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 싱가포르의 대형교회 시티하비스트교회의 콩히(康希, 51) 목사가 교회 재정 유용 혐의로 8년형을 살게 됐다. 헌금인 교회 재정 약 400억원을 유용한 혐의이며 내년 1월 11일에 수감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평소 대체로 법이 잘 준수돼온 싱가포르의 깨끗한 이미지를 크게 구긴 것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 법원을 나서던 콩히 목사와 아내 호선 씨 ⓒstraitstimes

현 교인수 약 1만7,500명인 이 교회의 설립자 겸 담임목회자인 콩 목사는 그동안 총 400억원 상당의 헌금을 아내인 교회공동 설립자 호선 목사(何耀珊, 43)의 젊은 시절 음악경력을 지원하는 데 부정 유용한 혐의 등 3건에 대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 10월 21일에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리고 11월 20일에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이 교회 지도자에 5명에 대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이들 모두는 지난 2013년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애칭 '선호'로 더 잘 알려진 호선 씨는 아무 혐의를 받지 않았고 이날 법정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싱가포르 검찰은 콩히 목사가 교회의 다른 지도자 5명과 함께 건축 및 투자 관련 목적 아래 허위채권 투자 형태로 2,400만 싱가포르달러(미화 1,700만 달러)를, 지난번 횡령 사실을 법원의 감사로부터 감추려고 추가로 2,600만 달러를 각각 유용했다고 기소장에서 밝혔다.

콩 목사와 지지자들은 시티하비스트교회가 콩 목사의 아내 호선 씨의 가수경력을 지원하여 그녀의 음악을 통해 더 많은 교인들을 끌어들이는 데 힘써왔다고 주장해 왔다. 하비스트 교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법원에 줄을 서서 자리를 채우는 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키온 수석판사는 이런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재판은 단순한 집단행정의 과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 전제한 판사는 "그들은 교회헌금을 효과적으로 자기 수중에 넣고 자기네 필요한 곳에 써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콩 목사 측 에드윈 통 변호사는 콩 목사가 노부모와 2명의 청각․시각 장애인 동기, 10살난 아들을 돌봐왔다고 관대한 처벌을 호소했다.

콩 목사는 해당자들 가운데 가장 중형을 받았고 기타 관계자들은 21개월에서 6년까지에 달하는 형을 선고를 받았다. 콩 측은 상소를 할 것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돈은 당초 뮤직 프로덕션 회사와 유리제조회사에 유입됐는데 두 회사는 모두 오랜 교인들의 것이며 돈은 궁극적으로 호선 씨의 음악 활동에 유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비스트 교인들 다수는 이미 불법 증거가 나타났는데도 충성스럽게 콩 목사를 옹호하고 나서서 시위를 벌여왔다. 그들은 이 헌금들이 비신자들을 향한 이 교회의 팝뮤직 프로그램인 '크로스오버 프로젝트'에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호선 씨는 이 프로젝트를 대표한다. 만다린어로 된 호 씨의 음반은 지난 2003년 미국 시장에도 출시됐고 일부는 몇몇 비디오로도 올려지기도 했다.

한편 콩히 목사는 은사계열 목회자로, 큰 계명과 지상명령, 문화선교 등을 강조해왔고 한국 오순절계 교회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기술자 아버지와 보석상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그는 싱가포르 동부의 성공회 마린퍼레이드 크리스천센터를 다니면서 대학 시절 캐넌 제임스 웡 신부의 지도아래 성공회 부활경당에서 파트타임 사역을 하면서 오처드 크리스천센터 개척을 도왔다.

▲ 시티하베스트교회 전경 ⓒCV4F

1989년에는 필리핀 하나님의 성회 소속 랜디 싱 목사의 조직체인 '아시아를 위한 그리스도'(CFA)의 스탭 전도자로 활약하다가 그해 5월초 싱가포르에서 20명의 청년들을 데리고 당시 하나님의 성회 베다니 크리스천센터의 에클레시아 미니스트리인 (현)하비스트 교회를 시작했다.

콩 목사는 1997년 이래 연례 연합기도경배행사인 페스티벌오브프레이즈(FOP)의 총무직을 수행해 왔으며, 한국 조용기 목사의 국제교회성장원(CGI)과 루이스 부쉬 목사의 인도네시아내 단체인 세계변혁(TW)의 이사이기도 하다. 콩 부부는 또 단체훈련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내셔널하비스트(IH)와 패션회사인 스킨쿠처(SC)를 보유하고 있다. 콩 목사는 2008년 한국 한세대학교(총장 김성혜)에서 경영학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시티하비스트교회는 지난 2010년 현재 평균 2만3,256명의 교인을 보유하고 47개 하비스트 지교회를, 아시아 지역에 29개 지교회와 6개 성경학교를 두어왔다. 이와는 별도로 말레이시아에 그가 공동설립한 말레이시아 하비스트펠로십 산하에 18개 지교회가 더 있다.

