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입시 거쳐 지방신 순회 교육
 3학년 때 장신대서 수업후 졸업
“지역색 해소에 기여”… 부정적 시각도

무분별한 신학교의 난립과 이를 통해 배출되는 목회자 수가 해마다 필요 이상으로 증가해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7개 직영 신학대학원을 두고 있는 예장 통합측(총회장 최병곤 목사)이 신대원 졸업생에 대한 ‘배출창구 단일화’를 계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합측 신학교육부(부장 허양수)는 최근 ‘하나의 신학대학교를 위한 정책’을 확정해 총회에 상정했다.
오는 9월 21일부터 열리는 제88회 총회에서 신학교육부가 제출한 정책안이 통과된다면 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신학교육부가 창구 단일화를 위해 마련한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목사후보생은 ‘통합 입학고사’를 통해 선발하며, 이들은 장신대(총장 고용수)를 제외한 지방 신학교에서 1년씩 옮겨가며 학기를 수료해야 한다.

이렇게 2년을 마친 학생들은 3학년 때 장신대에서 함께 수업을 받은 뒤 공동으로 졸업하게 된다.
명칭은 ‘장로회신학대학원’으로 통일하며 편의상 그 명칭 뒤에 ‘○○신대 캠퍼스’로 불리게 된다. 그밖에 신대원 졸업 후 한 학기 동안 목회를 위한 인턴쉽 과정을 거쳐야 하며, 핵심 과목의 교과서를 통일시키는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겨 있다.

통합측의 이러한 논의는 교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교육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한국교회라는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고무적인 시도”라며 “배출창구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각 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건강교회운동본부 위원장 이진우 목사는 “각 교단이 인가 받지 않은 신학교를 비롯해 목회자를 배출할 수 있는 창구를 우후죽순으로 만들어 확실히 검증되지 못한 목회자가 배출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통합측의 이러한 논의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통합측에서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진 배경은 갈수록 심해지는 ‘지역색’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거대 교단이면서 교단의 분열 없이 유지돼 온 통합측이 지역별로 목회자가 나뉘어지는 현상으로 인해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 지방에서 해당 지역 신대원 출신 목회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방 신학대학원의 한 관계자는 “서울 출신 목회자들이 지방으로 오지 않으려고도 하지만 지방에 있는 교회에서도 굳이 서울에 있는 졸업생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통합측의 신학대학원 단일화 논의는 지난 수년 간 꾸준히 제기됐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학교육부 책임연구원 김서년 목사(벧엘교회)는 “이번 결정은 신학교육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노회의 헌의로 지난 2년 간 논의한 결과”라며 “이번 총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교단은 사분오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1년 동안 장신대에서 통합으로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캠퍼스 환경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준비가 갖춰졌다면 가장 좋은 방안이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논의가 학생들 사이에서 전혀 회자된 바 없다”며 “무조건 위에서부터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의견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7개 신학대학의 총장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7개 신학대학교 총장협의회’는 8월 28일 신학교육부 앞으로 보낸 건의문을 통해 “신대원 통합 논의는 시간을 더 가지고 충분한 토론과 문제점을 보완한 후에 실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또 하나의 신대원 문제를 총회에 결의사항으로 제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이번 총회에 어떤 결의사항도 상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학교육부 부장 허양수 목사는 “각 신학교마다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각 학교의 입장을 듣다 보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며 “신학교육부는 정책을 세울 뿐 결정은 총대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