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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하우스에서 한국의 존 번연 이동원 목사를 만나다
가평에 들어선 '천로역정' 테마파크 '순례자의 집'
2016년 05월 27일 (금) 11:06:10 김홍기 목사 yesusarang@shaw.ca

김홍기 목사 / Ph.D., D.Min., 밴쿠버필그림교회 담임, 교회부흥성장연구원장

   
▲ 김홍기 목사

필그림이라는 단어는 전세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보급된다는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이라는 제목의 책 때문일 것이다.

<천로역정>은 영국의 침례교 목사요 작가인 존 번연(John Bunyan)이 옥중생활을 하며 저술한 책이다. 존 번연은 영국의 베드포드 감옥에서 12년간 복음 때문에 옥중생활을 하던 중에 자신의 자서전인 <죄인 중의 괴수에게 베푸신 충만한 은혜>(Grace Abounding to the Chief of Sinners)와 <천로역정>(天路歷程)을 저술했다.

<천로역정>은 영어로 된 책 가운데 가장 많이 출판된 책들 중 하나이다. 번연의 사후 250년이 되던 해인 1938년에는 무려 1,300판이 출간되었을 만큼 이 책은 전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설교자의 황태자로 알려진 찰스 스펄전 목사는 어렸을 때부터 <천로역정>을 애독해서 평생에 무려 100독 이상을 했다고 하니, 이 책이 사랑을 받은 만큼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을지를 능히 짐작해 볼 수 있다.

   
▲ 필그림하우스 도서관에 비치된 <천로역정>

<천로역정>은 그 동안 책, 영화, 연극, 오페라, 그림, 설교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세상에 소개되고 전해져 왔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오며 <천로역정>은 매우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교회와 세상과 더불어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천로역정>을 주제로 한 영적인 테마 파크인 ‘필그림하우스’(The Pilgrim House)가 한국의 경기도 가평에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테마 파크와는 달리 필그림하우스는 이렇게 간명하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소개한다. “쉬고, 먹고, 기도하는 순례자의 집.”

필그림하우스는 ‘한국의 존 번연’ 이동원 목사가 지구촌교회에서 은퇴하기 5년 전부터 꿈꾸어 왔던 크고 풍요로운 영적인 집이다. 그는 개교회 사역을 뒤로 하고 한국교회와 전세계의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을 위한 ‘순례자의 집’을 열심히 짓고 있다. 가평의 아름답고 아늑한 산기슭에 자리 잡은 세련된 모습의 필그림하우스는 그의 기도와 땀방울의 결실이다. 미국의 유명 기독교 작가인 필립 얀시가 한 번은 이곳에 와서 강의도 하고 주위를 둘러본 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제까지 내가 본 기독교 수양관 중 가장 아름답습니다.” 필자는 이 필그림하우스를 순례자의 마음으로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금년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동원 목사님을 찾아 뵌 장소가 바로 필그림하우스였던 것이다. 만날 약속을 하며 필그림하우스에서 뵐 수 있다면 그곳을 한 번 돌아보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안내자의 도움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드디어 약속된 날인 2016년 3월 15일, 차를 운전해서 필그림하우스로 향했다. 여의도를 출발해서 올림픽대로를 따라 주행하며 강변의 낯익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팔당댐을 지나 가평을 향해 정겨운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가는 도중에 정약용 생가도 잠시 둘러보고 아름다운 북한강을 따라 계속 질주하니 남이섬에 접한 가평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평에서 잠시 벌판을 지나니 차는 수려한 계곡에 이르렀는데, 이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강물 줄기를 따라 기분 좋게 거슬러 올라가니 왼편으로 눈 앞에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건물들은 가족 단위와 소규모 단체로 필그림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왼편의 건물들을 지나 표지판을 따라 오른편 길로 들어서니 눈 앞에 고아하고 단아한 모습의 필그림하우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필그림하우스 예루살렘동

필그림하우스는 뒤로는 산을 업고 앞으로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동편으로는 여유로운 벌판을 끼고 앉아 있다. 캠퍼스 안에는 두 개의 큰 건물이 산을 따라 올라가며 연이어 세워져 있다. 예루살렘동으로 일컬어지는 앞에 있는 건물은 다양한 크기의 예배실, 세미나실, 목양실, 사무실, 상담실, 카페, 도서실, 테라스, 정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갈릴리동이라 불려지는 뒤에 있는 건물은 다양한 기도실, 정원, 테라스, 객실 등을 품고 있고, 건물 뒤로는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필그림산책로가 있다.

