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밸런타인 시즌을 맞아 미국 대학가를 황색으로 물들여온 연례 섹스위크(SW) 곧 '섹스주간' 관행에 맞서는 거센 순결운동이 대학가에서 노도의 광풍처럼 일어나 퇴폐로 치닫는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섹스주간은 한 마디로 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성 행각을 부르는 악명 높은 이벤트. 심지어 '전문가'를 자처하는 집단이 탈선과 방종을 정당화하는 강의나 그래픽 전시를 하기도 한다. 배후엔 물론 포르노 업자들도 웅크리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이 작태에 의분을 느낀 대학생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7년 프린스턴대학교의 몇몇 학생들이 이성간의 친밀 관계에 대한 이 일방적이고 위험한 어프로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앤스콤학회'(AS)라는 이 소그룹은 섹스광증에 대하여 건전한 사회과학과 논리정연한 토론을 갖고 결혼과 순결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 성방종의 '섹스위크'에 맞선 사랑과정절(L&FN)의 2015년 모임 ⓒL&FN

<뉴욕타임스>도 이 그룹에 큰 매력을 느끼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그러자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감화를 받아 같은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태어난 것이 '사랑과 정절'(Love & Fidelity) 네트워크. 올해 창설 8주년을 맞은 L&FN은 전국의 36개 칼리지와 대학교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이들은 세계적인 석학들까지 동원해가며 활발한 토론을 통해 '후크업'(hook-up) 문화의 해악에 도전하며 결혼과 정절이라는 진리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섹스위크 지지파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지만 격려의 물결도 크게 메아리치고 있다. 지난 2015년 밸런타인 데이 때는 '데이팅되찾기'(BDB) 캠페인을 벌여, 관련 포스터 시리즈를 전시해가며 바람직한 데이팅 팁을 캠퍼스에 뿌렸다. 한 포스터는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데이팅을 되찾읍시다. 어려운 게 아닙니다."라고 썼다. 내용은 전통적인 데이트는 '케케묵은 방식'이거나 무섭거나 괴짜가 아니라는 것.

보수언론 <브레이크포인트>의 존 스톤스트릿 칼럼니스트는, 물론 기존세대는 "데이트 자체가 문제가 많을 수 있는데"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이유는 요즘은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성인들 사이에 제대로 된 데이트 풍경을 볼 수가 없기 때문. 더욱이 우정과 신뢰까지도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욕 발산과 몸 섞기가 우선인 '후크업' 문화 탓이다. 이 문화는 정서적 연결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 쌍의 남녀가 만나면 한 잔의 커피를 제대로 마실 여유도 없이 키스와 섹스로 연결된다. 케이틀린 라 루파 L&FN 총무는 데이팅 문화의 죽음의 원흉을 성혁명의 잔재와 같은 요인들의 종합으로 꼽는다. 지난 1960년대에 성을 생식과 결혼으로부터 단절시킨 것이 오늘날과 같은 섹스문화를 가져왔다는 것.

▲ 예일대학교의 섹스위크 홍보 사진 ⓒyaleherald.com

요즘은 모든 관계로부터 섹스를 독립시켜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것만 탐하는 대학생들이 숱하다. 더욱이 섹스를 즐기지도 않고 단지 해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서 '참여하는' 풍토가 돼 간다. 이에 대하여 스톤스트릿은 영국 기독교변증가 C.S. 루이스의 <스크류테이프 편지>라는 소설을 상기시킨다.

이 소설에서 스크류테이프는 사람을 유혹하는 고위급 악령의 하나이다. 그는 본래 적(곧 하나님)이 창조하신 쾌락을 미워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꾀어서 정신없이 쾌락행위에 탐닉하게 만들어 급기야 무미건조한 지경까지 가게 한다. 쾌락 자체의 근원을 아는 지혜까지 상실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라루파는 'BDB' 운동이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수많은 대학생들은 철학과 종교에 상관없이 섹스위크와 같은 후크업 문화가 가져오는 공허함에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기 때문이다. 모든 연령세대중 가장 헤도니스트(쾌락주의자)라고 할 만한 대학생들까지도 이제는 뭔가 삶과 관계로부터 얻을 것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