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연 선교사 / 레팜선교회 대표

1. 나그네들의 도시, 샨르우르파(Şanlıurfa)

(1) 개요

▲ 원제연 선교사

현재 샨르우르파(Şanlıurfa)는 터키 동남부 지방에 위치해 있으며 남쪽에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접경도시이다. 샨르우르파는 ‘선지자들의 도시’, 혹은 ‘나그네들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그 별칭처럼 샨르우르파는 아브라함 3종교라고 하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믿음의 조상들이 활동했던 ‘성지’이며, 예전부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원행 길을 나선 많은 나그네들에게 고단한 여정에 편안하고 아늑한 쉼터를 제공했던 도시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샨르우르파는 메소포타미아 북부, 그러니까 상류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 사이에 위치해 있다. 소아시아 동쪽의 아나톨리아 지방과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샨르우르파 근처에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우리 귀에 익숙한 장소인 ‘하란’(Haran)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바로 구약성서 창세기에 많이 등장하는 지명이다.

▲ 샨르우르파 고대 성채 ⓒ레팜선교회

이곳은 다메섹, 수리아 안디옥과 더불어 예전 성서에서는 ‘아람 땅’으로 불렸던 곳이다. 이 땅에 거하던 사람들을 ‘아람 사람’이라고 불렀다.

또한 이곳은 동방에서 실크로드를 오가는 많은 약대 상인들의 ‘쉼터’였으며, 현재는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많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나그네로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 역사

샨르우르파는 히타이트가 아나톨리아를 통치하고 있을 당시 ‘우르슈’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청동기 때부터 사람들이 문명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다. 히타이트가 해양 민족인 프리기아에 멸망당하면서 이 도시는 우라룻트라는 왕국이 그 뒤를 이어 세워지며 그 통치 하에 들어갔다.

BC 4세기 초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점령해서 그 이름을 ‘에뎃사’(Edessa)라고 명명해서 AD 1516년 오스만 제국이 이곳을 점령하고 그 이름을 ‘우르파’(Urfa)로 변경할 때까지 그렇게 불렸다.

에뎃사는 초대교회 당시부터 복음을 받아 들여서 기독교가 흥왕했던 도시였다. 외경 중에 ‘아부가르와 그리스도의 서한집’과 ‘다대오 행전’, 그리고 교회사가인 유세비우스의 ‘교회사’에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원래 에뎃사를 스도로 하는 오스로에네(Osrhoeno) 왕국의 왕인 아부가르가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의 사절 한난이란 사람이 예루살렘에 갔다가 예수님을 만났고 예루살렘을 다녀와서 예수에 대한 보고를 왕에게 했다고 한다. 예수님에 대한 얘기를 들은 아부가르 왕은 예수께 사절을 보내 자기 병을 치유해 달라는 청을 했는데,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 중 한 명인 다대오를 보내서 그를 치유해 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병을 고친 아부가르 왕을 비롯하여 많은 신하들이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한다.

서방 제국에서는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13년에 기독교를 공인했고, 395년에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포했는데, 이보다 200년이나 앞선 시기에 동방의 제국에서는 200년 경에 기독교가 세계 최초의 국가 종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에뎃사의 기독교 부흥은 이후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하려는 기독교인들을 동방으로 이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에뎃사를 동방 기독교의 중심지로 만들어 주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오순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무리들 중에 바대인, 메대인, 엘람인, 메소보다미아인, 본도인 등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은 동서로 이란 고원지대에서 에게해까지, 남북으로는 흑해와 카스피해 아래로 아라비아 사막에 이르는 고대 근동의 많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수리아(Syria) 안디옥을 지나 이들 지역으로 나가는 관문(Gateway)이 바로 에뎃사이다.

이후로도 오스로에네(Osrhoene) 왕국은 431년 에베소 종교회의 때 파문당한 네스토리우스파의 본거지가 되어주었고, 그들에게 조로아스터교 문화권에 속하는 페르시아,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인도, 불교 문화권에 속하는 중앙아시아와 몽고, 그리고 7세기 초에는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 당나라에까지 선교의 길을 터주었던 나라가 되었다.

