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사업가요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슈퍼 화요일에 공화당의 여타 후보에 비해 압승을 거두면서 복음주의자들 다수가 그에게 표를 몰아주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다원주의 내지 중도주의 언론들은 트럼프와 아울러 복음주의자들의 투표성향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에밀리 밀러 종교통신(RNS)의 통신원은 '트럼프, 명목상 복음주의자들에게 큰 인기, 가장 경건한 사람들 가운데선 덜 인기'라는 제목을 써 경건한 사람들에 대한 나름의 잣대를 적용했다.

슈퍼 화요일에 트럼프는 조지아, 버몬트, 버지니아, 앨라배마, 매서추세츠, 아칸소, 테네시 등 비교적 복음주의 강세 지역인 7개주에서 압승을 했다. 테네시는 특히 67%의 공화당 사람들이 복음주의자로 자임해 금번 투표한 지역에서는 가장 복음주의적인 곳이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를 평가하는 말들이 분분하다. ⓒmotherjones.com

이같은 결과에 대해 RNS는 교계 여론조사 펌인 바나 그룹의 데이빗 키너먼 대표의 말을 인용해 자칭 복음주의자라는 말은 "비교적 기독교화 된 남부의 어느 주에서 흔히 가리키는 말"이라고 테네시를 빗대어 가리켰다. 키너먼은 <선한 믿음: 사회가 당신을 뒤떨어지고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때>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바나 그룹은 투표 결과를 '복음주의자'의 개념을 나름 적용한 9가지 신학적 기준으로 매긴 결과 테드 크루즈 후보(38%), 벤 카슨(35%) 등이 전국적으로 공화당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카슨은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 결과 후 자신의 "정치적 앞길이 뵈지 않는다."며 3월 3일 목요일의 공화당 토론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카슨은 정통교단들이 이단시하는 안식일교 교인이다.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파이브서티에잇'(538)에 따르면, 가장 복음주의적인 공화당 선거구로 알려져있고 트럼프를 공식 지지한 제리 폴웰 2세 목사가 총장인 리버티대학교가 소재한 버지니아 린치버그에서 트럼프는 4위에 그쳤다. 트럼프는 리버티에서 연설한 뒤 폴웰의 지지를 얻었으나 트럼프를 혐오하는 일부 리버티 관계자들과 후원자들은 사후에 폴웰 총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중도적 복음주의자인 맥스 러케이도 목사는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단죄했고 남침례교 윤리학자인 러슬 무어 목사는 이런 현상은 바로 자신이 복음주의자라는 칭호를 이젠 더 바라지 않는 이유의 하나라고 밝혔다. 일부 인사들은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에게 표밭을 밀어준 요인은 소셜미디어라고 분석했다.

슈퍼 화요일 이후 마코 루비오 후보는 경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장로교인, 크루즈 후보는 개신교인인 반면, 루비오는 가톨릭 신자이다.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에 앞서 크루즈는 표밭을 그다지 일구지 못한 여타 후보들에게 "기도하는 맘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고려해줄 것을 호소했다. 크루즈는 알래스카에서 자신으로서는 세 번째로, 루비오는 미네소타에서 처음으로 각각 이겼다. 알래스카는 트럼프를 반짝 지지한 새러 페일린이 주지사를 역임한 주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7개주와 1천 55명의 대의원을 얻었고, 버니 샌더즈 후보는 4개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한편 <당신이 모르는 복음주의자들>의 저자이자 예일신대원 홍보담당 디렉터인 탐 크래튼메이커 논평가는 RNS에 기고한 논평에서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이 대선 후보들을 가려 찾는 좋은 센스를 보여주는 것은 괜찮은 정경"이라며 그러나 "그들 다수가 경건을 위하기보다 리더십과 파워, 능력과 자신감, 직설화법 등을 선호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옳다는 이유가 수많은 사람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어간다."는 크래튼메이커는 "트럼프가 캠페인에서 복음주의자들에게 별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데 보수적 크리스천들로부터 의미심장하고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것은 뭣 때문이냐?"고 묻고 "그가 경건하지는 않지만 '좋은' 대통령이 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답."이라고 썼다.

크래튼메이커는 트럼프에 대한 최근 복음주의자들의 견해를 헤아리기 위해 지난 몇 십년간 복음주의 유권자들과 공화당 사이의 타이트한 관계를 되돌아보고, 공화당 공식지명을 바라는 공화당 후보들과 총선에서 복음주의권의 탄탄한 지지를 위해서는 후보들이 자신의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을 입증해야 하는 게 필수적인 '지상명령'같은 것이라고 전제했다.

조지 W. 부쉬 같은 후보들의 경우 '복음주의적'이라는 폭넓은 평판이 있었다. 그럴 경우 후보자들의 메시지는 으레 복음주의 전문용어에다 성경구절이나 찬송가 가사까지 들먹이며 "저는 여러분과 같은(또는 매우 비슷한) 사람입니다."라고 읊게 된다. 피선에 실패한 존 매케인은 '입증' 수위가 좀 약했지만 그런대로 비슷한 경우였다.

그래선지 루비오 후보는 최근 예수와 '값없는 구원의 선물'이란 용어 등을 사용해서 복음주의 전도사적인 인상을 풍겼고 스캇 워커는 자신이 늘 휴대하는 디보션 책자를 갖고 '빅 쇼'를 연출하기도.

한편 이들 '복음주의 킹메이커'들이 구현하는 현란한 복음주의 수사학은 "과연 이들이 최고사령관이 되기 위해선지, 최고목회자가 되길 바라는 것인지" 비평계의 의혹을 사기도 한다고 크레턴메이커는 너스레를 떨었다.

트럼프는 복음주의자들이 꼭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을 늘 뿌리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의 기독교 유산을 방어하겠다거나 백화점 직원이 서슴없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고린도후서라는 말을 하려다 '두 고린도서'라고 실수하기도 했고 "하나님께 한 번도 용서를 빈 적이 없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크래튼메이커는 뽐내기 잘하고 호전적인 억만장자 이 거물이 이제 공화당 대선 지명자 후보로 확실히 선두를 지키고 있으니 더욱 거칠 것 없이 행동한다며 트럼프의 두 차례 이혼과 득의만면한 그의 젊은 아내, 목걸이처럼 주렁주렁 꿴 그의 걸쭉한 입담 어록, 동성혼과 낙태 등 복음주의 정치학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뜨거운 감자들에 대해 시소 게임을 자주해온 그의 족적을 거론했다.

이제 복음주의권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비복음주의 유권자들로부터 뭔가를 듣기를 바라고 있다. 오클라호마의 한 트럼프 지지자는 "당신은 목사가 아닌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은퇴한 인력자원 관리자 레스 맥니프 씨는 "그가 강하다는 게 맘에 든다."고 말한다.

라벗 제프레스 목사는 트럼프가 늘 성경적인 가치관 행동보다 말이 앞선다며 "교회가 할 일은 교회에 맡겨두고 정부가 할 일은 정부를 의존하자."고 제안했다. 크래튼메이커는 결론적으로 후보자의 강력성, 경쟁력, 지속성, 당선가능성, 뚜렷한 정책제안 등을 대통령 선택의 바탕으로 삼는다면 과연 누가 진정 그런 것을 지니고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