   
▲ 필그림하우스 산책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순례자들의 쉼터인 필그림하우스는 어머니 품 같이 넉넉한 수덕산의 품에 안겨 있다. 이 산은 이 집에서 잠시 쉬어 가는 순례자들에게 아름다운 풍광과 신선한 공기와 경관 좋은 등산로를 선사한다. 순례자들은 이 등산로를 따라 2시간 정도 걸으며 기도와 묵상에 잠길 수 있다. 게다가 이 산은 번연의 <천로역정>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낼 수 있는 무대 공간을 제공한다. 필자가 필그림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이 산자락에서는 청동으로 제작된 <천로역정>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산책로를 따라 배치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국의 존 번연 이동원 목사와의 만남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한 북카페에서였다. 이 카페의 이름은 ‘압바 암마’(Abba Amma)로 일컬어지는데, 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단어는 아람어로서 ‘아빠 엄마’를 뜻한다고 한다. 사막 교부 시대 수도원 공동체에서 남성 리더를 ‘압바’로, 여성 리더를 ‘암마’로 불렀다고 하는데, 필그림하우스에서 잠시 쉬어 가는 모든 순례자들이 이 시대의 리더로 세워지기를 열망하는 마음을 담아 ‘북카페 압바 암마’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카페는 천성을 향하는 순례자는 지도자의 성숙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필그림하우스의 메시지와 기도가 녹아 있는 곳이다. 이 카페는 또한 사랑과 배려가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촌교회의 지체 장애우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빵과 과자를 매장에서 사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북카페 압바 암마

필자가 카페로 들어섰을 때 이동원 목사님은 이미 두 분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두 분 모두 필자가 수학했던 미국의 탈봇신학대학원 동문들이었고 현재 한국교회의 중진들이었다. 오랜 동안 해외에서 지내다 잠시 귀국한 필자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신 것이다. 필그림하우스에는 이처럼 후배의 사역의 시야를 넓혀주고 길을 열어주는 리더십이 존재한다. 우리는 함께 진지하게 한국교회의 관심사를 나누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후 놀랍게도 이 목사님이 직접 필자를 인도하여 필그림하우스의 구석구석을 함께 다니며 설명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한 직원의 안내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과분한 대접이었고 생각지 않았던 축복이었다. 이는 마치 거장 루벤스의 명화에 대한 해설을 루벤스 자신으로부터 직접 듣는 것과 같지 않은가!

우리는 먼저 <천로역정>을 주제로 한 ‘테마 파크’(필자의 표현)로 방향을 잡았다. 예루살렘동의 왼편에는 산책로가 있는데, 그 길 주변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실감나는 ‘순례자의 산책로’를 만들기 위해 <천로역정>에 나오는 ‘아름다운 궁전’(the palace Beautiful) 을 짓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들을 실물 크기의 청동상으로 제작하여 산책로 곳곳에 배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다가 일에 열중하고 있는 두 분을 만났다. 이 공사를 맡아 지휘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와 조각을 책임진 또 다른 자원봉사자였다.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자신들의 재능과 시간을 주님께 바쳐서 21세기의 순례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은혜로운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 아름다운 궁전

잠시 더 진행하니 눈 앞에 밝고 환한 건물이 나타났다. 가까이 가서 보니 크고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천로역정>에 나오는 ‘아름다운 궁전’(the palace Beautiful)을 형상화한 집이었다. 그런데 이 궁전이 왜 이곳에 세워지고 있을까?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이 궁전의 문지기(Watchful-파수꾼)는 그 이유를 이렇게 일러준다. ”이 집은 그 [십자가] 언덕의 주님이 순례자들의 위안과 안전을 위하여 지으셨지요.”

수덕산 기슭에 모습을 드러낸 이 ‘아름다운 궁전’은 <천로역정>의 ‘아름다운 궁전’을 형상화한 것일 뿐 아니라 필그림하우스를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서 이동원 목사 및 그와 더불어 필그림하우스를 짓고 있는 모든 신실한 성도들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 시대의 모든 순례자들을 위한 ‘아름다운 궁전’을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순례자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천로역정>의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사람들, 예를 들어 신중함(Discretion), 사려 깊음(Prudence), 경건(Piety), 사랑(Charity)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의 다음과 같은 말은 가평에 필그림하우스를 세우는 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께 복을 받은 자여 들어오십시오. 이 집은 당신과 같은 순례자들을 대접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십자가] 언덕의 주님에 의해서 세워졌습니다”(Come in, you who are blessed of the Lord. This house was built by the Lord of the hill specifically for the purpose of entertaining pilgrims such as you.”).

