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 목사 / 상도중앙교회 담임

본문 / 에배소서 1장 3-6절        [ 동영상으로 보기 ]

▲ 박봉수 목사

성경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하나님의 예정’이라는 비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구원하실 자를 미리 정해 놓으셨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오늘 본문이 잘 설명해 줍니다.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4-5).

이 말씀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는 창세전에 그러니까 천지창조가 있기도 전에 그리고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우리를 택하셔서 하나님의 자녀로 예정해 놓으셨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비롯하여 성경 여러 곳의 비슷한 맥락의 말씀을 중심으로 소위 ‘예정론’이라는 신학적 주장이 제기되어왔습니다. 초대교회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지속적으로 예정론이 구원론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로 논의되어왔습니다. 특히 우리 장로교는 선구자인 장 칼뱅(John Calvin) 선생의 신학적 입장을 따라서 이 예정론을 구원론의 근간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예정론에 대한 비판과 반대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예정론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주장은 이런 것들입니다.

첫째, 예정론이 운명론적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영원 전에 인류를 한편으로는 구원 받을 사람으로 예정하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주 받을 사람으로 예정하셨다면, 이미 모든 인류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 영원한 예정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고 인류의 역사가 이 예정에 따라 진행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주장은 그야말로 운명론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예정론은 기계론적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역사가 하나님이 예정한 대로 이루어지고 이에 대해 인간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면 기계론적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영원 전에 하나님이 정해 놓은 대로 인간의 운명이 기계적으로 진행된다면 인간의 자유 의지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 예정론은 하나님을 죄의 창시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정론대로라면 인간의 타락은 이미 예정되어있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면, 죄 역시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결코 죄의 창시자도 인간의 죄에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결국 이런 가르침과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넷째, 예정론은 인간의 모든 노력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구원과 멸망이 이미 영원 전에 예정된 것이라면 인간의 모든 노력은 결국 의미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전파도 세계선교도 부질없는 노릇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하게 살며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노력 역시 허사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비판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합니다. 예정론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주장하다 보면 이런 비판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다른 교파들과 논리적인 신학자들로부터 예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논리적인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이 예정론은 논리적인 사변의 목적으로 제시된 것이 아닙니다. 복음의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 주어진 말씀입니다. 인간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열심을 가르쳐주기 위해 주어진 말씀입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고 믿음으로 받아야 할 말씀입니다.

그러면 이 예정에 관한 말씀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믿고 소중히 받아 간직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1.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입니다.

예정론이 말씀하고 있는 핵심은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스스로를 구원할 능력도 없고, 구원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구원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구원을 받게 되었을까요? 하나님께서 은혜로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예정하셨고 택하셨기 때문입니다.

롬 9장을 보면 사도 바울이 예정론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기들은 구원 받은 백성들이지만 이방인들은 버림받은 백성들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 보니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뒤에 이것이 뒤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이방인들은 예수 믿고 구원을 받고 있는데 정작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유대인들 가운데 대부분은 예수를 믿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에서와 야곱을 비유로 들어서 말씀했습니다. 에서가 장남이고 야곱이 차남이지만 야곱을 축복의 통로로 택하시고 에서는 버리셨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장남이 택함을 받아야 하는데 야곱이 택함을 받은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에서가 항변을 하거나 에서의 자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뜻하지 않게 자격이 없지만 은혜로 택함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도 바울이 이 예정론을 통해서 말씀하고 있는 것은 구원은 사람의 노력이나 사람이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당연히 유대인이 구원을 받고 이방인이 버림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방인도 구원을 받고 물론 소수 이지만 유대인 가운데서도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구원은 사람의 노력이나 사람이 정해 놓은 기준이전에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것을 따라 받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원을 위해 힘써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구원 받을 아무런 자격도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제가 즐겨 부르는 찬송 가운데 하나가 310장입니다. 이곡의 가사를 쓴 분이 다니엘 휘틀 목사님입니다. 이분은 청년 시절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북군에 자원입대 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전투에 투입된 지 얼마 안 돼서 포탄 파편을 맞아 오른 팔을 잃고서 포로로 잡혀 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병상에서 고통 가운데 지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입대할 때 어머니가 건네주신 성경책을 꺼내 읽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가 그를 찾아와서 소년 병사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간호사가 틈만 나면 성경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분은 거절했습니다. 아직 자기는 남에게 믿음을 고백할 정도의 신앙수준이 아니었고, 게다가 제대로 기도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경을 헤매는 소년 병사를 못 본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년 병사의 병상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먼저 자신을 위해 기도했고 그러던 중 회개 기도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죽기 전에 예수를 영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 분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며 이 소년 병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 병사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평안이 가득했습니다.

이 분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용하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용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체험을 바탕으로 그가 작사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 데 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구원 받은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아무런 자격이 없는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예정하셨습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를 택하셔서 구원하셨고, 하나님을 위해 쓰임을 받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점을 깊이 깨닫고 고백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2. 구원은 필연적이라는 것입니다.

