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가로놓인 벽 낮추고
영화의 기독교적 가치 발견
문화선교 새방법론 모색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문화사역은 음악, 특히 CCM분야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 결과 CCM분야는 이미 많은 투자와 사역자로 인해 대중문화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음악 외 미술, 공연, 영화 등 기타 문화 분야에는 한국교회가 소홀했음이 지적돼 왔었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의 문화사역에 다양성이 펼쳐지고 있다. 공연계에는 기독교 극단이 연합을 이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기독교 뮤지컬이 등장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음악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문화인 영화는 교회의 관심 밖이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거대자본이 필요한 문화상품이어서 한국교회가 문화사역의 도구로 기존에 개봉된 영화를 이용해서 기독교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을 간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교회는 영화라는 매체에는 소홀했다. 심지어 일부 문화사역 단체에서는 동물을 의인화시킨 에니매이션이나 일부 공상과학영화를 뉴에이지로 규정해 영화를 기독교와 멀어지게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독교가 영화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움직임이 바로 오는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열리는 ‘제 1회 서울 기독교-영화축제’(http://www.sc-ff.org)이다. 문화선교연구원과 갓피플이 주최하는 이번 영화축제는 기독교적 사고를 품고 있거나, 또 영화적 재미를 가지고 있는 총 34편의 단편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이번 영화축제는 크게 ‘단편 영화제’와 ‘애니매이션 특별전’으로 구분된다.

단편 영화제는 세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총 34편의 본선 진출작이 상영된다. ‘기독교, 영화와 만나다’ 부문에서는 기독교가 영화를 통해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주제로 삼은 15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웃기다. 꿈꾸다. 실험하다’ 부문은 판타지와 코미디, 실험정신이 가득한 단편영화 9편으로 구성된다. 또 가족과 사회현실의 단면을 영화로 ‘영화, 인생을 말하다’ 섹션을 꾸몄다.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믿음, 소망, 사랑 3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총 18편이 상영된다. 피스티스(믿음) 섹션에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프레테릭 백’의 회고전으로 꾸며지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무를 심는 사람>등 그의 대표작 상영과 인터뷰, 메이킹 필름 등이 소개된다. 엘피스(소망) 섹션에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 아가페(사랑) 섹션에서는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작 단편애니메이션이 상연된다.

‘서울 기독교-영화축제’는 본 프로그램 외에 다채로운 부대행사로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감독으로서의 소명을 다한 고(故) 조은령 감독의 추모영상이 개막작으로 상영되고, 평론가와 감독, 그리고 관객들의 토론회와 영화강연이 부대행사로 개최된다. 또 영화제작 스탭을 상징하는 영화제 캐릭터 가면 파티인 ‘기독영화인의 밤’도 색다른 모습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한국교회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선교의 의지가 엿보여 문화사역의 새로운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NETWORKING 2003’이라는 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독교적 관점을 담은 장편영화를 선정하여 2천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영화제 이후에도 기독교 영화 작가의 작품을 지원하는 후원회를 조직하여 제작비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기독교영화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손달익)은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하여 한국교회가 재능 있는 크리스천 감독이 기독교적 영화를 기획함에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재희(영화평론가) 씨는 “영화를 기독교적 시각에서 다시 재조명해 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영화를 다시 읽는 영화제”라고 행사취지를 밝혔다.
또 유 씨는 “영화라는 매체는 근본적으로 교회 안으로 들어와서 세워지기가 힘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대중적이면서도 기독교적인 시각을 담은 영화를 제작지원 해야 한다”고 앞으로 영화를 통한 문화사역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영화제는 단순히 기독교적인 영화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기독교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려는 목적으로 개최되어 영화에 대한 새로운 기독교적 접근을 모색했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또 영화라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이면서도 한국교회에서만큼은 도외시되었던 문화를 통해 기독교와 세상이 쌓고 있는 경계의 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이번 영화축제는 문화사역의 새로운 길을 여는 의미있는 행사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