‘아름다운 궁전’의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으르렁거리는 두 마리의 청동 사자가 막 달려 들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아름다운 궁전’으로 가는 길에 이런 사나운 짐승들이 길목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일까?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문지기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 준다. “그 사자들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그 사자들은 쇠사슬로 묶여 있으니까요. 사자들은 당신의 순례 여정의 이 지점에서 당신의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천로역정>을 보면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순례자는 문지기의 조언을 따라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두 사자 사이에 난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사자들은 그러나 그를 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쇠사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믿음의 시험은 하나님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순례자는 사자들 사이를 안전히 지나친 후 손뼉을 치며 기뻐하면서 언덕을 향해 올라가 마침내 궁전의 문 앞에 선다. 번연은 사자 이야기를 통해 순례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막 4:40). 이 청동 사자들은 필그림하우스의 순례자들이 믿음의 교훈을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기 세워져 있는 것이다.

   
▲ 두 마리의 사자

‘아름다운 궁전’은 널찍한 내부를 가지고 있다. 2층으로 구성된 건물의 입구에는 성도들이 취해야 할 하나님의 전신갑주가 진열될 것이다. <천로역정>을 보면 이 궁전에 들어온 순례자가 안식을 취한 후 다시금 천성을 향한 순례길을 떠날 채비를 할 때 궁전의 사람들이 순례자를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 다음 날 그들은 그리스도인을 무기고로 데려가서 그들의 주님께서 순례자들에게 공급해주셨던 다양한 군대 무기를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검과 방패와 투구와 흉배와 모든 기도와 닳지 않는 신발이 있었다. ... 그들은 순례자가 길을 가다가 공격을 받을 경우를 대비하여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증된 무기로 그를 무장시켰다.”

   
▲ ‘아름다운 궁전’의 널찍한 내부

아름다운 궁전의 사람들처럼 필그림하우스는 방문하는 순례자들을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시키기를 원한다. 필그림 세미나는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년 내내 다양하게 진행되는데, ‘필그림 기본 영성 훈련,’ ‘필그림 목자대학(5),’ ‘필그림 특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그림 기본 영성 훈련에는 ‘순례 영성의 길’ 세미나, ‘순례 일상의 길’ 세미나, ‘세상 중보의 길’ 세미나, ‘부부 순례의 길’ 세미나 등이 있다. 또한 필그림 목자 대학은 ‘구속사의 길’ 세미나, ‘성경 교리의 길’ 세미나, ‘경건의 길’ 세미나, ‘성경적 리더십의 길’ 세미나, ‘사역의 길’ 세미나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필그림 특강은 ‘목회자 설교’ 세미나, ‘주기도․예수 기도’ 세미나, ‘성막기도’ 세미나, ‘아름다운 늙음의 길’ 세미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그림하우스의 설립자인 이동원 목사는 위에 열거한 세미나 중 다수의 세미나를 직접 인도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필그림하우스에서는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외에 매일(월요일 제외) 3차례의 집회로 모인다. 이 집회는 30분씩 말씀 묵상과 중보기도,치유와 찬양 등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도록 돕는 기도회이다. 또한 도서관, 상담실, 중보기도실 등의 사역을 통하여 순례자들이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천로역정>을 보면 순례자는 ‘평화’라는 이름을 가진, 동편으로 창이 나 있는 ‘아름다운 궁전’의 커다란 2층 침실에서 동이 틀 무렵까지 잠을 잔다. 그리고 마침내 잠을 깬 순례자는 기쁨으로 다음과 같이 찬양을 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나의 죄를 사해 주시고 이미 천국의 옆방에 거하게 해주시다니! 이것이 바로 순례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사랑과 돌봄이 아니겠는가!” 필그림하우스가 ‘아름다운 궁전’을 세우고 그 안에 ‘평화’의 방을 만든 이유는 이곳을 찾는 모든 순례자들이 평화로운 밤을 지내고, 구원의 새 노래로 새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천국의 옆방이 되기를 간절히 추구한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궁전’을 나서면 특히 두 가지 동상 군(群)이 주의를 끈다. 하나는 빗자루로 바닥의 먼지를 쓸어내는 한 남자 청동상과 대야를 옆에 끼고 바닥에 물을 뿌리는 한 여자 청동상이다. 존 번연은 <천로역정>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거실은 복음의 달콤한 은혜에 의해 성화된 적이 결코 없었던 사람의 심령이다. 먼지는 그 사람 전체를 더럽혔던 그의 죄와 내적인 부패함을 가리킨다. 먼저 쓸기 시작했던 사람은 율법이고, 물을 가져와 뿌렸던 여자는 복음이다.” 번연은 이어 이 비유에 담겨 있는 율법과 복음의 다른 역할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곳은 따라서 율법과 복음을 묵상하고 가르칠 수 있는 훌륭한 장소이다. 두 사람의 청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면 매우 효과적인 시청각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율법과 복음