예정론이 말씀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은 우리가 구원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기회에 복음을 듣게 되고 결단하여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야에서 볼 때 이 기회는 우연으로 우리에게 찾아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다가 교회 나오게 되었고, 어떻게 하다가 예수를 믿게 되었고, 어떻게 하다가 하나님의 일꾼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사역했던 위대한 전도자 스탠리 존스의 일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이분은 원래 대학시절 신앙이 없었습니다. 미션스쿨을 다녔기 때문에 학점을 따기 위해 억지로 채플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학생들은 무관심한 태도로 채플에 참석했고, 심할 경우 기독교에 대해 비아냥거리며 설교를 들었습니다.

한 목사님이 설교를 했는데 이분이 열정적으로 설교를 끝내고는 뜻밖에 초청을 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원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십시오.” 그런데 아무도 나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분이 딴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학생들이 장난으로 말했습니다. “어이 예수가 자네를 부르네 빨리 나가봐 혹시 장학금 줄지 누가 알아!” 이분은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습니다.

목사님의 기도를 받았고 그 날 예수를 영접했습니다. 그리고 영적 훈련을 받으며 주를 위해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후에 인도로 파송 받아 수십만 명을 전도한 위대한 전도자가 되었습니다.

이분은 후에 자기가 예수를 믿게 된 그 날의 사건을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적 사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연처럼 보이는 수많은 사건을 겪습니다. 우리의 시야에서 볼 때 그것들은 우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야에서 볼 때 그것들은 결코 우연일 수 없습니다. 특히 예정론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필연인 것입니다.

구약의 역사를 보면 가장 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이스라엘이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간 뒤 70년 만에 돌아오는 사건입니다. 바벨론이 망하고 바사 즉 페르시아가 패권을 잡았습니다. 고레스라는 왕이 페르시아를 다스리면서 이스라엘을 자기네 땅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우연처럼 일어난 고레스의 등장으로 이스라엘은 포로에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이사야 선지자는 사 45장 1절 이하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기름 부음을 받은 고레스에게 이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그의 오른 손을 붙들고 그 앞에 열국을 항복하게 하며 내가 왕들의 허리를 풀어 그 앞에 문들을 열고 성문들이 닫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가 나의 종 야곱 내가 택한 자 이스라엘 곧 너를 위하여 네 이름을 불러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네게 칭호를 주었노라.”

한 마디로 이사야 선지자는 고레스가 왕이 되고 페르시야가 패권을 잡게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역사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이 우연히 포로에서 돌아오게 된 것이 아니고 예정 가운데 필연적으로 포로에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정론은 우리에게 믿는 자에게는 우연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특히 바울은 롬 8:28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우연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이 합력하여 필연적으로 선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점을 깨닫고 고백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3. 구원은 결국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정론이 말씀하는 또 다른 핵심은 구원은 반드시 결국에는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구원을 받는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마치 바다를 항해할 때 잔잔한 바다를 건널 때도 있지만 폭풍 치는 바다를 건널 때도 있고 때로는 암초를 만나 좌초를 당할 때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구원이 도중에 무산되는 것 같은 위태로운 때도 있습니다.

구약의 창세기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요셉으로 이어지는 네 명의 족장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셉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다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요셉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야 잠깐 족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요셉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가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는 이야기로 자칫 구원에서 이탈 될 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린 시절 형들에게 미움을 사서 노예로 애굽으로 팔려갔습니다. 겉으로 보면 구원의 길에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보디발의 집에서 성실하게 일했지만 결국 보디발의 아내에게 미움을 사서 죄인으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하나님의 은혜 밖으로 밀려 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바로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바로의 눈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을 모두 애굽으로 초청해서 구원의 위대한 역사를 이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창 45:5 이하를 보면 요셉이 형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이 땅에 이 년 동안 흉년이 들었으나 아직 오년은 밭갈이도 못하고 추수도 못할 지라 하나님이 큰 구원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당신들의 후손을 세상에 두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니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한 마디로 말하면 그토록 긴 고난 가운데서도 마침내 하나님께서 자신을 구원하여 주셨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예정 가운데 택하셨기 때문에 그 긴 고난 가운데서도 자기가 구원 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긴 고난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신데 그것은 자기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정해 놓으신 사람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비록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결국은 길을 찾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비록 깊은 수렁에 빠져있을 지라도 결국은 건져내주십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탕자처럼 구원의 길에서 벗어났다가 결국 돌아온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구원에 길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돌아올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정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고난의 긴 터널을 지났다가 결국 복된 자리로 접어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난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고난의 터널을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정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창세전부터 하나님께 구원 받도록 택함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예정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구원의 길을 걷고 있고 결국에는 구원을 온전하게 받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복을 누리며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