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성경을 읽으면서 처음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아담이 낳은 두 아들 중 의로운 아벨이 잘 되는 게 아니다. 아주 일찍 죽는다. 그것도 악인에게 유인되어 맞아 죽었다. 아벨이 누구인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배한 처음 인간이다. 믿음으로 예물을 드렸기에 하나님이 받으셨다. 다른 말로 한다면 하나님이 아벨을 받으셨기에 예물을 받으신 것이다. 세상 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는 선물을 받지 않는다. 선물을 보고 상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더욱 그러하시다. 아벨을 사랑하시기에 그의 예배와 예물을 기뻐 받으셨다. 반면에 가인은 악인이기에 받지 않으셨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예물로 거부하셨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인 것이다.

무엇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하는가?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거하심이라 저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오히려 말하느니라.”(히11:4) 믿음이다. 믿음은 믿을 내용이 먼저 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인간은 그 내용을 받아 마음에 간직하면 된다. 믿을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은 말씀을 인간에게 주셔서 자신을 알게 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리 말씀을 주셔도 육신인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자신을 말씀과 함께 주신다. 하나님을 의지해야 말씀이 이해되고 하나님을 보고 받을 수 있다.

아벨은 하나님을 믿음으로 하나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아벨을 기꺼이 받으시기에 하나님은 그의 예물도 받고 복을 주신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 그렇게 복 받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 왜 악인에게 맞아죽는가? 그가 죽을 때 피소리가 하늘에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냥 구경하고 계셨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나님을 믿어서 무슨 유익이 있다는 말인가? 자기를 믿고 사랑하고 섬기는 자기 백성이 처참하게 죽도록 내버려두시는 하나님을 왜 믿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사실 내 자신도 젊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죽은 다음에야 믿음이 좋았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악인은 살고 의인은 죽는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해하게 된다. 이 세상의 삶이 얼마나 빠르고 허무한 것인지를. 안개가 신비하고 아름답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이다. 세상에서 오래 살아보았자 몇 십 년은 천 년 만 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하물며 영원에 비하면 무엇이겠는가! 인생이란 것이 잠깐의 몇 분도 되지 않는다. 그 잠깐 더 살려고 버둥거려 보았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몇 분 동안 몇 푼이라도 더 벌고 남보다 높아지려고 얼마나 못된 짓들을 하는가! 돈도 높은 자리도 금세 사라진다. 하지만 악행은 없어지지 않는다. 악한 말 가슴 찌르는 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말과 행동을 하나님 의지해서 조심해야 한다.

믿음의 선한 행동은 더욱 그러하다. 가인의 악행은 영원히 남는다. 그가 어떻게 그 악을 지울 수 있을까! 그러나 아벨의 사랑과 그로 인한 예배와 예물을 영원하다. 그것을 누가 빼앗을 수 있을까! 그는 아주 짧은 시간에 그 모든 것을 이루었다. 하나님 앞에서 완전하게 다 행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그가 죽을 때 그냥 두셨다. 속히 영원한 세상으로 들어가 행복 그 자체이신 하나님 바로 옆에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사는 것이 두렵지 않다. 이것이 신자의 모습이다.

“경건한 자들의 죽음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귀중한 것이로다.”(시116:15) 성도는 죽음까지도 귀하다. 하나님은 아벨의 죽음 통해 우리에게 선언하신다. “성도에게는 죽는 것도 사는 것처럼 아름답고 귀하다. 죽음을 두려워 말라. 영원으로 이어진다.” 그걸 알면 삶에서 무엇이 와도 두렵지 않다.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 내가 그 둘 사이에 끼었으니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 내가 육신으로 있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리라.” 바울은 세상을 떠나 주와 함께 있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단지 주의 일을 위해서 이 세상에 남아 있는다고 한다. 이것이 목회자의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