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아동부 공과공부시간. 오늘의 주제는 천지창조. 선생님은 아이들 앞에 서서 천지창조 첫날부터의 일정을 쭈욱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만 보고 있다. 소그룹으로 구성된 아이들은 카드에 쓰여진 빛, 물 등의 글자를 보고 창조순서에 맞춰 카드를 배열한다. 성경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틀린 것을 바로잡으며 창조의 순서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이창조사역에 관한 메시지를 간단하게 설명해줌으로써 공과공부시간을 마친다.

이런 공과공부시간에는 선생님은 최소한의 말만 한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면서 스스로 성경의 지식을 취득한다. 물론 이 수업을 위해서 선생님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공부시간에는 그날 주제에 따른 결단을 유도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나눈 삶에 대해 격려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이와 같은 학습법이 이른바 교사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바뀐 ‘협동학습’이다.

교회학교에 협동학습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교육훈련개발원’(www.cetnd.org, 대표 박정훈 목사)은 “협동학습은 교회학교에서 할 수 있는 눈높이 교육방법”임을 강조한다.
교회교육훈련개발원은 4년 전부터 세미나를 통해 협동학습을 전파하고 있다. 현재까지 세미나 본부(서울남문교회)에서 20여 회, 개교회에서 200회 이상의 세미나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어 한국교회의 협동학습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

▲ 지난 1월 서울남문교회에서 열린 13회 협동학습 세미나

현재까지 세미나 참석자가 1만5천명이 넘었고, 2천여 명의 교사가 정식과정을 수료해 교회학교 현장에 적용시키고 있다.
협동학습은 소그룹모임이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고민이 아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알려주는 교수학습 방법의 하나이다. 기존의 공과공부는 내용만을 강조했을 뿐, 방법론으로 고민하지 않았기에 결국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교회교육훈련개발원은 세미나를 통해서 협동학습을 소개하는 동시에 <교회 협동학습>이라는 이론서도 출판했다. 이론서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교재를 출판해서 현재 1만2천명의 아이들이 협동학습 교재로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이론서를 통해 교사들이 스스로의 수업도구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러 교사들이 수업지도안 작성을 어려워해서 좀 더 쉽게 협동학습을 적용시키기 위해 교재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임연구원 권진하 목사는 교재를 발행하게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고신대학교 신대원에는 협동학습이 커리큘럼으로 개설됐다며 “협동학습은 이미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협동학습이 교회학교 활성화에 끼치는 효과는 탁월하다. 협동학습을 적용해서 정착된 교회학교는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권 목사는 “말씀을 재밌게 가르치면 교회학교는 부흥하게 된다”며 “아이들은 의외로 말씀에 갈급하고 있고,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치료받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말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협동학습을 통해서 교사와 학생, 친구간의 관계형성이 가능하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얻게되는 신앙적 지식으로 인해 믿음이 성장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협동학습의 보급에 집중했던 교회교육훈련개발원은 이제 교회학교 컨설팅에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교회학교 컨설팅은 침체된 교회학교의 현장을 분석하고 평가한 후, 개 교회에 맞는 협동학습을 적용하고, 예배와 커리큘럼 등 교회교육의 전반적인 개선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각각의 교회마다 교회교육전문가를 둘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교육 전공자들이 나서서 교회학교를 개혁하는데 도움을 주고자하는 목적에서 컨설팅 사역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협동학습 보급과 교회학교 컨설팅, 교회교육훈련개발원 연구팀은 오로지 한국교회의 미래인 교회학교의 부흥을 꿈꾸며 오늘도 땀흘려 뛰고 있다.

“교회학교가 교회의 미래죠” 책임연구원 권진하 목사 권진하 목사(서울남문교회)는 체험을 통해 교회학교 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어느 날 공과공부를 한번 쉬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성경공부 시간을 가장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교수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권 목사는 이미 학교현장에서는 실행하고 있는 협동학습이 교회학교의 대안이라고 판단했고, 이제 교회학교에 협동학습을 도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역설하고 있다. “방법론을 떠나 궁극적인 기독교교육의 목표가 관계성을 통한 올바른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협동학습은 교회에서 더 필요합니다. 일반학교에서도 이미 창의력과 개성을 발달시키는 방법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교회만 여전히 주입식 교육을 고집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협동학습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어 권 목사를 비롯한 교회교육훈련개발원 연구원들은 할 일이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권 목사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아직도 많은 교회가 교회학교에 투자해야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이죠. 교역자들과 교사들은 교회학교가 죽으면 교회의 미래도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