2. 성서와 샨르우르파

(1) 아브라함

예전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인 BC 21세기 경에 갈대아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이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는 하나님의 소명을 1,600km가 넘는 대장정의 원행을 하다가 ‘하란’에 잠깐 머물러 살게 된다.

여기서 아브라함이 소명을 받은 곳이 갈대아 우르인지 아니면 하란인지, 그리고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르인지 터키 샨르우르파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기독교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갈대아 우르가 아브라함의 고향이고 거기에서 소명을 받은 것이라 주장을 하고 있고, 이것이 전통적인 견해라 받아들여진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글을 쓰려 한다.

▲ 아브라함의 이동 경로 ⓒpicok.co.kr

이와는 별개로 이슬람교에서는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르가 아니라 이곳 샨르우르파(또는 우르파)라고 주장한다. 이슬람교의 성지인 ‘아브라함 탄생동굴’이 있고, ‘아브라함 연못’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 소개를 할 예정이다.

아브라함은 우르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자기 고향 땅을 떠나서 1,600km 먼 여정을 시작했다. 아브라함은 우르를 나올 때에 아내인 사라, 그의 아버지인 데라, 동생 하란의 아들인 롯과 함께 동행 했다. 그리고 마침내 메소포타미아 평원 지대를 지나 지금의 터키 땅 ‘하란’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아브라함이 이동한 경로는 비록 평지가 많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를 지나왔지만 그래도 많은 가족과 동물들을 이끌고 차도 없는 시대에 1,600km를 이동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먼 여정 가운데 지친 그들은 하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아브라함이 하란 땅에 머무는 동안 그의 아버지 데라가 죽었고, 이곳에서 많은 재물을 모았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때가 되어서 그동안 모은 재물과 아내 사라, 조카 롯, 가솔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다(창12:5).

아브라함은 하란에 머무르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 하란이 그를 가나안으로 인도한 것 같다.

성서를 보면 아브라함은 우르를 나올 때에 처음부터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처음 아브라함을 소명하시는 장면을 보면 하나님은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신다(창12:1). 아직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중에 알려 주시겠다는 뜻이다.

▲ 하란의 전통 주거양식 ⓒ레팜선교회

그리고 ‘믿음장’인 히브리서 11장 8절은 보면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라고 말씀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갈 바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믿음으로 순종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있어 하란 땅은 고단한 여정에 쉼을 준 곳이고, 물질의 복을 받은 곳이기도 하며, 장차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알게 한 곳이라 볼 수 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하란은 육적으로, 영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2)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고향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면서 이삭을 낳았고 그가 장성하면서 아브라함은 이제 그를 위해 신부감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종 엘리에셀을 ‘나홀의 성’, 혹은 ‘밧단아람’이라 불리는 하란으로 보내 이삭의 아내를 구해오게 했다. 실제로 엘리에셀은 브두엘의 딸인 ‘리브가’를 만나서 그녀를 이삭의 아내로 데려오게 된다. 브두엘이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아들이니, 조카의 딸을 이삭의 아내로 들인 것이다(하란을 나홀의 성이라 부른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 데라와 형인 아브라함과 함께 우르를 나온 나홀이 아브라함과 달리 하란에서 정착해 살았기 때문인 듯 보임).

(3) 야곱의 아내 라헬과 레아의 고향

야곱은 에서의 복수를 피하기 위한 도피의 목적과 아내를 얻을 목적으로 ‘밧단아람’으로 불리는 하란 땅으로 향했다(창28장). 이삭의 당부대로 어머니 리브가의 고향인 하란에서 아내를 구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어머니 리브가의 오라비인 라반의 여식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야곱은 외삼촌의 딸들 즉 이종사촌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아람 사람 라반은 이렇게 야곱의 장인어른이 되었다.

