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동성혼 합법화 1년이 지난 미국 사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25년 전에 동성애와 강력한 대립각을 세웠던 기독교 단체의 현 총재가 게이운동가와 우정을 다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뭇 진보적이자 종교다원적인 종교통신(RNS)이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친동성애 계열 등 문제의 무리들과 손을 잡아가는 현상을 두고 한 복음주의자의 "우리에게 모든 해법이 다 있는 건 아니다."는 말을 빌어 회색성 보도를 했다.

최근엔 짐 댈리 포커스온더패밀리(FOF) 총재가 게이운동가인 테드 트림파와 나란히 함께 앉아서 우정을 다지는 모습이 포착돼 복음주의권과 친동성애권 양쪽에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 댈리 FOF 총재와 게이운동가인 트림파와 라이언스 Q 대표 ⓒQ

FOF는 제임즈 답슨 전 총재가 창설한 단체로, 제리 폴웰의 '도덕적 다수'(MM)처럼 라디오 방송망 등을 통해 기독교를 표방하면서도 정치권의 우파 내지 보수계를 대표하며 좌지우지하는 단체의 하나로 군림해왔다. 답슨은 1980년대 공화당의 레이건 행정부 당시 복음주의권의 표몰이를 하기도 했다.

답슨은 고(故) 척(찰스) 콜슨 감옥선교회 창설회장, 고 제임스 케네디(전도폭발운동 대표, 코럴리지 장로교회) 목사 등과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다. 이들은 다 함께 미국을 복음서에 언급된 "산 위의 동네" 곧 '언덕 위의 도시'로서 신적이고 주권적인 국가를 만들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지난 1990년대에 FOF은 지방행정부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도록 허용하는 콜로라도 주의 '개정안2'를 지지함으로써 친동성애 그룹인 LGBT의 지탄을 받았다. 개정안2는 대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2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이처럼 달라졌다.

이전의 FOF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댈리가 최근 친교를 명분으로 동성애자와 일부 행보를 같이 하고 있는 점에 대해 사람들은 "세월 참 많이 변했다."고 금석지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댈리와 트림파는 평소 우정이 깊은 한편 덴버에 있는 '복음주의' 컨퍼런스인 Q(질문을 암시)에서 비밀성매매 관련 법 제정 문제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등 복음주의권의 민감한 거부감과 비판을 자아내는 언행을 해왔다.

댈리는 말한다. "본 단체의 기금후원자들이 말하네요.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하겠다면 우리는 당신네를 이제 더는 후원할 수 없어요.'라고. 제가 아는 기독교 지도자들도 제게 이런 이메일을 보내네요: '당신 어찌 우리를 이렇게 배신할 수 있소?'."

이미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FOF'로부터 관심의 포커스를 돌려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은 연전에 '동성혼 직원'들도 쓰겠다고 나섰다가 후원자들에게 된서리를 맞은 월드비전 미국본부를 연상시킨다. 미국월드비전은 지난 2014년 3월 '동성혼' 관계에 있는 직원들도 고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가 불과 이틀 후 후원자들과 복음주의권의 압력 앞에 굴복하여 발표를 취소했다.

당시 리처드 스턴즈 미 WV 대표는 "이틀간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며 "이 실수를 용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사과했다. 월드비전의 이 발표는 수많은 후원자들과 복음주의자들에게 큰 의혹을 불러일으킨 나머지 다수가 WV과 아예 관계단절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FOF의 이런 움직임은 WV 사태를 재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교계의 우려이다. 복음주의 단체의 이런 흔들림은 포스트모던적인 현대문화에 대한 '순수접근' 방법론인지, 아니면 기독교 정통 신앙으로부터의 일탈 또는 그러려는 테스트 내지 시험의 일환인지 해석상의 혼동을 주고 있다.

복음주의권은 하루아침에 동성혼이 합법화되고 LGBT들의 인권이 날로 제고돼가는 변화무쌍한 현대사회 속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잃는 것을 우려하면서 한편으로 복음주의적 확신을 덜 강조하는 새로운 어프로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Q 창설자인 게이브 라이언스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 문화 속의 어려운 질문에 대하여 크리스천들이 쉬운 대답을 듣기보다 그런 질문과 씨름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역사적이고 정통적인 기독교 신앙은 이 큰 물음에 대하여 할 말이 있지만 우리는 차세대가 이 오랜 개념을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있게 돕고 싶다."

Q의 최근 전국 모임에는 1500여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 트랜스젠더 등 성 문제와 인종 문제, 마리화나 합법화 이슈, 크리스천-무슬림 관계, 세속화 문제, 종교다원화 문제, 인공지능(IE)의 도덕성, 정치적 양극화현상 등을 논했다. 라이언스는 크리스천들에게 세계의 고통당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상처 입은 세계를 위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그들을 '마귀 사람'들로 대하며 치열한 문화전쟁을 치르기보다 '공동선'을 추구할 것을 부탁하고 있지만 복음주의권은 성경적 가치관 유지에 더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댈리와 트림퍼는 자신들의 관계가 "서로 다른 쪽(the other side)"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 개입되기를 바라는 하나의 모델로 나서고 있다. 트림퍼는 말한다. "(복음주의권에게) FOF은 큰 악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관계가 하나님에 대한 댈리의 사랑을 이해하도록 날 도왔다. 나는 댈리 당신과 함께 있을 때마다 그것을 매번 느낀다."

한편 Q 컨퍼런스는 크리스천들이 직접적인 박해나 압력을 받고 있는 문제점들에 관해 몇 가지 조사한 것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인들 가운데 95%는 "서로 치열한 이슈의 반대쪽에 서있는 사람들이 공동선을 추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75%는 강조점에 대해 보다 중도적이거나 온건한 목청을 내야하며 "이슈의 양극에 처한 사람들이 중요 이슈의 토론을 지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또 조사대상자들의 42%가 종교인들을 해법의 일부이기보다 '문제'의 일부로 보며, 46%는 종교를 미국생활에 대한 "부정적 포스"로들 보고 있다.

그밖에도 49%의 사람들은 모든 종교구호단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자선사업과 소셜서비스가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들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최대최다급 구호사역체들은 주로 개신교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