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야곱이 외삼촌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일이다. 형 에서가 4백 명을 거느리고 온다고 한다. 본래 에서는 야곱에게 빼앗긴 장자권으로 인해 평생 분노를 가지고 복수의 칼을 갈아온 사람이다. 야곱은 형을 피해 20여 년간 외삼촌의 집에서 갖은 불이익을 참고 살았다. 부인 4명에 열 두 자녀를 낳아 이제 겨우 집을 세웠다. 그러나 이제 한 순간에 다 무너지려한다. 형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기에 야곱은 너무도 두려웠다. 이제 도망 갈 길도 없다. 어떻게 가족을 다 데리고 용사 4백 명을 피하겠는가. 그냥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종이었던 부인 둘과 자식들을 맨 앞에 두고, 그 다음에는 레아와 자식들,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라헬을 두었다. 덜 사랑하는 사람들은 빼앗겨도 자기는 살려고 한다. 그래도 두려워 얍복 나루를 건너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는 하나님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전에 내게 명하시기를 네 고향,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네게 은혜를 베풀리라 하셨나이다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네게 은혜를 베풀어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하셨나이다.”(창32:9-12). 기도 하나는 분명하게 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자기의 소원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대로 이행하라는 요구다. 하나님의 말씀은 신기한 능력으로 말씀을 받아 품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믿음을 준다.

밤에 그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야곱과 씨름을 한다. 야곱은 그 사람이 하나님의 사자임을 알았다. 그래서 절대로 놓지를 않았다. 씨름을 밤새도록 해도 놓지를 않으니 그 사람이 환두뼈를 쳐서 탈골되게 한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래도 야곱은 놓지 않았다. 가게 놓아달라고 사정을 하니까 나를 축복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 놓겠다고 한다. 그때 하나님의 사자가 그에게 묻는다. 야곱이라니까 이제부터는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싸워 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님을 이긴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음에 야곱은 천사를 놓았다. 그리고 이 새 이름대로 자신의 정체를 정한다.

구약에는 이스라엘 백성은 두 이름으로 부른다. 야곱아, 이스라엘아. 야곱은 태어나서부터 가진 본성이다. 약하고 무능하고 간교하다. 그러나 새 이름은 하나님을 이긴 사람 하나님의 아들이다. 이 새 이름은 야곱이 훌륭해서 또는 실제로 하나님보다 강해서 그렇게 불러준 게 아니다. 하나님께서 씨름에서 져 주시고 이스라엘로 불러 주신다. 이 내용은 다음번에 좀 더 말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새 이름에 집중해 보자. 만약 옛 이름 야곱에만 집중하면 야곱의 삶이 열려진다. 그러나 새 이름 이스라엘을 주장하면 거기 맞는 삶이 열려진다. 이 둘 사이를 오가는 게 신자의 삶이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정체는 야곱이다. 간교한자이다. 아담의 후예요 아담 안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깨면 자동적으로 야곱이 눈을 뜬다. 아담의 생각을 한다. “오늘도 일하러 가야 하나? 그 인간하고 얼굴을 마주해야 하나? 이렇게 몸이 무겁고 힘든가?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 야곱의 삶은 힘들다. 약하고 무능하고 두렵다. 이스라엘로 하나님이 만들어주셨지만 이스라엘 노릇을 하려면 믿음으로 선택해야 한다. 생명의 성령의 법을 따라 능력 있게 살려면 믿음을 화합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야곱 또는 아담의 삶은 자동적이지만 이스라엘은 정신 차리고 믿음으로 선택해야 한다.

목회가 그렇다. 야곱으로 나가면 에서가 군대를 거느리고 덮쳐온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이스라엘이라고 부르신다. 그런데도 두려움에 눌려 인간적으로 나간다면 이스라엘의 능력이 나오지 않는다. 두려움이 몰려와도 야곱으로 살지 말라. 스스로 이스라엘임을 선언하라. 상황은 다른 말을 하리라. “네가 무슨 이스라엘이냐? 넌 자격도 능력도 없다.” 그러나 내가 훌륭해서 이스라엘 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예수를 통해서 나를 이스라엘 곧 하나님의 아들로 만들어 주셨다. 이 영적 사실을 주장하라. 그러면 현실에서도 그 권세가 나타난다. 야곱이 이스라엘로 형 에서를 변화시키듯, 목회도 이스라엘로 임하면 해당되는 변화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