또 이곳 하란은 형의 복수를 피해 도망쳐 온 곳이기도 한데, 두려움에 떨던 야곱에게 20년 동안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고향 땅 우르를 나와 나그네 길을 떠났던 조부 아브라함에게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3대에 걸쳐서 히브리 민족은 하란 사람, 즉 아람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와 야곱의 아내 레아와 라헬은, 히브리 사람의 조상이 된 아람 사람이었다. 사실 아람 땅 하란은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에게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와 같이 하란, 즉 아람 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친정과 같은 곳이었다. 심지어 모세 5경 중 하나인 신명기에서 모세는 자신들의 조상을 ‘유리하는 아람 사람’(신26:5)이라고도 표현을 했다.

그렇다면 ‘아람’은 누구일까? 노아의 아들 3아들 중 셈에게 엘람과 앗수르, 아르박삿, 룻 그리고 아람 이렇게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다. 아브라함이 아르박삿의 후손이니까 아람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셈족 계열로 정말 형제지간이라고 볼 수 있다.

3. 21세기 나그네들이 쉼을 얻는 곳, 하란

4년 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많은 수의 시리아 난민들이 포연을 피해 ‘아람의 땅’과 ‘나홀의 성’이었던 이곳 샨르우르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400만 명 이상이 고향 땅을 떠나 난민이 되어 해외를 떠돌고 있다. 이곳 터키에도 200만 명(2015년 11월 통계)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이 각처에 흩어져 지내고 있는데, 샨르우르파가 그 중심지로 떠올랐다. 시리아의 국경 도시인 ‘코바니’가 바로 샨르우르파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 시리아 난민들 ⓒ레팜선교회

지금의 시리아는 예전 성서 속에서 ‘아람’, 혹은 ‘수리아’로 불리던 나라이다. 위에서 설명 했던 것처럼 셈의 막내아들인 ‘아람’의 후손들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들, 즉 이삭과 야곱의 배우자들이 나고 자란 나라이다. 이스라엘과는 사돈 관계에 있는 나라인 셈이다. 이스라엘과 사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또 다른 나그네인 난민 신세가 되어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 아브라함과 야곱에게 고단한 나그네의 여정 속에서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하란은 지금도 아람 사람의 후손들에게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 주고 있다.

4. 교훈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한 청년의 분신 사건을 계기로 촉발되어 아랍 세계를 휩쓴 ‘아랍의 봄’(재스민 혁명) 바람은 독재자 아사드가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아에도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사드 정권이 시위대를 강력 진압하면서 지금의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었고,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는 내전과 IS와의 전쟁으로 점차 절망의 땅, 죽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예지디, 시리아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서 전 세계로 흩어지고 있다.

현재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와 인근 중동 국가들은 물론이고 아메리카 대륙, 유럽 세계에까지 퍼져가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까지 시리아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다. 시리아인 디아스포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예전 유럽과 아시아에 흩어져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통해서 바울의 선교 사역이 크게 열매 맺게 인도하셨다. 이제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형제지간이자 사돈지간인 아람인, 즉 시리아인들을 디아스포라로 흩으시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이 있으셔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허락하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중동 땅의 복음화를 위해서 시리아인 디아스포라를 준비하신다는 것이다. 시리아인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분명한 싸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터키에서 나그네로서의 삶을 보내고 있는 난민들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내줘야 한다.

그리고 예전 아브라함이 하란 땅에 거하면서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어느 곳이 ‘가나안 땅’인지 어떻게 하면 그 길을 갈 수 있는지,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분명하게 제시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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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연 선교사의 ‘성지선교회’가 12월부터 시급한 시리아 이라크 난민 사역을 위해 ‘레팜선교회’(REFAM = Refugees Family)로 명칭을 바꾸고, 모든 사역 시스템도 함께 변경했다. 성지관련 기고는 계속되며, 레팜선교회 사역에 따른 난민 지역 현장의 생생한 소식과 기도 제목들도 <교회와신앙>에 보내올 예정이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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