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야곱의 이야기를 성경에서 읽다보면 이상한 구절이 나온다. 야곱이 점 있는 양 만드는 방법이다. “야곱이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가져다가 그것들의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내고 그 껍질 벗긴 가지를 양 떼가 와서 먹는 개천의 물 구유에 세워 양 떼를 향하게 하매 그 떼가 물을 먹으러 올 때에 새끼를 배니 가지 앞에서 새끼를 배므로 얼룩얼룩한 것과 점이 있고 아롱진 것을 낳은지라.” 과연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말인가? 누구든지 이대로 하면 새끼들이 얼룩덜룩하게 나오는가? 그렇지 않음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도 야곱이 그렇게 한 것을 보면 참 바보 같지 않은가. 이 내용을 뭐라고 설교해야 할까?

여기서 말하고 하는 내용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안 되는 일도 되게 하신다. 앞에서 이삭은 농사가 안 되는 땅에서 100배의 소출을 얻었다. 그가 무슨 비상한 방법을 써서 그렇게 한 게 아니다. 그냥 했는데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 야곱도 그렇다. 야곱이 한 방법을 옛날 사람들이 쓴 성경이라서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실었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성경은 말한다. 그가 야곱이기에 그렇게 해도 원하는 결과를 맺었다고. 중요한 것은 야곱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절대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영적 진리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렇다. 하나님을 모신 사람은 그 속의 하나님의 광채가 나와서 상황을 바꾸어준다. 어두운 밤을 거닐지라도 불을 가진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위를 밝히면서 갈 길을 잘 간다. 어두운 인생길도 그렇다. 열심히 가면 되는 게 아니다. 마음에 불을 가지고 가야 한다. 많은 목회자들이 개척교회를 하면서 전도한다. 하루 종일 죽도록 하면 몇 사람이라도 오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전도하는 이들의 마음에 불이 꺼져 있음을 본다. 기뻐서 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하는 것이다. 믿음으로 마음에 불이 켜진 상태로 나가야 한다. 아니, 나가지 않아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뻐하고 감사한다면 신비한 힘이 나와서 교회를 일으켜준다.

미국의 릭워렌 목사는 기도만 하고 있는 목회자 또는 반대로 무조건 열심히 일만 하는 목회자 모두 교회를 부흥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잘 하는 교회를 배우고 목회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외형적으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세미나 열심히 다니면서 배우라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과 함께 무슨 일이든지 하라는 말이다. 믿음으로 하나님을 누리고 그 힘으로 마음을 밝혀 기뻐하는 목회자는 기도만 하고 있지 않는다. 무턱대고 자기 힘을 다해서 전도하고 심방하고 교회 일만 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배울 건 배우고 힘 쓸 건 힘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엇을 하더라도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하는 것이다. 하나님 의지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비록 방법이 좀 부족해도 잘 될 수밖에 없다. 정말로 경험상 그렇다. 심지어 위급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했는데도 하나님의 사람이 이긴다. 그렇다고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모시면 불빛이 마음과 삶을 비추고 주위를 밝혀준다. 다윗이 목동으로서 광야에서 기도만 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양만 열심히 돌본 것도 아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자신을 키웠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돌을 던지고 들짐승과 싸웠다. 그러다보니 사자나 곰을 이길 수준이 된다. 그러니 골리앗이 아무리 크고 강해도 당연히 이길 실력이 된다. 목회도 그렇다. 기도만 하는 게 아니고 열심히 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자신도 교회도 키워야 한다. 그러면 좀 부족해도 하나님은 온전한 것으로 만들어주신다. 야곱도 그런 식으로 성장해갔다.

정리하면 이렇다. 신자의 삶은 자기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이다. 정말로 하나님을 의지해서 무슨 일을 한다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야곱은 말도 안 되는 순진한 방법을 통해서 자기의 양들을 늘렸다. 그러나 하나님과 함께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든지 잘 된다. 목회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양 돌보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죽도록 내 힘을 다하는 것도 아니다. 억지로 참고 어두운 마음으로 한다면 육신의 열매만 맺어진다. 먼저 마음에 믿음의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라. 정말로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시면서 나의 길을 인도하시는지 확인하라. 그렇다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