다른 또 하나는 활활 타오르는 불 위로 기름 항아리의 기름이 콸콸 흘러내려 부어지는 모습의 청동상과 그 반대편에서 이 타오르는 불에 열심히 물을 끼얹고 있는 사탄의 청동상 모습이다. 번연에 의하면 불은 심령에 켜진 은혜의 역사를 상징한다. 그리고 사탄은 이 불을 끄려고 물을 붓고 있지만 불은 오히려 더 힘차게 타오른다. 왜냐하면 사탄의 반대편에서 그리스도께서 은밀하게 기름 항아리를 붙들고 계속 기름을 불 위에 붓고 계시기 때문이다.

번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분은 그리스도로서 그분의 은혜의 기름에 의해 마음에서 이미 시작된 역사를 끊임없이 유지하신다. 이 은혜로 말미암아 마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백성들의 영혼은 여전히 은혜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 장소는, 번연이 인용한 바와 같이, 고후 12:9에 나와 있는 ‘하나님의 족하신 은혜’를 묵상하고 가르치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이다. 특히 기름 항아리를 붙들고 계신 그리스도의 자리를 사람들이 대신 서 있을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사진으로 담기에 아주 흥미롭고 적합한 장소이다.

   
▲ 은혜의 기름부음

이 외에도 산책로를 따라 천사들과 순례자의 청동상, 은혜를 헛되이 받은 사람의 청동상, 천성문 앞에 도착한 순례자의 청동상 등이 세워져 있으며 수백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거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음악당이 건축되고 있다. 앞으로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더 많은 청동상 캐릭터들과 관련 시설물들이 천로역정의 테마 파크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 사탄의 불끄기 작업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건물에 가까이 오니 우람한 시비(詩碑)가 우리를 맞이한다. 필그림하우스 설립자의 비전과 기도가 녹아 있는 유려한 시가 커다란 화강암에 새겨져 있다. 어떤 성도가 기증한 이 시비에는 이동원 목사의 은은하고 절절한 영혼의 목소리가 이렇게 적혀 있다.

필그림하우스를 열면서

순례자는 집이 없습니다.
그래도 순례자는 집을 필요로 합니다.
하룻밤 고단한 육신을 쉬게 할 그 집이.
인생길 고단한 영혼을 쉬게 할 그 집이.
수덕산자락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수덕의 빛나는 레슨을 줍게 하는 은자들의 집
이름 모를 수도자 압바 암마들의 피난처
메티타치오의 안식으로 어둠을 안습니다.
고요한 새벽이 밝아오면
그 청정한 빛깔의 찬미를 올려 드리는 집
그 따뜻한 차 한잔에 당신의 미소를 담는 집
이 집의 기도는 영원의 성소에 바치는 순례자의 언어
이 집을 떠날 때에는
당신은 정녕 집 잃은 자가 아니오니
영원의 집을 향하는 새 힘 얻은 순례자로
광야의 남은 길을 노래하며 춤추며 가십시오.

