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창세기 49장, 열두 지파에 대한 예언으로 르우벤이 가장 먼저 나온다. “르우벤아 너는 내 장자요 내 능력이요 내 기력의 시작이라 위풍이 월등하고 권능이 탁월하다.” 여기까지는 기막히게 좋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모든 복이 주어진다. 타고나면서 받은 것이다. 육신적으로 세상에도 나면서부터 부자요 미인이요 건강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 삶의 경쟁에서 대충해도 항상 앞서간다. 더욱이 이스라엘에서는 장자의 권한과 영광이 육적 영적으로 대단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르우벤 지파는 나머지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탁월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였다. 누구나 상황이 좋으면 그게 삶인 줄 알고 흐지부지 보낸다. 르우벤도 지지부진하다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것은 이미 르우벤 시절부터 나타난 모습이었다. 르우벤이 그런 사람이다. 하나님의 모든 복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다 잃어버린다. “물의 끓음 같았은즉 너는 탁월하지 못하리니 네가 아버지의 침상에 올라 더럽혔음이로다 그가 내 침상에 올랐었도다.” 그 모든 탁월함이 일시에 망가지는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다. 다른 게 아무리 훌륭해도 하나님 앞에서 범죄하면 다 끝난다. 목회도 그렇다. 신학교 때 보면 목회자로서의 훌륭한 점을 다 가진 이들이 있다. 목소리 좋아 노래 잘하고 말 잘해 설교 잘하고 인물도 좋다. 공부도 잘한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제대로 목회를 해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하던가 아예 목회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성경에서도 알 수 있지만 르우벤은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예언대로 그는 끓는 물 같은 성격이었다. 화끈하고 정이 많았다. 그래서 형제들이 요셉을 죽이려고 했을 때 구덩이에 던지자고 한다. 나중에 그들의 화가 가라앉았을 때 구출하려고 한 것이다. 목회자들도 대개가 르우벤처럼 착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화끈하게 다른 사람들을 돕기도 잘 한다. 그러니 헌금도 잘 낸다. 겉으로 보기에 정말로 착하고 훌륭한 마음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인간적인 정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그래야 따듯한 사회가 되고 교회가 된다. 이러한 목회자는 사랑으로 인해 사랑 받는다.

그러나 르우벤은 거기서 그쳤다. 남들에게 없는 그런 장점을 다 가지고도 저주를 받는다. 음란한 마음을 절제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성적욕망이 일어난다. 그것을 잘 처리하면 좋다. 부부간에 화합하면 된다. 그러나 부부간에 사이가 안 좋고 비윤리적인 이성 관계에 관심을 가진다면 대부분 범죄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윗이 밧세바를 범한 뒤에도 용서 받은 것을 자신에게도 적용한다. 이 정도가 되면 이제는 아예 봇물 터진 것처럼 부적절한 행동이 계속된다. 목회는 건성이고 삶의 방향은 감정적인 쾌락으로 모아진다. 모든 성적 비윤리적인 일의 노예가 되고 만다.

이런 일은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군 사령관, 검사, 변호사, 정치인 다 마찬가지이다. 목회자도 그렇다. 모든 죄와 마찬가지로 성적 유혹도 영적이다. 그런 마음의 자세를 가지면 서로 눈빛만 보아도 연결 된다. 그래서 너무 쉽게 말려든다. 그러니까 유혹에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목회 하다보면 여성들 유혹이 많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사실 나는 그런 유혹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자만하지 말라. 아직 두고 봐야 안다” 하기에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은퇴하고 보니 정말 그렇다. 유혹하는 여성은 없었다. 유혹은 영적이요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하나님 일에 온 정신을 쏟는다면 그럴 마음적 시간적 여유가 있을 수 없다. 유혹은 내가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성을 보면 물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드물게 흔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하나님 앞에서 내가 할 일인지 생각하면 금세 마음이 정리된다. 르우벤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장자로 조상으로 할 일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그런 범죄에 빠질 수는 없을 것이었다. 목회도 그렇다. 하나님 앞에서 목회자로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항상 확인한다면 그 일에 대한 능력과 도움이 주어진다. 이것은 더욱 영적인 일이기 때문이요 보상이 말도 못하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