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운용은 고유 권한…종교 탄압
변칙 사용 행위 보호 받을 수 없다
세속법 처리는 선교 악영향…자성계기 삼길

교회 내의 문제를 세상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게 합당한 처사일까?

서울지방법원이 11월 18일 교계의 대표적 목회자인 김홍도 목사(금란교회)에게 교회재정 횡령 및 배임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750만원을 선고한 것을 두고 ‘교회 내부 문제에 관한 세상법의 판단’에 대한 교계의 찬·반 목소리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한국기독교 교회수호 대책위원회’(대표위원장 최병두 목사, 수호대책위) 사무총장 정창화 목사는 “김홍도 목사 재판은 기독교가 공권력에 탄압 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면서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또 “만에 하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교회 안에서 해결해야 옳은 것”이라며 “사회 문제로 끌고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수호대책위는 11월 24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교회수호를 위한 지도자대회’를 개최한 뒤 결의문을 발표하고 “최근에 발생한 성직자의 구속과 유죄를 선고한 사건은 명백한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을 침해한 사건”이라며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종교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향후 종교활동을 침해하고 방해하는 사태가 발생할 시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홍도 목사의 퇴출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

수호대책위는 선고공판이 있기 전인 지난 11월 3일 김홍도 목사의 무죄를 주장하며 이기택 재판장 앞으로 보낸 탄원서에서 교회 내부문제에 대한 세상법의 관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수호대책위는 나아가 “교회운영상 문제점이 검찰권의 합법적인 수사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종교의 자유는 무엇으로 확보할 수 있겠냐”며 “교회의 재정 관리는 성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므로 수사권이 미칠 수 없는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수호대책위는 또 △김홍도 목사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로 구속 기소한 것은 직권남용의 도를 지나친 헌법 유린행위이며 △김 목사가 행한 재정지출 행위는 교회법과 교회관행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승영 목사) 사무총장 박영률 목사는 “교회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게 사회법으로 처리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번 판결이 선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김홍도 목사 사건의 경우 교회의 재정을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이므로 일부 구성원이 인정했다 하더라도 종교의 자유란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교계 모든 지도자와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스스로 자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11월 24일 열린 ‘지도자 대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김동권 목사

‘감리교회 변화와 갱신을 위한 목요기도회’ 김경태 목사(행복교회)는 “목회자의 문제를 교단 차원에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법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한국교회의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의정치실천연대,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17개 단체는 김홍도 목사를 변호하는 수호대책위의 탄원서가 알려지자 곧바로 11월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담임목사가 교회재정을 교회본연의 공적 목적과는 관계없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교회 내 절차를 통과했다고 해도 범죄행위이지 결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로운 종교행위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 단체는 특히 “교회 지도자가 검찰의 수사와 법정의 판결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통회자복해야 한다”며 “다시는 교권이 전횡과 부패행위를 일삼지 못하도록 현행 교회법과 관행을 개혁해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ID ‘평신도’는 “교회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지만 사회법에 단죄를 당하는 빌미를 만든 성직자는 회개하고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ID ‘진실히’는 “교회가 사회법에 의해 처단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김홍도 목사는) 당연히 무혐의처리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