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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분쟁이 재판으로 해결 어려운 이유와 대안
[ 화해사역 세미나 ] 교회분쟁과 소송대안제도의 필요성 ②
2015년 10월 27일 (화) 11:53:39 김유환 교수 yobel@ewha.ac.kr

[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양인평 변호사)가 10월 16일에 ‘ADR(대안소송제도)의 교회적 적용’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9차 기독교 화해사역 세미나’에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유환 교수가 발표한 ‘교회분쟁과 소송대안제도의 필요성’을 전재한다. / 편집자 주 ]

교회분쟁과 소송대안제도의 필요성 ②

김유환 교수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Ⅲ. 교회에서의 ADR운동

1. 21세기의 사회와 ADR운동

   
▲ 김유환 교수

21세기의 세계는 과거에 비할 수 없는 갈등의 세계이다. 20세기 후반에 촉발된 정보혁명과 사회의 다원화는 지구촌 곳곳을 갈등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다. 사회는 새로운 의사결정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러한 새로운 의사결정방식이 확립되기 이전에는 끝없는 갈등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변화된 사회에서는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웃들과 그 누구도 권위를 선점할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타협·절충하며 이웃과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이리하여 20세기 후반에 이미 선진제국은 새로운 사회운동으로서 ADR을 주목하였다. ADR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ADR이 내포하고 있는 새로운 의사결정방식과 이웃과의 공존과 타협방식의 확산이 새로운 사회의 운영에 매우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가 다양한 동기에서 ADR을 촉진하는 입법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본격적으로 ADR운동이 일어나지도 못하였고 그를 뒷받침하는 입법이 제대로 행해지지도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변화된 사회에 대한 적응이 그만큼 늦다고 말할 수도 있다.

2. 교회와 ADR운동

사실 변화된 현대 사회의 새로운 삶의 방식은 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시키기 위해 오셨다. 신자의 삶의 방식은 이웃과 화평을 중요한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권위의 본질인 하나님이 피조물인 인간에게로 와서 대화하고 그들을 위해 속죄물이 되어주셨다는 이야기만큼 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더 잘 설명할 수 없다.

성경이 제시하는 기독교적 삶의 방식이야 말로, 민주화된 탈권위 사회에서, 정보혁명이 일어나서 누구도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사회에서, 그리고 다원화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적절한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하여 의사를 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이러한 방식은 사실 가장 기독교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한국교회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교회에서 오히려 사람들은 권위주의를 배우고 일방통행의 대화를 하고 타협하지 않고 자기의 신조를 고집하는 것을 목격한다. 교회가 계속 사회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면 교회의 문화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외면당하게 된다. 교회가 새로운 소통방식을 배우고 오히려 그것을 전파하는 문화선도자가 되지 못하면 우리 한국교회도 머지않아 서구교회처럼 공동화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서구에서 그러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교회가 ADR 운동의 일익을 담당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ADR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ADR운동이 가지는 정신을 교회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호존중과 양보와 타협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의사결정의 패러다임을 교회구성원들이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 하에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ADR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화의 선도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교회분쟁과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도 먼저 교회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교회 내의 분쟁은 교회 스스로가 해결하는 자율성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교회에서의 ADR운동의 지향점

(1)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운동

ADR이란 양보와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법원과 같은 외부의 권위에 자신의 문제해결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합의하에 선택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ADR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 먼저 대화하는 방법,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훈련 등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대화에 익숙한 우리 교인들은 사실 이러한 대화방식에 서툴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육되어 왔으므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새로운 세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교회가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도 아울러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주일학교에서 당회에서 교사회의에서 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대화로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계몽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부모와 자식, 목사와 교인, 직분자들 상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갈등상황에 대해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훈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 훈련이 이루어지고 평화를 가져오는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신자들에게 확산되었을 때 비로소 교회는 현대사회의 특징인 갈등에 대처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Peacemaker로서의 그리스도인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Peacemaker로 이 땅에 오셨듯이 모든 그리스도인은 Peacemaker로서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율법이라는 잣대로 이 세상을 정죄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듯이, 그리스도인도 어떠한 잣대로 사람을 정죄하고 평가하기 보다는 화평을 전하는 자로서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사회 전체에서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사소통방식을 훈련받고 평화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Peacemaker로서 살아야 할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 신자의 기본의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의 분쟁은 세상에서의 해결원칙과 다르게 호혜와 양보에 입각하여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광범위한 신자들의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Peacemaker운동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Peacemaker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될 때, 교회 안에서도 교회 밖에서도 교인들은 분쟁에 대해 참된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

(3) 상담사역의 활성화와 일반화

ADR 운동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데 있다. ADR운동에서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모든 분쟁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ADR운동은 상담사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회의 교사는 학생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 구역장은 구역원의 말을 들어주고 상담해 주어야 한다. 목회자는 신자들의 말을 들어주고 상담해 주어야 한다. 상담사역을 통해 목회자는 신자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교사는 학생의 생각을 알게 된다. 그러나 상담사역에도 Skill이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다. 상담사역의 일반화와 강화 및 활성화는 ADR운동의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상담사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상담이라는 것이 기독교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할 때 교회는 비로소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단절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4) 새로운 분쟁해결방식의 실험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Peacemaker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운 의사소통방식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상담사역에 대한 기본적인 Skill에 접근할 때 비로소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합의에 의한 분쟁해결 곧 ADR을 통한 분쟁해결을 실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으로 생활방식과 문화변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없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인간관계의 단절과 무한갈등이라는 현대사회의 고질적 병페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분쟁해결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ADR에는 중재와 조정, 알선 그리고 Hybrid ADR 및 기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방식이 있다. 기본적으로 ADR에서 일정한 유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사안에 따라 적절한 ADR 방식을 디자인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교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창의적인 ADR 방식을 실험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분쟁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의 ADR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앞으로의 꾸준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5) ADR의 제도화

교회분쟁의 해결을 위해 ADR은 필수적이다. 한국교회에도 교회재판이 제도화되어 있으나 분쟁해결에 큰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로써 교회재판의 공적 권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교회법에 의한 교회재판이 의미 있게 기능하였던 것은 서구 중세의 교회가 그러하듯이 교회가 공권력을 부여받고 있는 공법적 실체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권력적 실체를 가지지도 못하고 교단마저도 힘을 쓰지 못하는 개교회 중심의 한국교회가 교회재판으로 교회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이처럼 교회가 공권력실체가 되지 못하고 개교회주의의 분위기가 만연하는 한국교회의 상황 하에서는 중재, 조정 기타의 ADR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교회재판 대신에 중재합의를 하거나 중재 이전에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하는 등 교회분쟁에서 AD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각 교단 헌법에 따라 일정한 교회분쟁에 대해서는 미리 중재합의를 해두고 중재 이전에 조정을 거치도록 한다든가 또는 기타 적절한 다양한 ADR을 활용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특히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은 법률적 전문성의 측면에서나, 교계에서의 신망의 측면에서나, 교회에서의 ADR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다. 각 교단이 일정한 분쟁사건에 대해서는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의 조정이나 중재를 거치도록 제도화한다면 교회분쟁해결에 있어 참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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