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사탄교 여 사제가 맡게 된 시 의회의 ‘개회기도’를 막기 위해 ‘묵념’으로 대체하는 결의를 했으나, 역설적으로 그동안 기독교식으로 해온 ‘개회기도’ 마저 사실상 폐지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

미국 애틀랜타주 피닉스 시 의회는 당초 오는 2월 17일에 사탄교 신전 여사제(satanists)인 미셀 쇼트가 의회 개회기도를 하게 된 것을 피할 의도로 ‘개회기도 대신 짧은 묵념을 한다’는 결의안을 5대 4로 통과시켰다. 과거엔 미리 신청하여 승인 받는 개인이나 단체 누구나 개회기도를 할 수 있게 문호가 개방되어 있었고, 사탄교에서 이를 틈타 개회기도를 맡겠다고 신청을 함에 따라 시 의회를 고민에 빠졌었다(<교회와신앙> 2월 1일자 ‘충격, 시 의회가 사탄교 기도로 개회하게 되다니’).

그러나 결과적으로 개회기도가 없어진 것이 교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개회기도 전면 폐지를 노려온 무신론자들이나 사탄교 사람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꼴이 되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일고 있다. 또한 이것이 전례가 되어 전국의 도시마다 번질 경우 전반적으로 기독교적인 개회기도 대신 별 문제없어 뵈는 묵념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피닉스 시 의회 건물 ⓒKTAR news

이에 대해 당초 사탄교 개회기도 취소안을 추진해온 샐 디시치오 시의원은 "바로 이것이 사탄교가 원했던 바"라며 "묵념은 기본적으로 개회기도에 대한 금지이다. 결국 그들의 목표대로 된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렉 스탠턴 피닉스 시장은 이번 표결에서 묵념 쪽을 찬성한 일원으로 그는 당초부터 사탄교에게 개회기도를 허용하려던 쪽이었다. 스탠턴은 "종교차별은 우리 모두가 이미 했던 선서에 위배된다."며 "그럴 경우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17일 의회 개회기도를 허용받았던 스튜 디한 사탄교 사제는 "만약 그들이 받아들이길 원치 않는다면 합헌적으로 모든 목청이 함께 공중포럼에서 다운돼야 할 것"이라며 "모든 입장을 다 들어주거나 아니면 전혀 안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소위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이라고 불리는 견해로 대중광장에서나 공공장소에서 기독교 관련 의식들을 차단하는 데 자주 쓰여왔다.

한편 당초 사탄교 인사가 개회기도를 하기로 했다는 뉴스에 수많은 사람들이 크게 동요돼 지난 주 크리스천들이 시의회 모임 장소 앞에 모여 반대하는 감정적인 성토와 시위를 벌였다. 달린 배스케즈 목사는 "나는 (기도의 대안인) 묵념을 반대한다."며 "참된 신이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당연히 기도를 해야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타도시 시의회에서도 사탄교 측 개회기도가 허용되느냐 여부를 묻는 물음도 물결치고 있다. 피닉스에서 불과 20여분 거리의 인접 도시인 스카츠데일 시 의회도 오는 4월 5일 사탄교 인사에 의한 개회기도가 예정돼 있다. 짐 레인 스카츠데일 시장은 "우리 시는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해 포용적이다."며 "개회기원의 포인트는 지역사회에 관한 긍정적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탄교 신전이 개회기도 신청을 낸 도시는 그밖에도 투산, 사화리타, 챈들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