콩히 목사는 지난 2010년 그의 <매일경건>(DD큐티) 자료가 이미 10년전 발행된 (같은 교우의) 타처 발행물인 <리더십 바이블> 내용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해당 본문 내용은 원저자 표시 없이 콩 목사의 두 권의 책 <90일간 당신의 영적 에너지 쇄신하기>에 나눠 실렸다. 이에 대해 콩 목사는 "교회 안에서만 돌려보기 위한 자료였다."며 ‘실수’라며 해명과 사과를 했다.

2010년 5월말에는 싱가포르 경찰청의 자선․상업 담당부가 시티하비스트의 교회기금 유용 신고를 받아 관계자 10여명을 상대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부인 호선 씨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는 교회음악과 세속음악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성격상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체로 무난할지 모르나 싱가포르에서는 생소하고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돼왔다.

특히 신고 교인들의 집중 의혹을 받은 것은 그녀의 순수세속뮤비라 할 수 있는 '차이나 와인'이었다. 도대체 이 뮤비의 기금은 어떻게 조달됐느냐는 의문이 일게 된 것.

호선 씨는 20세 때 남편 콩 목사와 함께 사역을 시작했다가 사임한 뒤 대만에서 녹음활동을 하며 20대 후반에 만다린어 팝싱어가 될 꿈을 이루기 시작했다. 위클리프 진, 다이앤 워런, 언더독, 데이빗 포스터, 캐롤 베이어 세이저 등의 프로듀서, 연주자들과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의상이 교인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교회 공금을 자신의 세속음악 판매에 기용한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후 중국과 대만, 미국에서의 경력개발의 기회를 확보해 나가다 2010년 싱가포르 경찰의 수사대상으로 올랐다.

호 씨는 2002-2007년 사이에 대만에서 워너뮤직타이완을 통해 마자오준 등 7명의 유명 작곡가들의 도움을 차례로 받아 5개 만다린어 팝 앨범을 내어 더블․트리플 플래티넘을 따내기도 했다. 그중 몇 개는 탑 뮤직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퍽 성공적이었다. 그녀의 '스타팅 포인트'는 싱가포르 텔레비전 시리즈 '터닝포인트'의 주제가로 사용됐다. 또한 2003-2006년에 펴낸 영어판 앨범은 '빌보드매거진' 댄스클럽차트와 런던의 뮤직위크를 장식해, 아시안계 최초로 연속 1위 '댄스히트'를 하기도 했다.

▲ 호선 씨의 세속공연 장면 / Youtube 캡처

이와 동시에 2003년에는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 미국판 싱글인 '사랑은 어디로 갔나?' 등 4개 곡으로 계속 빌보드 댄스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2007년엔 '차이나 와인'으로 크게 히트를 쳤다. 2007년 샹하이 특수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음악대사로 지명돼 노래 '빛'을 공동제작 해 부르기도 했다.

또 글로벌차이니즈뮤직상 등 다양한 상을 10여 차례 수상했고 싱가포르 대통령 앞에서 노래하는 등 수많은 영예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또한 2007년 MTV 유럽음악상 시상식, 46차 그래미상 시상식, 미국댄스뮤직상, 할리우드영화제(2003년) 등에서 초청연주를 한 첫 아시아 팝싱어였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경력 이면에서 하비스트교회는 호선 씨의 팔리지 않은 앨범 3만2,000개를 구입하는 데 총 50만 달러를 쓰기도 했으며, 호 씨의 세속음악활동에 총 300만 달러의 헌금․기부금․십일조가 유용됐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호 씨는 아울러 미국 레벨 의상․액세서리 가게인 스킨쿠처를 싱가포르의 마리나스쾌어에 개점한 데 이어 일본 브랜드 가게도 또 냈다. 또 에드 하디의 독점 배급건을 얻어 싱가포르 히렌 샵스 구내에 아시아 플랙십 첫 점포를 열기도 했다.

호 씨는 미국내 활동 당시 남편과 교회의 지원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월세 20만 달러짜리 호화주택에서 지내면서 게이샤, 흡혈귀 래퍼와 관련된 프로덕션 때문에 크게 비판 받기도 했다. 또 이러한 지원자금의 '세탁'을 위해 싱가포르엔 엑스트론(Xron)이라는 위장회사가 설립돼 활동해 왔다. 그러나 정작 호 씨는 재판에서 아무 혐의도 적용받지 않았다.

이러한 호선 씨의 이중적 생활과 그녀의 세속음악 활동에 이용당한 하비스트교회 사태는 세속적 영달(榮達)을 꿈꾸는 크리스천의 몸가짐에 큰 경종을 울려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