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방송망으로 이혼 때문에 치리 받은 교인의 사생활을 몽땅 공개했던 교회의 목사가 공개사과 했다. 치리(治理, church discipline), 엄격해야 할까? 아니면 관대해야 할까? 조너던 메리트의 견해가 주목을 끈다.

캐런 힝클리는 남편이 약 십년간이나 아동 포르노물에 중독돼 왔음을 발견하고 이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캐런 힝클리는 이혼 문제로 다니는 교회에서 치리를 받게 됐다. 댈러스 교외에 있는 교인수 1만 이상의 대형교회였는데 교회 방송망을 통해 사생활이 몽땅 공개되었다. 이를 공개적으로 망신으로 본 일부 사람들은 캐런 힝클리가 변호사를 고용해서 교회를 상대로 명예훼손 제소를 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또 일부는 그녀가 마땅히 각오했어야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년전 힝클리와 남편이 이 교회에 등록할 때, 5쪽에 달하는 ‘교인선서’에 기꺼이 서명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와 치리에 복종하겠다고 동의를 한 셈이다. 또한 만약에 이혼할 경우라도 이혼 전에 화해 과정을 거치기로 동의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 ⓒcripplegate.com 캡처

이렇다 할 믿을 만한 통계는 없지만, 요즘 미국 보수적인 교회에서 치리 건수가 잦아지고 있다. 힝클리 같은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성경적인 근거와 사회법 적용 여부도 문제시되고 있다. 목회자는 양떼를 돌보기에 최선을 다하느라 그런다지만 양떼들이 수치를 무릅쓰고 치리를 견뎌야 하는 한계가 어디까지냐는 것.

<치리: 교회에서 예수 이름 방어하기>의 저자인 조너던 리먼은 워싱턴에 있는 ‘9가지 표징(9Marks)’이라는 치리관리 사역체의 대표로, 엄격하고도 공정한 치리가 곧 성경적인 교회의 ‘9가지 핵심요소’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9Marks에는 현재 전국의 3천 내지 4천개 교회가 가입해 있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사역을 하며 연간 예산도 100만 달러나 된다. 이와 비슷한 사역체들이 많이 있다. ‘Acts29 네트워크’에도 500교회가 가입돼 있다. 존 맥아더 목사의 ‘당신에게 은혜 있기를’(GTY)도 그 하나이다.

리먼은 “어떤 의미에서 교회에서 일어나는 치리의 99%는 전체 교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친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리먼에 따르면 치리의 목적은 예수님의 이름을 방어하고, 죄인을 위한 구속적 사랑을 보여주고, 내세의 더 큰 심판에 대하여 전체 교회에 경고를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치리는 자칫 전제주의적이고 오히려 위로보다 학대가 될 수 있음도 그는 시인한다.

시애틀의 마크 드리스콜 목사는 일부 교우들의 죄적인 언행으로 그들을 전체 회중이 회피하게 만드는 과정을 감독하고 나서 결국 사임하게 됐다. 시카고의 제임스 맥다널드 목사는 3명의 교회 지도자들을 ‘거짓 메신저’라고 딱지를 붙여 치리하는 과정 후에 사과를 해야만 했다.

교회 치리 비평가들은 학대는 제외가 아닌 룰이라며 성경의 가르침은 현대교회의 치리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오클라호마 이니드 소재 임마누엘 교회의 웨이드 벌슨 목사는 이혼을 통한 공개적인 수치와 같기보다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중독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모양새와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벌슨은 “교회 치리라는 것은 교인이 과실을 저지를 때 내쫓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며 “험한 골짜기를 거쳐 가는 동안 함께 걸어줄 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을 뜻한다.”고 나름의 치리관을 내세운다.

<복음주의의 생성> 저자인 랜달 바머 교수(다트머스대학교 미종교사)에 따르면 과거 청교도들은 마을 광장 또는 잔디밭에서 치리대상자를 두어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주곤 했다. 당시 대상자를 묶어두어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조롱하게 한 기구들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유진 볼록 교수(UCLA 법학)는 불법신체 폭행이나 신체 침해 행위가 있는 경우 종교단체의 치리로부터 신도를 법이 막아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를 비롯한 각 종교단체는 개인을 축출하거나 다른 교우들로 하여금 회피하게 만들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우의 사적인 정보를 큰 교회 또는 단체 속에서 구성원들끼리 나누어 노출하는 것은 어떤가? 그것은 합의상의 문제로 본다. 만약 성인 교우들이 그런 종류의 정보노출 행위에 합의했다면 그 단체는 그럴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정보가 거짓일 경우 교회나 단체는 법 소송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것.

즉 교회 등 신앙공동체 안에서 교우 개인에게 사회적 정서적 명예적 손해가 미쳤을 경우 국법이나 주법에 호소하지 말고 교회 안에서 해소하라는 것이며, 그것이 싫을 경우 교회를 떠나라는 것이 법의 입장이다.

힝클리의 경우 해당 교회의 매트 챈들러 목사가 결국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챈들러는 언론과의 대담에서 “우리 교회 장로님들이 대상자와의 충분한 대화 속에서 부드러움과 온정, 인내 등을 베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고 자인했다. 챈들러 목사는 더 나아가 5월 마지막 주일에 용서에 관한 설교를 하고 지도자들이 권위를 남용한 데 대해 회중에게 용서를 구했다. 남은 것은 이런 고백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느냐 여부이다. 이것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사랑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치리가 느슨해지면서 교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가 있는 반면 마구잡이 치리로 교회분쟁이 악화되고 서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화해도 치유도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교회는 개인을 치리하기 앞서 엄격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예수님은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알리라고 하셨다. 그런데 현대교회 치리과정에서는 사랑, 기쁨, 평화보다는 남용, 억압, 고통이 더 많다. 열매가 걸맞지 않다는 뜻이다. 어거스틴은 어떤 성경해석이 건전한지를 알려면 그것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이끌리는지를 살펴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해석이 더 큰 사랑으로 이끌어주지 못한다면 해석 자체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

교회지도자들은 양들을 위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사랑의 목자들이어야 한다. 양에게 고통과 부끄럼을 주는 목자라면 예수님의 길을 뒤따르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하지 않을까.