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가 다르면 모든 생각과 행동이 엉뚱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착각 속에 살아가면서 그걸 깨닫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서도 그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유한한 능력을 가진 우리들은 우리들 나름대로 뭘 한다고 하지만 하나님 편에서 보면 얼마나 가소롭고 황당한 일을 많이 저지르면서 살고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이 있다.

우리들 눈높이로 하나님의 세계를 가늠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가 있다. 우리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분은 우리보다 훨씬 높고, 넓고, 깊으시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되고 있는 그림은 독일화가 에밀놀데(Emil Nolde 1867~1956)의 <순교자> 시리즈 중에 세번째(순교자 3) 그림이다.

순교자들이 기둥에 묶여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순교당하는 장면과, 대각선으로 잘라진 앞의 부분은 타는 모습을 보면서 열광하고 있는 로마인들의 모습을 단순한 필치와 색감으로 격렬하게 표현하였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다보면 타고 있는 쪽은 오히려 갑각류 머리처럼 묘사된 인간 같지 않은 로마인들이 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들은 자기들이 순교자들을 묶어놓고 화형에 처했다고 생각하지만 순교자 쪽에서 보면 그들이 지금 지옥 불에서 타고 있는 듯이 보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열광하는 군중들은 지옥불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타들어 가는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반면에 순교자들은 불길 속에서 오히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승천하듯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나님의 눈높이로 보면 바로 이 현장이 대각선으로 갈라진 인간들의 현주소가 될 것이다. 마지막 심판대에 영원히 타고 있는 불길은 바로 그들 쪽에 있는 것이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니라” (마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