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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
2016년 01월 19일 (화) 15:23:46 장경애 사모 webmaster@amennews.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사모

첫 번의 글이 지상으로 나가고 나니 적지 않은 격려를 받았음에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실감난다. 그리고 마음이 많이 무겁다.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에게 공개한다고 생각하니 사모병에서 온 것인지는 몰라도 만일에 실수하여 일파 만파될 것 같은 불안감마저 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너무도 부족한 목사의 아내라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까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동안 목사의 아내로서 평상시의 생각,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독백처럼 그렇게도 잘 써왔건만 글이 주는 위력 앞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걸려 그런지 잘 써지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나 홀로 밥을 먹을 때의 식탁과 다른 사람에게 대접할 때의 식탁의 모양새가 달라야 함과 같을 것이다.

내 딸은 나에게 이런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 신세한탄처럼 느끼지 않게, 이 글을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읽는 것이 아니니까 한을 담은 듯한 글이 되지 않게 하라고 충고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목사의 아내하면 첫째로 ‘힘들다’를 연상시키지만 이에 못지않게 연상되는 말은 ‘외롭다’는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공감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한 마디로 목사의 아내는 남편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어려움이 별로 없는 목사의 아내가 있을 수도 있고, 설령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아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의 아내가 힘듦이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나타낼 때 남편인 목사님의 반응은 어떠한가? 어떤 목사님의 말씀처럼 목사의 아내가 정말 기도 많이 하기만 하면 내조 잘 하는 것이고, 목사의 아내가 가지는 외로움이나 우울감이 다 사라지고 자존감도 지켜질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내 남편 목사는 내가 투덜거리거나 안 좋은 감정이 안색에 나타나기만 하면 항상 “더 감사하세요.”, “하나님 더 의지하세요.” 혹은 “더 기도하세요.”라는 말로 내 마음의 표출을 초장에 막아버린다. 그럴 때마다 더 감사해야 함을 모르는 바 아니고, 하나님 더 의지해야 함을 모를 만큼 어리지도 않고, 기도해야 하는 것이 절실한 것임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기에 입이 있어도 아무 말 못하고 기가 죽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남편 목사님의 말이 다 맞는 말이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건만 반항심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문제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목사님으로서의 말이 아니다.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남편으로서의 위로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에겐 남편은 없고 훈계하시는 목사님만 존재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 한인서점에 들렀다. 필요한 책을 찾던 중 내 눈을 머물게 하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훗날 책을 낸다면 그 제목으로 출판하려 했던 제목의 책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책 제목이 바로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였다. 놀란 마음에 그 책을 얼른 집어 폈다. 그리고는 또 한 번 놀랐다. 그 저자는 바로 나와 같은 목사의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온몸에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내가 쓰려던 것을 쓴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내가 겪는 것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목사의 아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라는 동질의식에 반가웠다.

어느 날, 패널들이 나와 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TV프로에 갑자기 시선이 집중되었다. 패널들은 국내에서 이름이 꽤나 알려진 의사들과 심리학자 등이었다. 그들이 신나게 토론하는 가운데 이런 것이 나왔다. 남편들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아내와 딸이 물에 빠졌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열띤 공방이 오고갔다. 그 때 나도 내 남편이 저런 경우 내 딸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나를 먼저 건져줄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딸과 내가 경쟁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그 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이것을 물었다. 어떤 답이 있었을지 상상해 보라. 돌아온 답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남편의 말인 즉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제치고 어떻게 내 딸이나 아내를 구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손발에 얼음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딸이 물에 빠졌을 때를 묻는 것인데 무슨 다른 말을 하느냐?”고 했더니 그 말은 들은 척도 없이 어쨌든 자신은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구할 것이라며 ‘어떻게 목사가 가까운 사람을 두고 자기 가족을 찾아 가겠냐’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 장면엔 너무도 멋진 목사님이 보였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나와 내 딸 모습도 보였다. 혹 이런 말을 듣는 성도는 멋진 목사님이라고 박수라도 치겠지만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결국 나는 남편이 없네.” 말은 그렇게 짧게 했지만 마음의 고독은 긴 겨울밤의 추위처럼 차갑기만 했다.

성도들은 이런 목사님을 멋진 목사님, 진짜 목사님, 훌륭한 목사님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혹 그런 목사님을 모시고 신앙생활 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느낄 것이다. 나 역시 그 목사님이 내 남편이 아닌 다른 목사님이라면 그런 찬사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내 남편이다. 이제 내가 그 목사님의 아내로서 그런 목사님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아니 못하겠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목사의 아내다. 목사님은 나의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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