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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목사 아내와 반창고
2016년 05월 03일 (화) 11:24:46 장경애 사모 webmaster@amennews.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사모

가정에 대한 생각을 할라치면 언제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잘 아는 남편 친구 목사 부부의 이야기다. 그 목사님도 다른 목사님들처럼 교회와 목회에만 지나치게 열중하시는 분이셨다. 그렇기에 사모님은 목사님을 늘 갈구하며 힘들어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견딜힘이 없게 된 사모님은 사생결단을 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얼굴 그것도 이마 한 가운데 대형 반창고를 붙이고 귀가하는 남편 목사님에게 얼굴을 디밀어,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놀라거나 ‘무슨 일이냐’고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지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살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한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귀가하신 목사님은 꼬리치며 나타나는 개를 위해서는 어디에서 먹다 남은 고기를 가지고와 던져주면서도 정작 사모님 이마에 붙은 반창고에 대하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모님은 맥이 다 빠져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고, 자신은 집에 있는 개만도 못한 존재처럼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왔다. 언제부터인가 ‘5월하면 가정’이 떠오른다. 어린이날엔 자녀가, 어버이날엔 부모가 떠오른다. 이제는 부부의 날까지 생겼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 칭하고 가정과 연관되는 다양한 행사가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동시에 가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조명해 보고 건강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데 관심을 유도한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날들을 만들어 자극하는 것은 일 년 열두 달 중에 이 5월 한 달에만 가정을 생각하고 나머지 열한 달에는 가정을 소홀이 여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일 년 내내 가정은 소중하지만 소중한 만큼 소중히 여기지 못하기에 이 달을 기해 더 생각하라고 정한 것일 것이다.

교회 역시 가정의 달 행사에 대하여는 일반 사회보다 더 앞장서고 있다. 주일마다 쏟아지는 가정에 대한 목사님들의 설교, 가정문제 전문가들의 초청 강의, 그 밖에 여러 종류의 이벤트 등을 통하여 인류에게 교회보다 먼저 주신 최초의 공동체인 가정을 행복한 가정으로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그것을 주도하고 또 가르치는 목회자의 가정이 가장 건강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가정의 달에 목회자 가정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고 싶다.

가정이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하고 교회가 건강해야 이 사회가 건강하게 된다는 것을 부인할 성도나 목사는 없을 것이다. 건강한 가정이 되려면 가정 구성원 하나하나의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야 하며, 그러할 때 건강한 가정이 이루어진다. 나는 행복한데 네가 불행하다면 건강한 가정이라 할 수 없으며,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모든 목사님들은 건강한 교회를 원한다. 동시에 성도들의 가정이 건강하기를 원한다. 여기에는 목회자 가정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목회자 가정도 일반 성도들의 가정과 같이 건강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목사님은 무엇에서든지 성도들의 귀감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이 신경쇠약에 걸려 고생하기도 하고 자궁암 전문의의 아내가 자궁암으로 죽기도하는 것처럼 성도들의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기 원하면서 자신의 가정은 건강하게 만들지 못하고 또 만들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목사님들이 있다.

물론 목사님들이 교회를 위하여 헌신하고 충성하기에 하나님의 나라가 왕성하게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기에 목사님들은 언제나 바쁘다. 바쁘니까 자신의 가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한 교회 일에만 전념하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착각하는 목사님들도 계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목사님들이 말씀하시듯 ‘가정과 교회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조화 있게 잘 굴러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목사님들은 교회를 우선으로 살아간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목회자는 하루 24시간이 모두 긴장된 시간이다. 목회자 가족도, 특히 목사의 아내 또한 그에 못지않게 긴장된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목회자 자녀 역시 사방에서 들여다보이는 어항 속에 살기에 잠재된 불안과 함께 성도들의 자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도들은 그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훌륭한 목사이며 교회가 부흥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아는 목사님은 자신의 삶 전부를 오로지 교회만을 위해 살아오셨다. 그런데 교회에 큰 위기가 닥쳐와 교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그 목사님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투리의 관심이 아닌 참된 관심을 가족에게 기울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남편을 본 사모님은 목회지를 잃은 위기에 대한 불안과 아픔보다는 남편을 찾은 기쁨으로 행복해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정말 가슴 아팠다. 그리고 그 사모님이 이해가 되었다.

어떤 한 목사님의 글이 생각난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아빠는 언제까지 목사할 거야?” 그리고는 “아빠가 목사님을 그만 두고 그냥 자기 아빠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아내로부터 들은 목사님은 하나님 앞에서 통곡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목사로서의 자격이 없음과 아빠로서의 자식이 흡족할 만큼의 역할과 본을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해 회개하고 동시에 성도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위해, 가정 사역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기도 부탁을 했다는 글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마음이 저렸다. 그리고 그 목사님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얼마든지 자녀의 이런 생각에 화를 낼 수도 있고, 그 말을 묵살시켜버릴 수도 있는데 아들의 말을 깊이 생각하시고 가정 사역을 위해 성도들에게 기도 부탁까지 하신 것을 보니 훌륭한 목회자요, 남편이요,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성도들의 사정은 너무도 잘 알고 잴 챙기는데 정작 알아야 할 목사님 자신의 가족의 일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목사님도 종종 본다. 이럴 때 목사님의 가족은 소외감에 상처를 입는다. 가정을 잘 돌보는 것은 목사님도 여느 아버지(남편)과 다르지 않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비춰 보면 목사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은 목사님 가족이다. 아니 목사님께서 돌보아 주어야 할 강도만나 피 흘리는 그 이웃이 먼저는 목회자의 가족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시기를 목사의 아내로 감히 주문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2016년 5월, 가정의 달에 이마에 반창고 붙이는 목사 아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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