   
▲ 화강암에 새겨진 시비

필그림하우스를 찾은 순례자들은 갈릴리동의 로비에 있는 프런트에서 체크인 수속을 하고 객실로 이동한다. 입실 시간은 오후 3시부터이고 퇴실 시간은 오전 11시까지이다. 객실은 다인실, 2인온돌실, 2인침대실, VIP실이 있다. 각층마다 휴게실이 있고 이 건물 옥상에는 ‘치유동산’이 있어 각종 운동 기구와 지압 보도를 이용하여 가벼운 운동을 하며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다. 치유 동산 옆에는 ‘기도동산’이 있어 기도산책을 할 수 있고 5개의 분리된 개인 기도실에서 주변을 의식함이 없이 기도에 전념할 수 있다. 개인 기도실은 숲을 바라보는 쪽으로 적당한 크기의 창문이 있어 채광이 좋고 개별적인 히터 장치도 있어서 한겨울에도 불편함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 기도 동산의 개인 기도실

갈릴리동이 ‘숙소동’이라면 예루살렘동은 ‘강의동’이다. 예루살렘동에는 각종 예배실들이 있다. 56명에서 3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4개의 채플들은 예배 및 세미나를 위한 공간으로서 채광과 경관이 아주 좋고 빔 프로젝트를 사용할 수 있다. 그 중에 겟세마네 채플(150명 수용)은 통성기도를 하며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실이다. 그리고 가장 큰 카리타스 채플(350명 수용)은 강단과 좌측의 거대한 창문이 수려한 자연을 향해 열려 있어 가장 아름다운데, 자동 개폐 장치가 있어 필요 시 창문을 여닫을 수 있다. 특히 ‘카리타스’(진리) 채플 로비는 대형 갤러리(솔로몬 갤러리)로 꾸며져 있어 크리스천 미술가들이 수시로 작품을 바꾸어 가며 게시하는 품격 있는 문화 공간이다.

   
▲ 카리타스 채플
   
▲ 솔로몬 갤러리

세미나실은 3개(수덕/명지/연인홀)가 있는데 각각 16명을 수용할 수 있고 인원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빔 프로젝트가 다 구비되어 있다. 이곳도 역시 채광과 전망이 훌륭하다. 카페를 나서면 왼편에 ‘렉치오디비나’(거룩한 독서) 도서관이 있는데, 다양한 신앙서적과 영성 관련 도서가 구비되어 있고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 도서관 맞은 편에는 세계 각국어(히브리어 포함)로 번역된 천로역정을 만날 수 있는 방이 있다. 이곳에는 존 번연과 찰스 스펄전의 컬러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이동원 목사의 설교와 신앙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두 인물을 기념해서 걸어놓은 것이라 한다.

   
▲ 세미나실

카페의 뒤편은 ‘은자식당’(Hermit Restaurant)으로 연결된다.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식당은 마주 보는 두 벽면이 대형 유리 창문으로 되어 있어 밝은 빛 가운데 자연을 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청결하고 조용해서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음식은 깔끔하고 맛있으며 간이 적당하다.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웰빙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원봉사자들의 사역이 있기 때문이다.

   
▲ 은자식당

필그림하우스는 이십 여명의 전담 직원들과 그만한 숫자의 자원봉사자들이 수고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수고에 대한 보상이 없이 사랑과 희생으로 봉사한다. 그러나 필그림하우스는 이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고 이곳에서 진행되는 세미나 등에 무료로 참석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중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님과 그 일행이 머물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들을 은자식당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필그림하우스는 아직까지는 해외 한인 성도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지는 않다. 2008년 가을에 개관했으니 역사가 이제 8년이 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며 더 많이 알려질 것이고 이와 더불어 해외의 방문자들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 치유 동산

예루살렘동에는 탁 트인 전망을 가진 광야테라스가 있는데, 아름다운 들판을 바라보며 산과 숲과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과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깊이 사색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 ‘순례자의 집’에는 다양한 정원과 테라스가 안팎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뿐 아니라 침묵기도를 위한 전용 공간이 있다. 메디타치오(묵상) 채플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는 24시간 침묵으로 기도하며 주님과 교제할 수 있다. 이처럼 침묵과 사색의 공간을 다양하게 갖춘 것은 ‘침묵의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래서 침묵과 사색을 통해 더 깊은 영성을 추구하는 순례자들에게 적격이다. 실제로 필그림하우스는 침묵을 통한 영성을 추구하는 독특한 ‘영성 센터’로 자신을 정의한다.

