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이 열 두 아들을 놓고 예언하는 장면이 창세기 49장이다. 여기서 그는 장자 르우벤을 저주한다. 르우벤은 이스라엘의 장자이기에 그 자체로도 놀라운 축복이었다. 하지만 자기 서모 빌하와 간통하면서 장자의 특권과 영광을 잃는다. 그의 삼촌 에서는 아버지 야곱에게 장자권을 빼앗긴다. 그만큼 에서도 장자의 유익과 사명을 우습게 여겼던 것이다. 르우벤도 이스라엘의 장자로서의 유익과 사명을 깨닫고 있었더라면 욕정을 못 참아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의 장자권은 열한 째 요셉에게로 넘어가고 말았다. 영적 세계에서는 믿음대로만 된다. 다 같이 약한 존재라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산다면 해당되는 삶이 열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우벤은 아프게 회개하고 돌이키려 하지 않고 약삭빠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야곱이 아들들에게 한 예언은 현재 그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말한 것이었다. 지금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힘으로 살아간다면 후손들도 그대로 잘 될 참이다. 하지만 현재 사는 모습이 영 아니라면 미래도 더욱 그러할 참이었다. 그렇게 야곱을 통해 하나님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 미래를 투영해 예언했다. 르우벤의 삶이 그런 것이었다. 장자라면 자기 사명을 따라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할 일은 해야 한다. 목회도 그렇다. 쉽게만 하려면 르우벤과 그 후손들처럼 되고 만다. 법도 어기고 윤리적으로도 대충 한다면 당장은 쉬워도 옆길로 빠진다. 필요하다면 힘든 일도 해야만 한다.

르우벤의 행동은 그대로 후손들에게 나타난다. 애굽에서 나와서 요단강을 건너지 않고 동쪽에 머물기를 원했다. 다른 지파 형제들은 땅도 없이 가나안 족속들과 전쟁을 앞두고 고달픈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르우벤 자손들은 강 동쪽에 터를 잡고 가족들의 안일과 물질적 번영을 위해 머무르려 했다. 하나님 뜻보다 육신의 편안함이 먼저였다. 계산 밝고 약삭빠른 행동이 우선은 성공하는 것 같으나 결국 멸망에 이르는 화근이 된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자리 잡자 먼 요단 동편의 르우벤 사람들은 소외되기 시작한다. 세월이 지나자 주위 나라들에 물들어 일찍 멸망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하나님이 앗수르 왕 불의 마음을 일으키시며 앗수르 왕 디글랏 빌레셀의 마음을 일으키시매 곧 르우벤과 갓과 므낫세 반 지파를 사로잡아 할라와 하볼과 하라와 고산 하숫가에 옮긴지라 저희가 오늘날까지 거기 있으니라.”(대상5:26) 이렇게 이스라엘의 장자 르우벤 지파는 하나님 징벌로 가장 일찍 멸망하고 만다. 조상으로부터 이어지는 당연한 권리와 세습적 축복을 저버린 르우벤 지파를 남의 일처럼 생각지 말아야 한다. 목회도 그렇다. 목회 자체가 주의 거룩한 사업이다. 그냥 그 길에 서기만 해도 기본적인 복을 받는다. 편하려고만 하면 점점 나태해지고 세상 방법을 따르게 된다. 처음에는 쉽고 좋은 것 같으나 차츰 세상을 따라 세속화된다.

신자라고 한다면 가능하면 하나님 백성과 함께 해야 한다. 예배도 빠지지 않고 구역 모임에도 출석하라. 교회에서 수련회나 부흥회를 하면 역시 참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교회를 위해서 헌금도 하고 봉사도 해야 한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면 편한 것 같지만 결국은 르우벤 지파처럼 하나님의 교회에서 떨어지고 하나님의 축복에서 제외되고 만다. 목회자들은 더욱 그러하다. 심방이나 교인 상담 등 시간을 내어서 교인들과 함께 하라. 안 그러면 편하다. 하지만 차츰 교회는 성장을 멈춘다. 교회 전체가 다 취약해 지면서 교인들도 신앙이 약해진다.

교회가 부흥하고 힘을 얻으려면 목사부터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교인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목회자의 꿈이나 욕심을 위해서 교인을 이용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교회가 잘 되도록 기도하면서 꾸준히 헌신하고 봉사하라. 가능하면 성전에 가까이 있도록 하라.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외부 일에 더 열심을 내는지 모른다. 노회, 연회 동창회 지역사회 일에 힘을 다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인정받고 대접받고 유명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차츰 교회 일에는 등한하게 된다. 그러면서 교회는 약해진다. 그럴수록 더욱 밖에 일에만 집중한다. 결국은 르우벤 지파처럼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