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슐리 매디슨 웹사이트

[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 남녀간의 불륜을 조장해온 인터넷 클럽 ‘애슐리 매디슨(AM)’에 몰래 가입한 일부 사역자들을 비롯한 크리스천 지도자들 약 400명이 해커들이 발표한 리스트 폭로를 통해 정체가 드러나자 최근 주일 일제히 각 교회를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교계 여론조사가 에드 스테처 박사에 따르면, 목회자들뿐 아니라 장로와 집사들도 같은 '쓰디쓴 열매'의 결과를 맞고 있다. 물론 명단에 있다고 해서 이들이 다 해당 클럽의 정회원으로 등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심각하다.

애슐리 매디슨은 비밀을 상징하고 보장하는 듯 집게손가락을 곧추세워 입을 막고 있는 여성의 사진 곁에 "인생은 짧아요, 바람을 펴요."라는 구호를 내건 문제의 웹 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남 몰래 배우자 아닌 이성과의 정사를 꿈꾸며 바라오던 크리스천 지도자들은 해킹으로 노출된 명단을 통해 클럽 가입 사실이 폭로되면서 배우자의 신뢰를 산산이 깨고 자녀들에게 황폐감을 안겨주는 한편 교인들에겐 그지없는 상처가 되고 있다. 이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결혼서약도 깨고 하나님과 가족들, 그리고 사역 서원을 한 회중 앞에 범죄를 한 셈이다.

이 400 지도자들이 수적으로는 전체 애슐리 매디슨 데이터베이스의 불과 0.00125%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도자 실족의 파장은 너무나 클 수 있다. 이들 일부가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되는 딴 신자들과 지도자, 사역자 등 남들을 비판해 왔다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행보도 아이러니다. 이번 사건을 비평해 왔던 한 유명 목회자․신학자도 실상은 이 사이트 회원이었던 것으로 노출돼 정직 처분을 받으면서 철저한 위선을 드러냈다.

미국 플로리다주 샌퍼드 소재 개혁성경대학(RBC)의 수석부총장이자 신학철학부 학과장으로서 개혁신학자 R.C. 스프라울 박사(리고니어 사역회 대표)의 아들인 로버트 크레이그 스프라울 2세(50) 목사가 그 한 명. 그는 평소 대학과 사역회를 통해 순결과 교회치리를 강조해 왔는데 이젠 자신이 치리 대상이 되었다. 그는 최근 '예수님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신다'는 슬로건을 내건 자신의 블로그에 '심판과 은혜'라는 글을 올려 자기 처지와 심경을 밝혔다.

▲ 아버지 스프라울 1세(왼쪽)의 명예에 먹칠한 아들 2세

스프라울 2세는 이 글에서 "지난 2014년 8월 나약과 고통의 순간, 비건강한 호기심 속에서"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목적은 비평적 주석을 위한 연구 차원에서가 아니고 "상상에다 바람을 불어넣어 불길을 지피기 위해서였다."고 실토했다. 그는 또 자신이 두 가지 은혜로운 심판을 발견했는데 첫째는 두려움의 은혜이고, 둘째로는 수치의 은혜라고 주장했다.

스프라울은 또 AM에다 오래된 이메일 주소를 남길 정도였으나 아무런 서비스 신청도 하지 않았으며 떠난 후 두 번 다시 되돌아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아내를 사별한 뒤로도 계속 자신의 정절을 지켜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앞서 '애슐리 매디슨 해킹'이라는 다른 글에서 위선적인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최근에야 이 웹사이트에 관해 알게 됐다는 스프라울은, AM 이용자들은 남들 앞에 결혼식을 올리고도 바람을 피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죄를 결국 드러나며 심판의 날에는 삭제도, 숨길 방법도 없다고 강조하고 남몰래 식은땀을 흘리는 이들의 수가 대강 3,700만 될 것이라는 추산도 했다. 당시는 해킹 사실이 보도됐지만 회원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때였으나 약 한 달 후 해커들이 AM 회원들의 정보 파일을 웹 사회에 공개하면서 스프라울의 회원 가입 사실도 드러난 것.

스테처 박사는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올린 글에서 우선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함을 전제로, 설령 AM에 가입 등록을 했더라도 실제로 서비스를 받아 이성과 서로 간음죄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아무튼 크리스천으로서 결과는 대동소이하다고 판단했다. 스테처는 자신의 블로그에 AM의 구호와는 반대인 '삶은 영원하다. 바람 피우지 마라'라는 제목을 글과 '애슐리 매디슨 리스트에 내 이름도 있다면 어떡하나?' 등의 글을 썼다.

스테처는 또 '우리 목사님이 애슐리 매디슨 명단에 있더군요'라는 글에서 이것은 단순히 리스트상의 지도자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교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목자가 신성한 신뢰를 깨면 전체 양떼가 해를 입는다고 경고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피를 흘리는 양떼의 상처는 생각지 않고 무조건 만사 오케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거나 청빙위원회를 통해 새 후임자만 모시면 된다는 식의 일사천리식 처결방안을 경고했다.

그는 목회자 재빨리 갈아치우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떼들의 깊은 상처를 생각하고 돌보는 것이라며 애슐리 매디슨 사건 같은 경우 그 상처는 심각하여 영구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문제의 목회자가 떠날 경우 그 교인들의 영적 건강을 위해 첫째로 실패가 없으신 하나님에게 초점을 둘 것, 남들보다 실망과 갈등이 큰 교우들을 돌아볼 것(갈라디아 6:2), 목회자 자신의 회개와 회복을 돕고, 특히 배우자와 가족, 부교역자들을 돌볼 것, 절망 중에 있을 해당 목회자를 미워하고 공격하기보다 과거의 사역을 고마워하면서 공적, 사적으로 은혜와 진리 안에서 계속 사랑하고 위하여 기도할 것 등을 권고 했다.

스테처는 또 사역직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이런 범죄를 저지른 지도자들은 공적으로 회개하되 철저히 해야 하며, 회개 후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슐리 매디슨 웹사이트는 지난 2001년 배우자나 기타 사람들 몰래 속여 '배신 때리기'를 전제로 개설, 비밀리에 운영돼오다 올해 7월 평소 이 클럽에 불만과 반감을 가져온 '임팩트팀'(IT)이라는 해커그룹에 의해 데이타베이스를 침투 당했다. IT는 이 사이트의 폐쇄를 요구하면서 3000만 유저의 리스트 공개 협박을 하다가 소득이 없자 급기야 '다크 웹'에다 공개했다.

스테처는 이 사건이 미국인들이 간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수용하는지, 영화 같기도 한 이것에 대해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가? 등의 질문을 자아냈고, 오늘날 같이 발달한 성문화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배우자를 속일 생각을 한다며, 미국인들의 90%는 정사가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간음 후 이혼은 죄로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데니슨 포럼의 짐 데니슨은 관련 칼럼에서 오즈월드 체임버스의 경구(警句)를 상기시켰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인생목표를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행복이나 건강에 종착점을 둔 게 아니라 거룩함에 둔다. 우리는 모든 대가를 치러가며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지탱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류를 향한 유일한 궁극목표를 갖고 계신다. 그것은 성결이며 성도(거룩하고 구별된 무리)를 양산해 내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