   
▲ 광야 테라스

이 ‘순례자의 집’에는 그러나 통성으로 마음껏 기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예루살렘동 1층에 있는 겟세마네 채플이 바로 그곳이다. 새벽 5시에서 밤 10시까지 행사가 없을 경우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목소리를 높여 주님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건물 중앙에는 십자가 모양의 아름다운 야외 침례탕이 있다. 초대교회의 전통을 따라 십자가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침례소로 이용할 수 있다.

   
▲ 십자가 정원과 침례소

예루살렘동은 현대식 건물로 깨끗하고 단정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각층마다 있어서 장애우들도 어렵지 않게 건물 내부를 오갈 수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은 뒤편에 있는 갈릴리동도 마찬가지인데 두 건물은 통로를 통해 내부로 연결되어 있다. 이 통로는 비아 돌로로사로 일컬어지는데, 주님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신 길을 형상화한 것이다.

   
▲ 예루살렘동과 갈릴리동

필그림하우스는 이 시대의 모든 순례자들을 위한 것이다. 삶에 지치고 피곤한 순례자들에게 쉼과 새 힘을 주기 위해 이 집이 문을 활짝 열고 순례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치열한 영적 전투를 치루며 소진한 사역자들이 영적 에너지로 재충전하고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더 잘 무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세미나를 제공하고 기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천로역정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천성 가는 길을 청동에 새겨 가리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고귀한 사명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무명의 성도들이 이 땅의 보상이 아닌 하늘의 보상을 기대하며 필그림하우스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다.

   
▲ 렉치오디비나 도서관

우리가 카페로 돌아왔을 때 건물 한 편의 회의실에서는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이동원 목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최상의 순례자의 집을 세우기 위해 그들의 지식과 재능과 경험을 바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21세기의 순례자들을 위한 집은 이처럼 주님을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들, 또한 주님을 따르는 순례자들에 의해 지어지고 있다.

존 번연이 살았던 17세기의 영국교회의 상황과 이동원 목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한국교회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존 번연과 이동원 목사는 개인적인 면에서도 다른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역자는 두 가지 점에서 꼭 닮았다. 첫째로, 그들은 복음주의적 영성을 지닌 채 한평생 참된 필그림의 삶을 살았다. 그들은 참된 필그림의 영성을 그리스도의 말씀이 영혼 안에 충만히 거하는 상태(골 3:16)로 보았다. 이 두 능력 있는 설교자는 그래서 평생을 통해 말씀의 중심적 위치와 선포에 집중했다. 두 사람은 또한 참된 필그림의 영성을 그리스도의 생명이 성도 안에서 나타나고 더욱 충만해지는 상태(롬 8:29)로 보았다. 그래서 이 두 탁월한 성경 교사들은 그들의 가르침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는 것, 즉 그리스도인의 참된 인격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존 번연이 <천로역정>에서 그리스도인의 인격의 거의 모든 면을 망라해서 다룬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이동원 목사의 설교와 사역에서 그리스도인의 인격에 대한 강조가 돋보이는 사실을 눈여겨본다. 필그림하우스의 침묵의 영성에 대한 강조와 명상적 분위기는 사실상 그리스도인 자신의 인격을 주의 깊게 돌아보게 하는 무언의 강력한 설교인 것이다.

둘째로, 이 두 천부적인 이야기꾼들은 매우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다른 필그림들의 순례 여정을 돕고 인도한다. 번연은 <천로역정>이라는 흥미롭고 영감에 넘치며 유익한 교훈으로 충만한 이야기책을 저술하여 지난 300여 년간 전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의 순례길의 동반자가 되어 왔다. 한편 이동원 목사는 가평에 필그림하우스를 세우고 21세기의 순례자들에게 쉼과 기도와 교제의 장을 제공하고, 다양한 세미나를 통해 순례자의 도(道)를 가르치며, 번연의 <천로역정>을 청동상으로 조각하여 (주님이 더디 오신다면) 향후 수백 년간 순례자들의 길잡이로 남겨주려 한다.

   
▲ 천성문 앞에 선 순례자

필그림하우스는 앞으로 한국과 해외의 그리스도인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순례지가 될 것이다. 침묵의 영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명상적 분위기 및 말씀 중심의 영성을 강조하는 각종 세미나에 더하여 천로역정의 테마 파크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가볼 수 있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필그림 테마 파크는 성도들에게는 필그림의 여정에 필요한 영감을, 불신자들에게는 영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실로 필그림하우스 21세기의 순례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창조적 역사 중 하나이다. 필그림 테마 파크는 9월 초에 개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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