼 조만간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그렇지만 송 씨 사건은 사법적 잣대를 어떻게 대느냐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98년 2월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화해협력 일변도로 흘러온 대북접근법의 문제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평화번영정책을 통해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햇볕정책은 그 한계에 대한 검증이 없이 추진돼 왔다.

언제부터인가 북한 체제의 내부 모순이나 김정일 정권의 인권문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수구냉전세력의 몫으로 치부됐다. 그러다보니 송 씨의 행적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이뤄질 수 없었다. 사실 송 씨가 주창해온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 연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 내부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모든 것을 그 사회 내부의 사정을 이해하는 맥락에서 관찰한다면 비판할 대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송 씨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체계나 인권문제, 북핵위기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삼가왔다. 또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접근을 세련되게 막아낼 수 있는 논리체계를 제시하고 전파함으로써 북한체제를 음양으로 옹호해 왔다는 게 국정원 등 공안당국의 판단이다.

황장엽 전 비서가 북한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증언하며 송 씨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흘려들었다. 그저 노망명객의 넋두리 정도로 여긴 것이다. ‘송두율=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를 처음으로 우리 사회에 알린 황 씨의 이야기는 공안당국의 조사가 있고 나서야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체제안위에 대한 경고등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송 씨 사건을 수구논리를 우리사회에 확대재생산 하려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사실로 검증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만이 제2, 제3의 송두율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송 교수는 ‘2003년 해외민주인사 한마당’이란 행사를 기획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으로 지난 9월 22일 서울에 왔다. 그는 입국 사흘 전 베를린의 자택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과 독일 간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미뤄온 입국을 이제 더 미룰 수 없다”며 귀국 강행의사를 밝혔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공안당국에 의한 조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데 대해 “원칙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이지만 나를 위해 애쓰는 분들을 고려하고 외교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품위와 명예가 지켜지는 방식이면 당국의 ‘일정한 절차’에 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이 막판에 사전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강경행동을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혹시라도 자신이 김철수라는 혐의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진입국을 통해 과거를 털어내고 한국사회에 ‘민주인사 송두율’을 각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느껴진다. 입국 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더라도 그저 ‘통과의례’ 정도의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사정은 달랐다. 입국 시 조사와 법에 따른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온 국정원은 40년 가까이 축적해온 ‘송두율 파일’을 내밀었고 송 씨도 상당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정원 관계자가 “국정원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송두율은 간첩이라는 판단아래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증거를 수집해온 활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송 씨의 입국배경은 아직도 상당부분 베일에 싸여 있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입국을 전후한 송 씨의 언급 등을 토대로 그의 입국을 결정지은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그의 한국 행과 관련해 우선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입국허용과 관련한 남한내부의 정세를 오판했다는 분석이다.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독일 국적으로 살아오면서 한국내 정서에 대한 ‘감’이 떨어졌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것으로 파악되는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초청에 적극 나서자 “이만 하면 됐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는 가정이다.

여기에다 오랜 해외 체류 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아버님의 임종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경계인의 삶’을 내세우면서도 내면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데 대한 내적 좌절감도 환갑 나이의 그가 수구초심하는데 한몫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송 씨는 97년 2월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와 3년간 벌인 ‘김철수 진실게임’에서 한국의 재판부가 ‘근거없다’고 자신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고무돼 지나치게 국면을 낙관적으로 오판한 듯 하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국정원이 재판부에 공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빚어진 상황이란 점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국정원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치며 간판을 바꿔 달면서도 40년 가까이 ‘친북인사 송두율’의 파일을 관리해온 우리 정보기관을 얕잡아 본 측면도 있다. 국정원은 황장엽 전 비서를 통해 ‘송두율=김철수’란 유력한 첩보를 입수한 것 외에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주재 북한 공작원의 심문첩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로부터 넘겨받는 등 입증을 위한 준비를 했다.

자신이 93년 취득한 독일 국적이 방패막이로 쓰일 수 있을 것이란 점도 판단착오였다. 그는 입국 직전 “독일 정부가 신변의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알려왔으며, 만약 불미스런 일이 있으면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친북활동을 한 한국인 송두율’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은 냉담했다. 독일 정부는 송두율 씨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정부의 입장과 공안당국의 조사결과를 존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 재소환에 앞서 조사과정의 ‘부당성’을 호소하러 지난 10월 5일 서울주재 독일 대사관을 찾아갔지만 대사를 만나지 못했다.

아무튼 송 씨의 입국허용을 놓고 노무현 정부가 아마추어적 일 처리를 하는 바람에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된다. 사실 송 씨의 입국은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국제학술대회 초청과 고 문익환 목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늦봄 통일상’의 수상 참석 등을 계기로 수 차례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당시 일종의 반성문 성격인 ‘준법서약서’의 작성을 정부가 요구했지만 송 씨가 거절한 때문이다. 당시 DJ 정부 일각에서는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감안해 적당한 선에서 과거사를 털어내고 그의 귀국을 허용하자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강한 반대의사를 내비친 쪽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파트였다. 오랜 기간 송두율 교수와 해외 친북 세력의 연계고리를 찾기 위해 애써온 이들은 “송두율을 그대로 우리 땅에에 들여놓으면 국정원은 그 날로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의 유화 분위기나 국정원 상층부의 온정적 여론도 먹혀들지 않았다.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임동원 씨도 국정원내에서 벌어진 갈등을 인정할 정도였다. 임 전원장은 퇴임이후 “당시 임 원장께서 간단한 경위서만 받으려 하다가 내부 저항에 부닥쳐 철회했다는 얘기가 있는갚라는 물음에 “맞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DJ 정부 시기에 몇 차례 송두율 교수의 귀향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김대중-임동원 라인은 송두율 입국 카드가 몰고 올 태풍을 미리 예감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이다.

이제 국가정보원의 조사에 이어 검찰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돼 조만간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그렇지만 송 씨 사건은 사법적 잣대를 어떻게 대느냐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98년 2월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화해협력 일변도로 흘러온 대북접근법의 문제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평화번영정책을 통해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햇볕정책은 그 한계에 대한 검증이 없이 추진돼 왔다.
 
언제부터인가 북한 체제의 내부 모순이나 김정일 정권의 인권문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수구냉전세력의 몫으로 치부됐다. 그러다보니 송 씨의 행적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이뤄질 수 없었다. 사실 송 씨가 주창해온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 연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 내부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모든 것을 그 사회 내부의 사정을 이해하는 맥락에서 관찰한다면 비판할 대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송 씨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체계나 인권문제, 북핵위기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삼가왔다. 또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접근을 세련되게 막아낼 수 있는 논리체계를 제시하고 전파함으로써 북한체제를 음양으로 옹호해 왔다는 게 국정원 등 공안당국의 판단이다.

황장엽 전 비서가 북한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증언하며 송 씨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흘려들었다. 그저 노망명객의 넋두리 정도로 여긴 것이다. ‘송두율=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를 처음으로 우리 사회에 알린 황 씨의 이야기는 공안당국의 조사가 있고 나서야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체제안위에 대한 경고등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송 씨 사건을 수구논리를 우리사회에 확대재생산 하려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사실로 검증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만이 제2, 제3의 송두율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외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