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이삭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 쌍둥이였다. 그런데 아직 아기인데도 뱃속에서부터 죽도록 싸우고 있다. 걱정된 이삭은 하나님께 물었다. “두 민족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그러니까 하나님은 동생이 더 크게 된다고 예언하신다. 그리고 그 동생이 이삭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조상이 될 것이다. 이삭은 그 말씀을 듣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우리도 그렇다. 성경에 말씀이 나와도 그저 그런가보다 할뿐 심각하지가 않다. 그리고 이삭처럼 성경보다는 현실에서의 내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어떻게 이삭이 말씀을 따르지 않아서 하나님의 뜻과 다르게 가는지를 살펴보자.

드디어 때가 되어 쌍둥이가 나왔다. 그런데 이삭이 보기에 큰 아들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이다. 하나님은 분명 둘째를 선택하시고 그를 통해서 택한 백성을 일으키신다고 했다. 하지만 이삭은 여전히 큰 아들이 좋았다. 우선 장자가 아니던가. 그리고 인물도 체격도 좋았다. 성격까지 좋았다. 그릇이 크고 남자답고 씩씩했다. 반면에 둘째는 약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형처럼 나가서 사냥도 하고 멋지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서 나가려 하지도 않고 엄마 옆에서 엄마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대체 저래 가지고 어떻게 이스라엘의 조상이 될 것인가! 그러면 이스라엘도 그렇게 약한 민족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일어나니까 점점 큰 아들만 사랑하게 된다.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은 둘째 아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누가 보아도 첫째 아들이다. 너무도 멋지고 훌륭하다. 반드시 그가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삭은 큰 아들에 기대게 되었다. 둘 사이는 점점 더 좋아지고 둘째인 야곱은 점점 더 아버지 이삭의 마음에서 아니라고 결정 되어 버린다. 물론 둘째를 미워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잘난 첫째에게 가 있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 이제 이삭이 늙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눈도 안 보이는 게 벌써 오래 되었다. 그동안 이삭의 모든 기대와 모든 축복과 모든 유산은 큰 아들에게 주기로 마음을 굳혀왔다. 절대로 이 결정은 바뀔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목회자들도 이삭과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회부서의 장이나 항존직 선출에서 그렇다. 그리고 교회건축이나 재정을 써서 일 할 때도 그렇다. 심지어 은퇴하면서 후임자를 정할 때도 그렇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회의를 거쳐 공평하게 진행하지를 않는다. 그렇게 하면 자기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아니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부서장도 시키고 항존직도 시키고 후계자도 두려고 한다.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고집하며 그렇게 밀어붙인다. 아니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뽑히도록 은근히 앞에 내세우고 칭찬도 자주 해준다. 이삭과 같은 행동이다.

결과는 대혼란이다. 이삭은 야곱에게 속고 야곱은 형과 원수가 되고 집을 떠나 멀리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목사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교인들이 금세 알아차린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그 사람은 왕따가 되고 만다. 아무리 내 마음에 꼭 들어 바로 저 사람이다 해도 하나님의 관점과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맡기고 공평하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공평하다는 것은 마음의 감정을 표현하지 말고 회의에서 의논을 통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이 임원으로 선출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역시 지나고 보면 기도하고 회의를 통해서 뽑은 사람이 제대로 되는 경우를 항상 경험한다.

목회는 사심 없이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하나님이 담임목사시고 다른 목회자는 모두 부목사이다. 하나님이 진행하시도록 항상 마음을 비우고 민주적으로 교회를 운영하라. 안 그러면 담임 목회자가 항상 비난의 초점이 된다. 하나님께 순종하기를 배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